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 김정숙 ]
곱이 곱이
잘도 넘어
예까지 왔습니다
보이진 않아도
들리진 않아도
비가 오면 빗방울
바람 불면 바람소리
눈부신 빛줄기에도
스며오던 그대가 있어
예까지 왔습니다
읏음으로 맺히고
눈물로도 맺혔던
지나 온 흔적
기쁨이 되어
슬픔이 되어
선들바람 한 자락
가을을 주렁주렁
매달고 달려와
이제사 사랑 고백합니다
아무말도 못한 채
울렁대는 초 가을 들녘은
그저 알알이
또 한 곱이를 넘고 있습니다
l해설l
감정적인 사람과 이야기 할 때나 그런 장면을 만나게 되면 흔히 ‘센치하네’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센치는 센티멘탈sentmantalfh로 풀이해야 하는데 그 뜻은 감성적인, 정서적인(지나치게)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곧 감성에 젖다. 감상에 빠지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특히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미묘한 변화에서 큰 교감을 얻어 시상을 얻어 시를 짓거나 수필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봄꽃이 필 때는 화려했던 젊은 날을 생각하게 되고 알알이 영글어가는 오곡백과를 볼 때는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며 자신이 잘 영근 대추가 되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사과가 되기도 하고 향기로운 모과도 되고 보석 같은 석류가 되기도 하면서 힘들고 즐거웠던 추억들로 익어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김정숙 선생님은 어떤 오곡백과로 익어가는지 감상해 보십시오.
-맹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