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뉴욕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뉴욕 평통의 장정수 회장이 큰절을 올리고 있다.
ⓒ2000 손병관
9월 6일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바로 뉴욕 중앙일보의 정상교 기자가 잡은 한 장의 사진.
5일 오후3시(현지시간)
김대중 대통령 내외는 UN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차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와 영접
나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불쑥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큰절을 받고 당황해하는 김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이하 뉴욕 평통)의 회장인 장정수 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측이 간소한 환영행사를 지시했기에
공항 영접에는 주UN한국대표부와 뉴욕총영사관 관계자 등 15명만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수 뉴욕 평통회장의 돌출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긴장시켰고, 김 대통령도 순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웃음을 띤 채 장 회장을 일으켜 세운 후 악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이번 '뉴욕 해프닝'은 해프닝 이상을 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미주 교포들의 반응은
그다지 곱지 못하다.
해외에서의 평통이라는 단체가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해외 교민들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5공
세력들이 고안해낸 아이디어라는 태동 배경도 문제지만, '평통 자문위원 = 한인사회의 존경받는 지도자'라는 그릇된 명예욕 때문에 위원에 임명되기
전에는 기를 쓰고 자리싸움을 벌이다가 막상 임명된 뒤에는 뚜렷한 활동도 없이 모양새만 차리는 일부 위원들의 행태 속에 "해외 한인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차라리 평통을 해체하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김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큰절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지난 4월20일 청와대의 총선 낙선자 초청 오찬 당시에는 민주당의 대표적 386정치인인 허인회 씨로부터 큰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만나도 목례와 악수로 인사를 나누는 요즘 세태에 비추어 큰절을 올린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모습들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보는 사람들을 씁쓸하게 한다.
예상대로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말로 존경하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예'를 갖추려다 보니 나온 행동"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80년대 뉴욕 평통회장을 거쳐 지금은 행정부 내의 실세 장관으로
부상한 모씨의 전철을 밟으려는 '계산된 아부'가 아니냐"는 냉소도 터져 나온다. 아무래도 후자가 우세한 게 사실이다.
지나친
행동으로 비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큰절의 상대가 다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세인들의 애증의
반응이 가장 강렬하게 나타나는 정치인 김대중.
주위를 둘러보자. 아니, 멀리 갈 것 없이 정치관련 인터넷 게시판들을 둘러보자.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들은 대부분 글 쓴 사람의 김대중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많다. 논쟁이 벌어지면, 종국에는 '광신도'라느니
'*** 떨거지'라느니 하는 상호비방으로 치닫게 되곤 한다. 어쩌면, 김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살아 생전에는 이뤄지기 힘들 것 같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남북정상회담 등을 성사시킨 공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이 되었는데, 국내에서 '수상을 저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는 예는 찾기가 쉽지 않다. 98년 르윈스키 스캔들로 집권 말인 지금까지 도덕성 시비에 시달리는 클린턴 대통령이 함께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미국 내에서 그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아니라 남북통일이 성사가 돼도
일부의 반DJ 정서를 돌려세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자조적인 지적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김대중
정부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이 같은 일부의 '그릇된 충성'에 '과민반응'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돌출 행동의 원인이 '순수한 충성의 표시'였든 '극단적인 아부'였든 정치인 DJ의 처지를 정말로 생각한다면 지켜야할 금도가 있다고 본다.
97년 12월 대선 투표일 오전에 행여나 호남지역의 투표율이 높으면 영남지역의 '반DJ성향표'가 결집될까봐 노심초사하며 투표를
오후로 미뤘던 호남민초들의 신중한 행보.
그런 것이 이른바 김대통령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요구된다고 본다. 적어도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03년 2월까지는...
첫댓글 대통령님께 큰절을 한다고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봅니다..절을 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가요..작년 어버이날 회원들이 대통령님 내외분을 찾아뵈었을 때 송지영님이 큰절을 올렸었거든요..위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잘 읽 갑니다...언제나 수고하시는 종아니님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치하는요..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역사가 바로 잡히고 후손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작은 자부심을 갖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