보기에도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 본지는 김정숙 전남과학호텔조리과 교수의 ‘멋이 있는 맛을 찾아’를 3주 간격으로 연재한다. 김 교수는 흔히 접하는 음식재료들도 요리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을 연재를 통해 보여줄 계획이다.
임금 수라상 오르던 향토요리
피 맑게 해줘 스트레스 그만
‘댓잎’항암작용…불면증 탁월
신비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대나무의 어린 순인 죽순. 고유의 질감과 향취로 옛날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담양의 향토요리이다. 죽순은 놀랄 만큼 생장이 빨라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있다. 한달은 초순, 중순, 하순 등 순(旬)으로 표시하는데 10일(旬)이면 대나무로 자라 서둘지 않으면 못 먹게 된다는 이름이다. 맹종죽은 5월 초순, 분죽은 5월 25∼6월 초순 것이 제 맛이다.
죽순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선호하던 음식 중 하나다. 인지식성(人之食性)이라고 음식에서 기질이 나온다. 대의 곧은 성품과 대숲의 맑은 가락, 순후한 맛으로 탐욕과 이기심을 비워내자는 뜻은 아니었을까.
보리가 익을 무렵의 죽순은 ‘껍질을 까보면 양피보다 부드럽고, 육질은 서시(西施)의 살결보다 보드랍다’한다. 몸 속의 독과 열을 제거하는 다양한 죽순 요리를 알아보자.
양념장에 척척 비벼먹는 죽순밥은 별미이고, 죽순에 다진 고기를 채워 넣은 죽순찜은 고급스럽다. 과음 후 속풀이로 제일이라는 죽순탕, 들기름을 발라서 살짝 구워내는 죽순구이, 음식에 오행을 갖춘 죽순오행밥은 영양 만점이다.
우렁을 넣어 새큼달큼하게 무친 죽순회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배와 부드러운 육회가 곰삭은 고추장과 어우러져 혀끝에 착 감기는 죽순육회 맛도 뺄 수 없고, 대나무의 수액인 ‘죽력’이 스며든 죽통밥에는 대나무 향기가 은은하다. 그래서 남도에 와서 죽순을 못 먹었다면 남도를 헛본 것이라 한다.
죽순은 정신과 피를 맑게 하는 작용과 숙취와 스트레스, 불면증을 해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나 성질이 차가워 소화가 어려우니 조금씩 계속 먹으면 좋다.
대는 줄기뿐 아니라 잎도 활용 가치가 크다. 방부 작용을 하므로 떡을 댓잎에 싸서 찌면 며칠씩 두어도 부패하지 않는다. 또한 팥을 삶을 때 조릿대 잎을 넣고 삶으면 빨리 삶아지고 더디 변한다.
알칼리성이 높은 댓잎은 근래에 항암작용이 인정되었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徑)’에 보면 댓잎은 해열, 거담, 청량 등의 목적으로 썼으며 댓잎죽은 고혈압, 노화방지에 좋다고 했다.
“아는 것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는 말이 있다. 많이 알고 있다면 같은 음식이라도 한층 더 깊고 넓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교수님 오랜만에 안부 묻슴다. 잘 계시는지요. 보고 싶슴다.
고마워요. 모두들 잘 계시지요? 궁금하고 보고싶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가 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