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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레포츠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하이에나와 같이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 나선다. 놀이기구보다는 자연친화적이고 물놀이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거리를 찾는 중이었다면 여기 그대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새로운 레포츠가 있다. 잠깐의 짜릿함만 안겨줬다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다. 스릴감과 함께 온몸에 힐링과 자유를 선사하는 레포츠, 바로 짚라인이다.
인류와 함께한 이동수단의 진화
“아아아아아~” 어디선가 타잔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발아래로는 우거진 수풀이 머리 위로는 쾌청한 하늘이 스쳐지나간다. 타잔과 같은 날렵함과 단련된 신체가 없이도 짚라인은 모두를 타잔으로 만들어줬다. 매우 익숙하게 여겨졌던 레포츠가 아닌 이유로 짚라인을 갓 신생한 액티비티처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짚라인은 본래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깊은 숲속이나 강 위에서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구상된 교통수단이었다. 밀림이나 우람한 자연 속에 사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한번 쯤 비슷한 풍경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살이 센 계곡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나, 전쟁 중 숲속에서 필요한 물품을 신속히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튼튼한 나무나 돌 사이를 밧줄로 이어 이를 타고 이동하던 모습들을 말이다. 현재의 짚라인과 가장 흡사한 모습이 시작되었다고 추정하는 곳은 코스타리카와 하와이다. 열대우림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우거진 숲 바닥의 위험한 동식물을 피하기 위해 고안해냈다는 것이다.
당시의 밧줄이 단단한 쇠 와이어로 바뀌고, 타는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끈은 이제 든든한 최신 장비들이 대신한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필요에 의해서 쓰여지던 이동수단이 이제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삶의 풍요를 위한 레포츠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달라졌지만 짚라인의 기본적인 원리는 그대로다. 산이나 강이 원래 존재하던 모습 위에 와이어만 이으면 그만이니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짚라인에 올라타는 이들은 색다른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만날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본래의 짚라인이 그랬듯 탑승에 큰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타는 사람의 체중과 와이어의 경사도가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중 30킬로그램 이상, 110킬로그램 이하의 남녀노소는 모두 도전할 수 있다. 아이들 같은 경우는 부모나 형제와 동승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짚라인과 흡사한 시설들이 약 40곳 운영 중이다. 그 중 아시아에서 최초로 짚라인 ERi 타입을 도입한 ‘짚라인코리아’는 짚라인 문경을 시작으로 양양, 양구, 제주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ERi 타입이란 태초의 짚라인처럼 수평에 가까운 각도로 단순히 이동에만 목적을 두기보단, 탑승자에게 빠른 속도감을 선사하기 위해 낙차가 큰 지형에 설치된 것을 말한다. 무난한 일상의 연속에서 느끼던 짜릿함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짚라인 원정에 나섰다. 짚라인 문경과 짚라인 양양, 짚라인 양구까지 순회하고 나니 요상한 자신감이 솟아나는 것은 왜일까. 긴장됐던 첫 도전 이후, 탑승하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짚라인은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줬다. 비행을 할 때마다 들리던 와이어의 “지잎~”하는 소리가 귀 언저리에서 여전히 맴도는 듯하다.
불정산을 미끄럼틀 타는 짚라인 문경
짚라인 문경은 짚라인코리아에서 가장 처음 완성한 야심작이다. 불정자연휴양림 속에 자리하고 있어 백두대간의 중심이라는 불정산의 수려한 자연미를 마음껏 탐험하게 된다. 불정산 꼭대기에서부터 총 9번 와이어를 타며 서서히 하산하는 여정이다. 9개 코스로 나뉜 일정은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물론 함께 이동하는 팀의 명수에 따라 시간이 더 늘기도, 줄어들 수도 있다. 일단 휴양림 입구에 위치하는 베이스캠프에서 헬멧과 장비들의 착용을 마쳤다. 거의 새것처럼 깨끗한 헬멧과 벨트는 빨간 헬멧을 쓴 가이드들이 착용을 도와준다. 한 번에 최대 10명까지 한 팀이 되어 코스를 시작하는 짚라인 문경에서는 2~3명의 가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정을 함께 했다. 2시간 가까이 가이드에게 의지하고, 또 웃고 떠들다 보니 마지막엔 정이 들어 아쉬워하는 탑승자들도 많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탑승자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들이니 빨간 헬멧의 설명을 귀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것은 기본이다.
장비 착용을 마치면 승합차에 올라 산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비행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자연친화적인 레포츠답게 아스팔트를 깔지 앉은 울퉁불퉁 흙길을 올라가느라 차체가 쉼 없이 들썩이지만 설렘 때문인지 그조차도 즐거웠다. 하지만 하하호호 신이 났던 마음은 1번 코스에서 그 모습을 감췄다. 짚라인 문경의 9개 코스들은 코스별 난이도가 제각각인데, 1부터 9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사실 코스별로 탑승감에 특별한 차이점은 없지만 코스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진다. 그런데도 가장 최저의 난이도부터 기자와 사진기자는 얼음이 돼버렸다. 평소 놀이기구는 좀 탄다며 자신했지만 짚라인은 전혀 느낌이 달랐다. 물론 와이어에 나의 모든 장비가 고정되어있고, 출발 직전까지 가이드가 옆에서 세세한 코치를 해주는데도 눈앞엔 까마득한 땅바닥만이 보였다. 어쨌든 허공으로 내 몸을 툭 떨어뜨려야 한다는 사실이 손까지 차가워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본인의 차례는 오고야 만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출발지점으로 끌어놓고 와이어에 바퀴역할을 해줄 트롤리Trolley를 장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벨트와 이어진 트롤리가 와이어에 연결되자 벨트가 자연스럽게 어깨와 하체에 딱 맞게 고정이 되면서 이대로라면 얼마든지 발을 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과 도전정신이 들었다. 문경의 모든 코스는 평균 길이가 150미터 정도로 그리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출발할 때 정말 데크에서 발만 띄어도 충분한 스피드와 안전한 착지가 보장된다. 발만 떼면 일단 체중에 의해 몸이 앞으로 전진한다. 이제 막 팔팔한 잎을 틔운 연둣빛의 나무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수풀 위 상공으로 풍덩 빠져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안다. 와이어의 중간 쯤 도달했을 땐 오직 산과 바람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 나무와 같은 높이에서 파란 잎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진짜 타잔이 되어보는 코스도 있다. 기자와 2시간을 함께했던 일행은 모두 9명. 일행 중 가장 어린 11살 초등학생과 그의 60대 할머님이 멋진 자연 속에서 같은 레포츠를 즐기며 행복해하던 광경은 모두를 흐뭇하게 했다. 도착지점에선 서로의 가족이 내려올 순서에 맞춰 카메라를 대기시켜놓거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남남으로 올라갔던 불정산에서 모두 친구가 되어 내려왔으니, 가족들 간의 유대는 물론 더욱 끈끈해졌을 터이다. 온 가족이 타잔이 되어보는 하루, 점점 더 녹음이 짙어지는 짚라인 문경에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경 시민은 20퍼센트 할인이 바로 적용되니 이번 주말엔 조금 더 짜릿한 산책을 나서 봐도 좋겠다.
신나는 쾌속질주 짚라인 양양
2008년에 오픈한 짚라인 문경을 이어 제주, 보은 등지로 영역을 넓힌 짚라인코리아가 올해는 야심차게 강원도의 양구와 양양까지 정복했다. 짚라인 양양에선 짚라인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했다. 이미 짚라인 탑승 경험이 있더라도, 또 다른 지역에 설치된 짚라인은 원래 알고 있던 그것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탐스러운 나무가 무수한 산속에서 자연인이 된 듯한 자유로움을 안겨준 짚라인 문경. 짚라인 양양도 물론 경치 좋은 산과 강, 바다가 내려다보이지만 훨씬 더 빠른 속도 덕분에 타잔이라기 보단 맹렬한 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양양에서는 580미터 길이의 와이어를 시속 4~60킬로미터 속도로 활강하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문경 짚라인에서 일반 체중의 탑승자가 체감하는 속도가 2~30킬로미터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두세 배에 가까운 스피드다. 또 특별한 점은 두 명이 동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2개의 와이어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높은 상공에서 함께 비상하며 더 친밀해질 기회이니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만하다.
짚라인 양양은 송이밸리 자연휴양림 안에 자리하지만 짚라인이 처음 출발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푸르른 산이다. 짙은 녹색의 소나무와 갓 피어난 연녹색의 나무들이 산에 얼룩덜룩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런 후 내려다보이는 반짝이는 개울은 그 수려한 곡선이 감탄스럽다. 또 시야를 멀리하면 보이는 파란 동해바다는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산과 개울을 지나면 송이밸리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정원, 꽃밭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느낌이 왠지 새롭다. 쾌청한 자연경관을 위주로 감상했던 문경과는 달리 사람이 만든 건물과 길들이 아주 작게 보이는 발밑 풍경에 순간 높이를 실감하면서 아찔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양 짚라인의 빠른 속도감이 짜릿함을 배가시켰다. 덕분에 송이향이 스민 시원한 바람을 더욱 실컷 맞을 수 있어 좋았다. 양양의 탑승시간이 약 1분 정도 된다고 하니, 단 몇 초의 희열 그 이상으로 하늘을 날던 행복감까지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양양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당연히 추천하겠지만, 양양 시민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이유는 파격적인 할인혜택이다. 양양 군민이라는 신분증만 확인이 되면 평일에는 50퍼센트, 주말에는 30퍼센트 할인된 요금으로 짚라인을 즐길 수 있다.
짚라인 양구는 2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여태까지 그냥 투명계단에 발을 내딛듯 출발했던 방식이 양구에서는 화끈하게 달라진다. 양구의 코스는 750미터 길이로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장거리를 자랑한다. 긴 코스로 인해 중간에 가속이 떨어질 가능성을 감안해 출발할 때마다 빨간 헬멧의 가이드가 있는 힘껏 와이어에 달린 탑승자를 상공으로 밀어준다. 체중이 가벼워 가속이 약한 여성들은 더욱 세게, 비교적 묵직한 남성들은 자연적으로 증가할 속도를 계산해 살짝 말이다. 아찔한 시설의 높이만을 생각했을 땐 절대 발을 띌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땅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가이드가 친히 하늘로 날려주니 내 몸만 맡기면 모든 것이 저절로 척척 진행된다.
양구의 긴 코스 때문에 차별성을 둔 것이 하나 더 있다. 도착 지점에 있는 브레이크다. 문경과 양양에서는 무거운 추와 같은 브레이크 장치를 가이드가 손으로 잡고 대기하는 시스템. 하지만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양구에서는 뒷바람이 강할 땐 수동 브레이크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짚스탑Zip-Stop’이라는 시설을 도입했다. 체중이 너무 가볍지 않거나, 탑승 당시 맞바람을 맞지만 않는다면 짚라인 양구에서도 양양과 비슷한 4~60킬로미터의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양구의 허공을 날아 거의 2분 만에 한반도 섬의 인천 땅에 착륙할 수 있다니. 오직 짚라인 양구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색다른 국내 여행이다. 여러 이유로 파로호에 지금은 물이 빠져 있어 광활한 늪지대 위를 나는 듯 했지만, 성수기가 다가오면 곧 다시 물이 차오를 예정이다. 그 때가 되면 정말 비행기를 탄 것처럼 넓은 물길을 건너 우리나라에 착륙하는 더욱 특별한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 번지점프처럼 뛰어 패러글라이딩처럼 비행했던 짚라인, “또 타고 싶다!”
탑승요금 문경 1인 5만원, 양양•양구 1인 2만3천원
운영시간 하절기 09:00~18:00 (출발시간 기준, 매 20분 간격)
문의 1588-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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