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이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도 총리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한 통과한 전례 때문에 “이번 청문회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윤 당선인 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 승리, 국정운영 주도권을 쥐기 위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민 눈높이가 높아져 15년 전에 비해 검증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사청문회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와 관련된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 현미경 검증’ 준비하는 민주당, “문제없다”는 국힘
- 헤지펀드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과정 개입의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은 처음부터 한덕수 전 총리에 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본인의 국정 경험 부족을 채워줄 ‘유능한 전문가’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멘토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법조 원로그룹에서 한 전 총리를 추천했다는 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 통과 수월? 민주당 송곳 검증 예고
윤 당선인은 한때 통합형 인물을 고르는 방안도 심사숙고했지만 국내외 경제와 외교 안보 상황을 헤쳐 나갈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한 전 총리를 띄워 놓고 여론 검증을 주시했으나 별 하자가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한 전 총리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로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된 인물이다. 또 자녀가 없는데다 육군 병장 출신으로 병역에서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 이미 검증받은 인사인 만큼 인사청문회 통과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보수 진보 정권을 두루 거친 인사인 만큼 국회 인준이 과거보단 더 수월하게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인사청문TF위원인 고민정 의원은 “정책역랑, 공직윤리, 적소적재라는 3대 원칙에 따라 3대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3대 검증 가운데 공직윤리는 문재인 정부의 7대 기준인 ‘병역면탈, 불법 재산증식,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을 준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고 의원은 “7대 기준 마련 이후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많이 높아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해충돌방지다. 그래서 실제 검증은 (7대 기준을) 기본으로 하되 새로 요구되는 기준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에 40억원 증가, 재산형성 및 부동산 의혹
그렇다면 한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들은 무엇이 있을까. 한 전 총리 가족의 재산 이슈가 인사검증의 첫 번째 관문이다. 한 전 총리의 재산은 82억여원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40억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파악돼, 재산 형성 과정이 인사청문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한 전 총리의 재산은 58억9천212만원, 배우자는 23억6천725만원 등으로 총 82억여원으로 됐다. 한 전 총리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25억4천1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 1채를 소유하고 있다. 예금은 32억4천999만원을 신고했고, 콘도회원권(2천950만원)과 골프 회원권(3천만원), 호텔 헬스회원권(2천6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네시스 차량 1대, 다이아몬드 반지(0.7캐럿)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자는 예금으로 19억448만여원을 신고했다. 또 골프회원권(1억3천만원)과 증권(1억500만원)을 비롯해 사인간 채권으로는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 업소에 1억6천만원을 대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10년간 재산이 40억원 가까이 늘어 2배가 됐다”며 “비정상적 재산 증식이라고 보고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전 총리는 1993년 비서실 통상산업비서관을 거쳐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직했다. 한 전 총리가 비서실 통상비서관으로 있을 당시인 1993년 서울 종로구의 단독주택을 세계 최대 규모 미국 석유회사에 장기간 월세로 내줬다. 당시 3억여원을 월세 선금으로 받았다. 해당 회사는 1995년 한 전 총리의 주택에 채권 최고액인 1억6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해당 회사가 1990년대 국내 에너지 공기업 등에 투자를 검토했던 기업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장인으로부터 단독주택을 3억8천만원 가량에 사들였던 한 전 총리가 지난해 이 주택을 시세보다 높은 100억원 가량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점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액 보수도 걸림돌이다. 한 전 총리는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의 고문료는 연봉으로 치면 4억여원으로 월 3천500만원에 달한다. 한 전 총리는 또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8천2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5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전업 후 5개월간 16억 원을 벌어들인 게 문제가 돼 지명 후 6일 만에 낙마한 바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월 3500여만 원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에 맞는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회전문 이력과 함께 론스타 개입 여부 쟁점
공직→로펌→공직을 반복한 ‘회전문’ 이력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고위 관료에 있다가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 개입 의혹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또다시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던 기간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다.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장이었고, 이 기간 동안 고문으로 재직하던 한 전 총리가 총 1억5천만원을 보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한 전 총리를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뇌물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사태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진수희 전 의원은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1억 5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받았다면 상식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김앤장이 하는 특정한 일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상식적으로 가질 수가 있다”고 질의했고, 한 전 총리는 “없다”며 “저는 그때 그 일을 안 했기 때문에 론스타의 대리인을 김앤장이 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답변했다. 당시 청문회 풍경은 다시 재현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야당이 돼 칼을 갈고 있는 민주당은 더 강도높게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사 원문 보기]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