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예로니모 성인)
1998년에 외국주재근무를 끝내고 귀국해보니 우리 구역의 구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처음으로 구역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구역장을 맡게 되었으나 그때부터 혼자만의 속앓이가 시작되었다. 구역모임을 할 때 복음나누기를 하는데 성경을 모르니 제대로 복음나누기를 할 수 없어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혼자 고민하다가 주임신부님께 면담을 신청하여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조언 말씀을 해주셨다.
첫째, 매일 새벽미사에 참례하고, 미사 참례 전에 그날그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묵상하고 와라. 그렇게 3년을 하면 성경을 통독하는 셈이 된다. 둘째, 그룹성경 반에 들어가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해라. 셋째, 혼자만의 신앙생활을 하지 말고 신심단체에 가입하여 봉사하는 삶을 살아라.
지금 생각해보면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운 말씀이었는데 주저 없이 다음 날부터 새벽미사에 참례하면서 매일미사책의 독서와 복음을 미리 읽고 묵상하고 갔더니 신부님 강론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고 성체를 모실 때마다 기쁨이 충만하였다.
아울러 그룹성경 반에 등록하여 창세기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구역장 맡은 지 1년 만에 주임신부님께서 총구역장을 맡아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구역을 활성화하라는 당부 말씀을 하셨다. 순명하고 총구역장을 맡아 1년간 노력한 결과 5개 구역만 구역장이 있던 것을 총 25개 구역 전체의 구역장을 임명하고 활성화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오묘했던 것은 구역활성화를 위한 노력 중에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주님께 간구하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주셨고, 내가 하는 일이 이웃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해주셨다는 점이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요한복음을 공부하던 중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성모님의 가슴 아픈 상봉을 마주하면서 그 큰 고통 중에서도 제자 요한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성모님을 부탁하시는 예수님의 절절한 효성의 말씀이 결국에는 내가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전에는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시다 라는 단순한 마음의 공경심이었으나 성모님을 우러르는 마음이 마침내 “내 어머니시다” 라고 바뀌게 된 것이다.
성모님의 사랑에 이끌림을 받자 내가 성모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어 성모님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성모님에 대한 책들을 섭렵하고 성모님에 대한 교육이나 피정을 찾아다니고 속해 있던 쁘레시디움이 이름을 따 온 파티마 성지를 다녀오고 그러는 과정에서 회계, 부단장을 거쳐 쁘레시디움 단장을 연임하고, 꾸리아 단장에 이어 꼬미씨움 단장으로서 오늘도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레지오 생활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일은 우리 쁘레시디움 단원이 다섯 명으로 감소하였을 때와 단원이 너무 많아 오히려 독이 된 때이다. 쁘레시디움이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었을 때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중의에 따라 간부진을 개편하고 내가 단장직을 맡았다.
한 사람만 결석하면 간부들만으로 주회를 하거나 심지어는 두 사람이 주회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여 성모님만 바라보면서 “성모님, 도와주십시오.”하고 일심전력으로 기도에 매달렸었다. 어떻게 하면 새 단원을 입단시켜 쁘레시디움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데만 모든 생각을 집중하였다.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교우 중 입단권유 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 살피느라 미사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미사 끝 파견성가를 부를 때 미리 1층에 내려가서 내려오는 교우를 붙들고 입단시킨 때도 있었다.
그렇게 성모님의 돌보심으로 단원이 늘어 15명이 되었을 때 꾸리아에서는 분단을 재촉했으나 나는 한 명만 더 채워서 16명이 되면 분단하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단원이 다시 줄어들자 그것이 나의 교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꾸준한 기도 속에서 매일미사 복음해설을 카톡으로 전 단원에게 보내고 가톨릭출판사의 가족회원에 가입하여 한 달에 한 권씩 영성서적을 돌려 읽으면서 부족한 영성을 채우고 한 달에 두 번 치매노인 돌보기와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장애우를 돕는 노력봉사를 하면서 사랑의 마음을 키우는 등 내실을 다져 마침내는 꾸리아에서 모범되는 쁘레시디움으로 자리 잡았고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단장직을 인계할 수 있었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장 이상적인 신심 단체이다
레지오 마리애를 이상적인 신심 단체라고 말한 이유는 레지오 마리애 교본 제2장에서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을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치레 적이고 형식적인 믿음이 아니라 언행이 일치된 성화된 믿음이어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으므로 레지오는 그러한 믿음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들은 스스로를 성화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꼬미씨움 단장으로 선출된 시점부터 제일 먼저 중점을 둔 것도 다름 아닌 단원의 성화였다.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시급하고 절실한 부분이라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인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기 위해 성경통독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레지아의 방침에 적극 동참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추구하고 싶은 것은 레지오 마리애 교본대로 따라 생활하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본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충실하도록 거듭 교육을 실시하여 기본에 충실한 단원을 많이많이 양성하는 일이다. 세 번째로는 청년 Pr.을 많이 설립하고자 한다. 청년들은 우리 교회의 미래 희망이다. 청년 레지오 단원들이 많아지면 우리 레지오 마리애의 장래가 보장된다. 불확실성과 각박한 세상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레지오 단원으로 입단시켜 확고한 신념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네 번째로는 가정성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가정은 작은 교회이다. 가정이 성화되어야 교회도 성화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발걸음으로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와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에서 공동으로 제공하는 가족사랑 나눔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 꼬미씨움 산하 모든 쁘레시디움이 주회합에서 이를 실행하여 모든 가정이 성화의 은총을 누리게 하고 싶다.
예, 여기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주님은 부족한 나를 끊임없이 부르셨다. 소공동체 활동으로, 성경봉사로, 레지오 마리애로… 이 얼마나 넘치는 은총이었던가? 특별히 자랑할 만한 믿음은 아니었어도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부르심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적은 없었다. 불러주심에 감사하고 부족한 능력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버려진 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갈고 닦으면서 주님이 부르시면 언제라도 달려가는 “예스 맨”을 지향하며 살고자 한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