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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봉사 현장 스크랩 CEO 자리 밀려났지만, 절에서 돼지 따며 행복합니다
묘락행 추천 0 조회 28 09.01.19 12:4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아침 일찍 볼일이 있어 절에 갔습니다. 서초동에 위치한 정토회라는 절입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한쪽 방에서 “짜르릉, 짜르릉” 하는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50대 남성 한 분이 열심히 돼지저금통을 깔로 따며 동전 개수를 세고 있었습니다. 보통 절이라고 하면아주머니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침 일찍(정확히 아침8시), 50대 남성분이 출근을 안하시고 열심히 저금통 따는 모습이 참 이색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저금통 모금액은 인도, 필리핀, 북한 등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문구류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답니다.

 

그런데 “옆에서 이분은 CEO 하시던 분이야. 그런데 봉사하러 나오신 거야... 매주 정말 열심히 나오셔...” 하시는 겁니다. 과연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서 봉사를 하시는 것일까 물어보았습니다. 

 

 

△ 절에서 돼지 저금통 따는 봉사를 하고 계시는 정효진님.

 

Q. 언제 봉사하러 나오시나요?

 

두 번째 월요일, 네 번째 월요일 마다 정기적으로 나옵니다. 요즘은 방학이여서 저금통이 많이 모여서 매주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저금통이 갑자기 많이 들어오는 날이면, 급하게 봉사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Q. 경기가 어려운데, 오히려 저금통이 많이 들어오는가 봐요?

 

예, 요즘 많이 들어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더 이런 캠페인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겨울에는 더욱더 이런 마음들을 많이 모아주잖아요.
특히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는, 어린 아이들이 매일 매일 저금통을 보내주고 있어요.
저금통에 든 동전량은 적지만, 개수는 평소보다 2배로 많아진 것을 보면, 아이들이 낸 것이구나 그방 알 수 있죠.

 

Q. 이런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2년 되었어요.

 

Q.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우연한 계기에 불교방송에서 법륜스님 강좌를 들었습니다. 보통 스님들이라고 하면 자기 일을 선전이나 하려고 하는데, 법륜스님은 자신을 낮추면서, 서민들과 가깝게 대화하려는 것이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와닿았어요. 법륜스님의 제3세계 구호활동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도 함께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절에 찾아왔는데, 봉사자들이 참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봉사하겠다고 봉사할 일거리를 찾았습니다. 작은 일들이라도 해야겠다고 말이죠.

 

동전 만지면, 손이 정말 지저분해 지지만, 이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보람이 더 크고 즐거워요.

 

Q. CEO였다고 들었는데요, 다니시는 직장은 어떻게 하시구요?

 

저는 부산 해양대학을 1964년에 졸업해서, 젊은 시절을 대부분 배 위에서 선장 생활을 하며 보냈습니다. 한국 제일의 중공업 회사에서 컨테이너 선을 처음 만들었을 때, 제가 선장을 했었습니다. 한국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장이었습니다.^^ 육지에 와서도 회사의 CEO를 맡아 업무를 총괄했었습니다.

 

CEO가 되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했었습니다. 무조건 위로만 올라가려고 아등바등 살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며 돈을 벌 때보다 돈 한푼 안버는 지금이 더 즐겁습니다. 위로 올라가려고만 하느라 정신적으로 스트레TM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 없이 남을 돕는다고 생각하니까 인생이 즐겁습니다.

 

회사에서 그렇게 힘들어하다가 부인의 소개로 어느날 절에 찾아갔어요. 부처님 앞에 앉았는데, “이 못남 놈아... 왜 그렇게 잘나지도 못한 것이 그동안 까불고만 살았느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동료들을 밀쳐내며 앞서가기 위해 경쟁하며 살아온 제 삶이 되돌아봐졌습니다. 타인의 불행위에 나의 행복을 쌓고 살아온 것이지요. 그냥 참회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그 때가 2년 전이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속된 말로 짤렸지요. 그 이후 이제는 봉사하는 삶으로 여생을 보내야겠다 다짐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매주 나와서 즐겁게 돼지 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Q. 봉사활동 하시며 힘드신 점은 없나요?

 

힘든 건 없어요. 이곳에 올 때마다 오히려 재충전해 가고 있습니다.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 몸과 마음이 재충전이 됩니다. “인생을 이렇게 살 수가 있었는데...” 하면서 늘 즐겁습니다. 올 때 마다 즐겁고 그 즐거움이 집에 가서도 몇 일 계속 되요. 즐거움이 다 떨어진다 싶을 때면, 다시 절에 와서 돼지 멱을 따며 봉사를 합니다^^.

 

Q.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한참 돼지를 따다 보면 손에 때가 잔뜩 뭇는데, 그 때 묻은 손을 보면 보람이 느껴집니다. 회사 생활 하면서 수천만원을 만지며 살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10원짜리 50원짜리 모아서 은행에 입금시키고 났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습니다.

 

Q. 요즘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거사님처럼 회사에서 밀려난 남성분들도 참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성분들에게 힘내라는 말씀을 좀 해주세요.

 

경제 위기다... 위기다... 라고 하는데, 제가 대학을 졸업한 1960년대만 해도 60%가 실직자였어요. 그래도 직장에 취업만 하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직장을 다녔어요.

 

제가 바다 생활을 오래했지만, 파도가 있기 때문에 배 타는 재미가 있고 기술이 발전하는 거예요. 고통을 겪으면 반드시 좋은 길로 갑니다. 힘을 내십시오.

 

나이 드신 분들은 젊으신 분들이 계속 올라오니까,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것을 즐기십시오. 밀려나도 주위를 잘 살펴보면 할 일이 많습니다. 환경미화원 청소를 해도 좋습니다. 저처럼 이렇게 돼지 따는 봉사활동이라도 같이 합시다.

 

아니면, 봉사활동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면 무엇이든 아무 소용이 없어요. 직장생활도 스스로 마음을 내서 해야 즐거워요.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면 인생이 행복해집니다.^^ 힘을 내십시오~
 
100년 전, 30년 전, 국민소득 천불도 안될 때 그 때도 잘살았어요. 그러니까 경제가 어려워서 못사는건 아니다 이말입니다. 실제로 경제가 어려운 것 보다는 내가 경제가 어렵다라고 생각을 하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내가 못살겠다고 생각을 하는거지, 우리가 옛날에 비해 못사는건 아닙니다. 내일 아침에도 일어나보면 살아있어요. 모레도 살아있어요. 내가 생각을 “하이고 못살겠다... 경제가 어렵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제는 돈 버는 거 때문에 직장 구하지 말고 진짜 당신 하고 싶은 일 하세요. 돈은 조금만 벌어도 괜찮으니까 이제 자기 이상을 실현하는 일을 했으면 해요. 대한민국의 50대,60대 남성분들... 그 동안에 고생 많이 했어요. 이렇게 마음을 가볍게 탁 놔버리고 한번 살아보세요. 행복한 세상이 열린 답니다.

 

너무나 행복한 인생을 살고 계신 분을 만나 아침부터 즐거웠습니다. 2009년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아우성입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때 나도 살기 힘들지만, 주위에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이나마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직장의 CEO 자리보다도 이런 봉사활동이 더 보람 있고 즐겁다는 이 분을 보며,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결국 행복이란 마음 속에서 비롯됨을 새삼 다시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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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20 19:05

    첫댓글 훈훈한 소식에 기쁨 나누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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