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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68
안철수 2011년 서울시장 양보하고 지지도 급상승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하고 지지도 급상승 닮은꼴
야권 대선주자 대안 부재에 반정치주의 효과 겹쳐
역대 대통령 선거 제3후보 당선된 적 한 번도 없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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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내던진 뒤 여론조사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매달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은 2020년 초 1%에서 시작해 추미애-윤석열 충돌 사태가 벌어지자 13%까지 올라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뒤에는 9%로 떨어졌다가 검찰총장 사퇴 뒤에는 순식간에 24%로 치솟았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윤석열 전 총장 지지도가 갑자기 상승한 이유가 뭘까요? 두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야권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안부재 반사이익이라는 얘깁니다. 둘째, 반정치주의입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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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부재론은 별로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2017년 홍준표, 2019년 황교안을 지지했다가 지금은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등 누구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면 윤석열 전 총장 지지도는 거품처럼 꺼질 것입니다.
반정치주의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반정치주의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만들고, 자본 기득권 세력, 분단 기득권 세력이 유포시킨 이데올로기입니다. 반정치주의에 감염된 사람들은 “정치에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거나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아예 하지 않거나, 당선 가능성 없는 정당이나 후보를 찍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선에서 늘 유령처럼 ‘제3 후보론’이 떠돌았던 배경에 반정치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3 후보’는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1992년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득표율은 16.31%였습니다. 1997년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19.20%였습니다. 2002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3.89%였습니다. 권영길 후보를 제3 후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07년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15.07%를 득표했습니다. 2012년에는 유력한 제3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1%를 득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정주영 안철수 후보가 전형적인 반정치주의 후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뒤 반정치주의 파도를 타고 정치에 입문한 경우입니다.
2011년 <안철수의 생각>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질문 :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말씀이시네요.
답변 : 많이 놀랐습니다. 국민들의 갑갑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이 저에 대한 기대로 모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분이 ‘안철수 현상’이라고 이름을 붙였던데요, 사람들 눈에 ‘구체제’라고 느껴지는 것들, 즉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과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경제시스템 등을 극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가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그런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닐까요? 제 자신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 열망을 간단히 뿌리치기도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과연 내가 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런 맥락에서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든, 혹은 직접 나서지 않아도 기성 정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든,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는데 과연 대통령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정치 경험의 부족은 분명 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한번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다면 어려움이 많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내가 자격이 있나’ 하는 고민이 깊은 것이기도 하고요.(중략)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에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갔을 때,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경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클린턴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정치 경험이 길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경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이다. 나쁜 경험을 오래 하는 것보다는 아무런 경험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얘길 했죠. 저 역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윤석열 전 총장도 “대선 출마는 욕심이 아니라 소명이다” “정치 경험은 없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나 윤석열 전 총장이나 반정치주의 파도를 타고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하면 안 된다고 저는 칼럼을 통해 명확히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보수 성향 논객 중에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논리 구조를 가졌는지 살펴봤습니다.
3월 8일 치 <동아일보> 박제균 칼럼
윤석열을 키운 건 팔 할이 문 정권이다. 정치가 생물이라 단언할 순 없으나 윤석열은 이번 대선에 뛰어들 것이다. 아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적확(的確)하다.
윤석열은 애초 정치할 뜻은 없었을지 모르나 생각보다 정치에 잘 맞는 사람이다. 책 10쪽을 읽고도 한 권을 읽은 듯 풀어내는 속칭 구라, 후배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고 그 구라를 푸는 보스 기질, ‘검수완박’에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으로 응수하는 조어(造語) 능력…. 정치는 말인데, 그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여의도 체질’이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폭정에 지친 이들이 ‘윤석열’을 환호하는 소리가 잠자던 그의 정치 본능을 깨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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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치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윤석열의 검찰총장 사퇴는 잘했다고 보면서 그의 대권 도전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이가 많다는 한 여론조사는 기만적이다. 윤석열을 내쫓고 싶은 문재인 지지 응답자들에 의해 왜곡이 빚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밖의 인물이 정치에 뛰어드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정치는 직업정치가가 해야 한다는, 그럴듯하지만 근거 없는 사고에 기인하고 있다. 이상적인 정치는 소명의식을 가진 지도자가 직업정치가들을 이끄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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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치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
윤석열은 문 정부의 위선을 고발하는 상징이 됐다. 야권 대선 후보가 서야 하는 정권의 대척점, 바로 그 좌표에 정위치하고 있다. 대선 가상 대결에서 윤석열만이 여권 대선 주자들과 승부가 된다. 반문(反文) 에너지가 윤석열 한 사람에게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문 정권의 재창출을 막으려면 윤석열을 우회할 수 없다. 그를 품어 안거나, 그를 딛고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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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치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전직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을 정치인으로 키운 건 8할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할 때 저항하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정치적 파산 선고를 받은 이명박·박근혜와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문재인이 수행한 대통령직을 윤석열이 맡지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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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쉽게 풀면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만들었다” “문재인도 했으니 윤석열도 대통령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보수 논객들의 이런 논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른 것이니 제가 보수 논객들의 주장을 직접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이 대통령을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대표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 국회의원, 정당의 대표를 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국정 경험과 정치 경험을 쌓아도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기가 어려운 것인데, “정치적 파산 선고를 받은 이명박·박근혜와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문재인이 수행한 대통령직을 윤석열이 맡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석열 전 총장이 정말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보다 대한민국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정치와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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