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요한복음 2,13-22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축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성인 성녀의 축일은 알아도 성당
축일이라든지 건물 축일은 잘 지내지 않지요. 도대체 이 라테라노 성당이라는 곳이 어느 정도의 규모이며 어떤 의미가 담긴 건물이길래 해마다이렇게 축일을 지내는지 의아해지는 것이지요. 거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고 승천하신 후에 제자들은 예수님이 주님이라는 것을 두려움 없이 큰 목소리로 전하기 시작했고, 그리스도교는
차차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로마에까지 들어가게 된 그리스도는 그곳에서 호된 박해를 받습니다.
로마에는 황제 숭배 사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를 인정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대대적인 박해가 계속 이어졌는데 그 박해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로마의 혹독한 박해를
이겨내고 희망을 주기 위하여 요한 묵시록이 쓰여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대적인 박해는 313년 까지 약 250년 이상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에 의해 종교의 자유가 선언되면서 그 막을 내리게 됩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당시 교황님께 왕궁을 선물하였고, 그때 처음으로 지어진 성당이
바로 이 라테라노 대성당인 것이지요. 라테라노에 교황좌가 있는 아주 큰 성당이 세워진
것입니다.
교황님은 대부분이 라테라노 대성전에 머무르셨고 나중에는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기셨는데 베드로좌가 있었던 성전이 바로 이 라테라노 대성전입니다. 이 성전은 전 세계 교회의 일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324년에 지어졌고 11월 9일에 축성식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을 축일로 지내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수님 당시의 시대 배경을 좀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사건이 벌어진 곳은 과월절이 가까워진 때의 예루살렘 성전 마당입니다. 과월절이 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다인들은 모두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일 먼저 둘러엎으신 것이 이 환전상들의 가게였지요. 환전상들은 상권을 독점하고 부정과 착취를 밥먹듯이 하고 있었습니다. 환율에 따라서 환금 수수료를 적당히 받아야 하는데 엄청난 폭리를 취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말씀은 당신의 몸을 의미한 것이었습니다. 성전의 의미가 건물에서 사람의 몸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건물 자체는 그냥 건물일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거룩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건물 자체를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은 어디나 거룩한 곳으로 건물 자체가 거룩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교회를 건물이 아닌 신자 공동체의 모임으로 정의 내렸습니다.
옛날에 우리는 '성당'하면 건물만을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자들의 모임, 믿는 이들의 모임 자체가 교회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성전에 대한 개념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몸을 모시고 또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사는 자체가 바로 교회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성체를 모시면서 주님과 일치되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때 내가 바로 주님의 성전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성당에서 예수님의 몸을 모시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이제는 내가 바로 생명의 물, 생명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집에서 생명이 움터 나오고, 내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풍요로운 결실이 맺어지며, 내가 나가는 회사가 어둠과 오류의 집단이 아니라 빛과 정의의 집단으로 변화되는 것, 이것이 바로 생명수인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성전인 우리 신자들이 살아야할 삶의 모습입니다.
서울 위례 성모승천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