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산화서聚散花序
수국 곁에 내가 있고 당신이 왔다 당신의 시선은 수국인 채 나에게 왔다 수국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잠깐 숨죽이는 흑백사진이다 당신과 나는 수국의 그늘을 입에 물었다 정지 화면 동안 수국의 꽃색은 창백하다 왜 수국이 수시로 변하는지 서로 알기에 어슬한 꽃무늬를 얻었다 한 뼘만큼 살이 닿았는데 꽃잎도 사람도 동공마다 물고기 비늘이 얼비쳤다 같은 공기 같은 물속이다
*수국의 꽃차례는,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그 주위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거기서 다시 가지가 갈라져서 그 끝에 꽃이 핀다.
불가능의 흰색
흰색의 눈에 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수컷 곰이 배고픔 때문에 새끼를 잡아먹는 북쪽에는 남몰래 우는 낮과 밤이 있다 흰색의 목마름이 색깔을 지운다면 지평선은 얼음을 지운다 허기진 북극곰이 흰색을 삼키거나 애먼 흰색이 북극곰을 덮친다 얼룩진 흰색과 검은 흰색이 아롱지듯 겹치고 있다 솟구치는 선혈과 찢어지는 피륙마저 희고 붉기에 금방 얼어버리면서 흰색이 아니었지만 흰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불가능한 흰색이 되고 만다 가까스로 흰색 너머 낮달의 눈가가 짓무른다면 유빙을 떠도는 드라이아이스는 유령이라는 단막극을 되풀이한다 용서를 구하는 북극황새풀이 흰색 앞에 엎드린다 사랑한 것들로부터 상처받은 흰색이다 흰색의 손과 내부가 서로 등 돌리고 있다 하루 종일 환하거나 어두운 여기 흰색이라는 귀 없는 해안선이 자란다
첫댓글 왜 풀끝에 아니고 풀 끗혜 라고 했을까요 무슨의미인가요
아무 의미 없습니다. 가령 풀끝이 맞을지라도 거시기 시인이 풀 끗혜 라고 한 것 또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좀 까불 줄 아는 것들을 관찰하면 여기에 대한 답은 나오리라 봅니다. 원래 겉만 화려한 것들이 뭐 그렇지 않나요?
님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를 아끼시는 분이라면 내용과 형식 중 그게 좀 어렵긴 어려우나 뭐 그런거 아닐까요?
말보다 실천 그런 말이 있듯 시를 쓰는 시인 또한 말보다 실천 그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