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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1209m) - 칼바위와 공룡능선을 타다.
영남 알프스의 산군 중의 하나로......언양 등억 온천 관광 지역을 지나서 간월 산장에 도착! 언젠가 한 번은 꼭 가 보고 싶었던 산행 코스였던 신불 공룡 능선에 도전! 칼바위 능선의 위험함 때문에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심한 날은 안전을 위해서 피하는 것이 좋다는 코스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는 전문 산악인들도 날씨와 여건에 따라 산이 그들을 받아 주는 날씨가 될 때까지 며칠이고 베이스 캠프에서 때를 기다려 산행을 시도한다고 한다. 비록 8000m급 고지는 아니지만..... 애송이 등산객이 겸허한 마음으로 칼바위에 오르기엔 정말 최적의 날씨였다.
햇살이 너무 강해도 바위의 열기가 힘들게 할 것이고, 비라도 오면 미끄러워 위험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중심을 잃고 안전 사고가 생기게 된다는데..... 신불산이 우리 일행을 참으로 어여삐 봐 주었을까? 흐릿한 날씨에 바람도 잠잠한~ 축복받은 날씨였다.
울산 8경 중의 하나라는 홍류폭포를 거쳐서 바로 치고 오르면 끝까지 오르막만 전개된다.
유격 훈련 받는 듯한 밧줄잡이 산행에는 어느 정도 이력이 나 있던 터이라 요령도 생겼고 담력 또한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며...참으로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 쯤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 꽃나무 이름은 모르겠지만 참으로 소담스럽고 예뻤다. 힘든 산행이지만....쉽게 들어 볼 수 없는 새소리와 신비하고 앙증스러운 야생화들을 바라보는 재미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 주며......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것이다.
몇 시간을 걸었을까? 지금 몇m를 올라 왔을까? 전망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산 밑을 바라보노라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름다움 때문에....... 신불산은 안개가 자주 끼는 산인데.....높은 고지에 올라 설 수록 안개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주변을 감싸고 도는 것이 또한 신비스러웠다.
칼바위 능선과 공룡능선을 외줄타기 곡예사처럼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기자니 온 몸이 찌릿찌릿......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젊은 청년들 한 팀이 모두 엉금 엉금 기다시피하며 가고 있고.... 나도 스틱을 접고서 아예 두 손을 바위에 밀착시켜 정신을 집중했다. 마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지만......어쩌랴 가장 안전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죽는데이~큰 일 난다! " 한 청년의 소리가 들려 왔다. 초긴장 상태로 고비 고비를 잘 넘기고 .....안개 속에서 일행들을 챙겨 보았다. 안전한 지점에 와서는 긴장을 풀고 ,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우며 사진을 찍었다. 그제서야 배가 많이 고픔을 느꼈다. 간식을 간단히 먹고 안개가 휘감은 산의 비경에 취해 있다가 다시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200m가 넘는 산이라 꽤 힘이 들었다.
산에서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여유롭게 산의 정취를 온 몸으로 느껴가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한달음에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겠지만......다리의 근력이 허락치 않는다. 그리고.....오르면 오를수록 사람의 의지는 강해지는 법이다. 주저 앉거나 포기하지 않으면...반드시 정상에 서게 되는 법이다.
정상에 다가 설수록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지 약간의 바람과 오묘한 안개 속의 감동, 그리고 안도감과 성취감이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신불산 정상 표지석은 두 개가 있었다. 기념 촬영을 하고.....점심 식사를 했다.
하산 코스는 올라 올 때에 비하면 아주 평이한 간월재를 거쳐서 간월 산장으로 원점회귀하면 된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안개가 심해서 아마 산 아래 동네에는 지금 비가 쏟아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 정비된 산길을 한참 내려오니 억새풀이 벌써 가을을 준비하는 모양인지 쑥쑥 곧게 자라나고 있었다.
내려오다가 우연히 발견한 글구가 마음에 들어 여기에 인용해 본다.
" 산은 언제나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산을 찾습니다. "
출발점에 돌아와 보니 안개의 흔적도 없는 맑은 날씨였다. 다만, 우뚝 솟은 신불산의 정상 부근에만......... 안개가 구름처럼 띠를 두르고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원점회귀형으로 총 6시간 30여분 정도를 소요하며 무사히 마친 산행에 감사하며....... 정말 즐겁고, 유익하며, 축복받은 산행이었던 것 같다. 오늘의 산행을 통해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족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만....... 성공적인 산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멋진 산행 코스 선택과 좋은 날씨, 좋은 벗들과 산행 분위기, 겸허한 자세.....
오늘 신불 공룡능선 산행은 그런 의미에서 모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 최고의 산행이었으며......... 한동안 그 짜릿한 스릴과 비경의 감동을 잊지 못 할 것이다. 다시 가고 싶고 , 추천하고 싶은........ 산행 코스다.
- 2008. 6.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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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을 읽고나니 내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가네...한마디로 멋지다...정열적으로 열심히 사는 친구야 존경한다....... 사진이 마치 그림엽서 처럼 잘 나왔네 ㅎㅎㅎㅎㅎㅎㅎㅎ따봉!
감사 사진은 원래 햇빛 강렬할 때 보다는 안개가 휘감으며 신비스러운 배경이 되어 줄 때 더 잘 나오는 법이오 더 늙기 전에 열심히 다니고 아직 얼굴 봐 줄만 할 때 사진 팍팍 찍어야징산행 마친 후 일행들과 구워 먹은 생돼지고기 그 맛이 일품이었음. 동기들 산행도 이 곳으로 한판 추진해 볼까 싶은데.....
김샘 유격훈련 덕분인지 팔에 알통 생긴것 같은데 ? 잘못 봤나 ?
선생님 덕으로 영남알프스 구경 다한거 같습니다. 또 있나요? 더불어 할날이 정말 같이 있다하면 느즈막히라도 그림자 따라가고 싶어 집니다.
아직 영남 알프스 일대 산들....아직 가 볼 곳이 많이 남아 있지요....체력 관리 잘 하고 함께 길 나서는 날을 고대하고 있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