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한번, 못하다/못 하다 띄어쓰기와 ~던지/~든지 맞춤법
점역교정 노트가 8회째에 이르렀다. 중국에서 8은 매우 길한 숫자라고 들었다. 동양에서는 순환의 상징, 중화권에서는 발음상의 이유로 복을 부르는 숫자라나?
각설하고, 이번에 다룰 건 ‘한 번/한번’과 ‘못하다/못 하다’, 끝으로 ‘~던지’와 ‘~든지’에 대한 거다.
먼저 ‘한 번’과 ‘한번’은 어느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둘 다 맞는 표기 방식이다. 단지 쓰임이 다를 뿐이다.
우선 전자의 ‘한 번’의 ‘한’은 수량을 나타낸다. 수관형사라고 하는데, 이 경우 세는 단위인 의존 명사와 함께 쓰인다. 당연히 띄어야 한다. 반면 후자의 ‘한번’은 ‘시험 삼아 해보다’나 ‘기회, 시도, 강조’의 뜻이 되기 때문에 붙여서 써야 한다.
(EX)
제게 딱 한 번의 기회를 주세요!
엄마, 나 게임 딱 한 번만 더. 응? 이번만, 한 번만 응?
오늘 고생했어. 만나서 반가웠고, 언제 밥 한번 먹자.
한번 쏟은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다.
뉘앙스와 문맥을 고려해야 하는 탓에 원리를 알아도 가끔 헷갈린다. 실제로 나는 예시로 나온 속담의 ‘한번’을 ‘한 번’으로 썼던 적도 있다. 구분법은 ‘한번’ 자리에 ‘두 번’을 넣어보는 거다. 봐서 어색하면 붙여 쓰고, 문제가 없다 싶으면 그냥 띄자.
두 번째 ‘못하다’와 ‘못 하다’도 상황 보고 잘 써야 한다. 전자의 ‘못하다’는 부정 어미와 함께 ‘열등함, 능력이 없다,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쓴다. 또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극에 달해 그것을 더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 그리고 부정의 어미 ‘~하지 못하다’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는 전부 붙여서 써야 한다.
(EX)
난 영어를 못한다. 수학은 그보다 더 못한다. 체육은 골볼과 탁구는 잘하는데, 배구는 영 못한다.
반면 후자인 ‘못 하다’의 형태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로 쓰였다. 때문에 띄어서 써야 한다. 명사를 수식해도 의미가 부사라면 마찬가지로 띄어 쓴다.
(EX)
횟집에 가면 튀김이나 철판 옥수수 등을 주로 먹는다. 회를 못 먹기 때문이다. 술도 못 마신다. 그래서 사이다를 시킨다.
참고로 성질이나 하는 짓이 악하거나 나쁘다, 혹은 외모가 별로라는 뜻의 ‘못돼다’와 ‘못나다’는 붙인다.
대부분은 ‘못하다’의 구조가 많은 것 같다. 어지간하면 붙여서 쓰자.
셋째 ‘~던지’와 ‘~든지’ 역시 둘 다 옳은 표현이다. 둘의 차이는 나타내는 것이 과거형인가, 선택형인가 하는 것뿐이다. 전자는 ‘~던지’로 쓰고, 후자는 ‘~든지’로 쓴다.
(EX)
PC방이 얼마나 춥던지 손이 곱아서 자판 누르기도 어려웠다.
딸기 스무디든 키위 스무디든 아무거나 사.
이건 굳이 요령이 없어도 문맥 봐서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점자 교정을 보다가 ‘~던/~든’ 관련 오타가 종종 발견됐는데, 최근에는 손 씻고 만져봐도 없다. 좋은 일이다.
복된 8탄 점역교정 노트는 이쯤에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