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패스의 마지막 행선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86층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1885년 시카고에 최초의 마천루가 세워진 이래,
미국 도시들은 건설 붐의 영향 아래 점점 높아져가고 있었다.
1920년대 말, 크라이슬러의 윌터 크라이슬러와
제너럴 모터스의 존 제이콥 래스콥은
누가 가장 높은 빌딩을 짓는지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덕분에 뉴욕에는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탄생했다.
1930년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월가의 주식 시장이 붕괴했고,
미국은 대공황시대로 접어들었다.
래스콥은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빌딩을 완성하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초기 계획보다 절반에 불과한
4,100만 달러의 비용으로 완공됐다.
총 높이 381미터, 102층의 건물로
이미 완성된 크라이슬러 빌딩보다는
무려 61미터나 높았다.
사진 속에 둥근 자동차의 휠을 연상시키는
꼭대기가 있는 건물이 크라이슬러 빌딩이다.
밤에 조명까지 들어오면 뉴욕의 마천루 중에서
단연 가장 우아하고 멋진 건물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견고하게 지어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때
건물 79층을 폭격기가 들이받고 추락했으나,
이 빌딩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건물이 개관한 1931년은 대공황과 맞물려 있어서
건물 내 사무공간 대부분이 임대되지 못하고,
'엠프티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고.
가장 높은 102층 전망대는 유리로 막혀 있고,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86층 실외 전망대에서 구경을 한다.
전망을 보기에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좋은 날씨였다.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나 록펠러 센터 모두 야경만 보다가
이렇게 맑은 아침에 초고층에 올라와보니
멋지기는 한데, 약간 쓸쓸할 기분마저 들었다.
<러브 어페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킹콩> 같은 영화에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밤이 되면 빌딩 위쪽의 30층에 조명이 커지는데,
특정 기념일이나 계절에 따라,
또 미국에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다양한 색으로 바뀐다.
작년에는 짐바브웨에서 희생된 사자, 세실을 추모하며
야생동물 보호를 되새기는 대형 프로젝터로
빌딩에 동물들의 영상을 투영시켰다.
5번가를 가로지르는 버스를 타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왔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고대부터 현대,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19세기 후기 낭만파에 이르기까지
유럽 회화와 조각, 사진작품 등 소장품만 해도
300만여 점이 넘는다.
1, 2층에 전시물이 집중되어 있는데,
각 윙(건물) 별로 주제가 나뉘어져 있다.
1층의 이집트 관의 새클러 윙은 그 규모부터 보는 이를 압도한다.
1978년 이집트 정부가 기증한 덴두르 사원.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를 점령했을 때 만들어진 사원인데,
댐 공사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이를 철거해 미국에 기증했다고 한다.
영어 동화책의 숱한 소재로 쓰였던 미이라.
머리는 사자, 몸은 여자의 몸을 한 동상이 인상깊었다는데,
사진을 찾을 수가 없네.
하이라이트 투어 듣는 시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상형문자가 새겨진 비석.
미국의 현대 조각가인 프랭크 두버넥이
이태리에서 같이 그림 공부를 하던 아내가 죽은 뒤,
그 슬픔을 담아 만든 아내의 조각상,
"Tomb effigy of Elizabeth Boott Duveneck"
아시아 지역 미술품과 관련해서
중국실, 일본실, 동남아실에 이어
한국관도 1998년 개관했다고 한다.
여기는 일본실.
아담한 분위기라 그린이가 좋아했다.
활을 쏘고 있는 달과 사냥의 여신
황금색으로 도금한 '다이아나상'이 있는 홀.
1층 창쪽에 카페가 있어
중간에 쉬기 위해 두어번 들렀다.
실외같은 분위기의 실내 한 벽면.
그리고 어느 미술관에서나 가장 인기를 끄는
19세기 유럽의 회화와 조각들.
르누와르와 고흐, 고갱, 세잔 등
신고전주의에서부터 후기 인상파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나 보던 작품들로 넘쳐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물주전자를 들고 있는 젊은 여인" 1662
파블로 피카소 'The blind Man's meal' (1903)
소녀의 마음에 드는 드가의 작품들.
2층 발코니에서는 오후 늦게
실내악 연주도 들을수 있었다.
박물관의 2층 난간을 카페로 활용한
공간 활용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미술관에 있던 불교 벽화
설명이 필요 없는 렘브란트의 자화상.
얼추 5시간 가까이 보고 나니
이제 더이상 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5번가에 왔으니 그린이가 좋아하는 참치 샐러드를 먹으러
다시 찾은 식당 '비아 쿼드론노'
저 진열장에 가득한 맛있는 케잌과 와인들...
은 내일 워싱턴으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먹지 못하고 8시에 집에 도착해서 빨래를 시작했다.
내가 왜 그렇게 일정을 짰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뉴욕 - 워싱턴 - 뉴욕 - 보스턴으로 돌아볼 계획이다.
그래서 내일은 새로운 도시, 워싱턴으로.
첫댓글 아무리 한 달에 한 번 업데이트 하는 수준이지만.. 남편의 댓글도 없고..
내 탓이오.
어 왜 댓글 안 달았지..??
ㅠㅠ 다음 글에도 없습니다..
말로만 듣던(혹은 사진과 영화로만 보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전망,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와우~ 부럽기만 합니다.^^ 죽은 아내의 조각상과 베르메르의 그림이 가장 인상 깊어 보여요~
다 필요없소.. 인생은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