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니엘의 집 가족들과 영화관람을 가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쳐다봅니다.
요즘 주말이면 늘상 비가 오시는데 오늘은 히안하게 '햇빛은 쨍쟁 모래알은 반짝' 이는 날이네요.
브니엘의 집 가족들과의 영화관람은 이런저런 일들로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어쨋든 9월 4일, CGV프라임 신도림에서 상영하는 '라스트 에어벤드'를 가게 되었습니다.
영화관이 있는 구로테크노마트가 복잡한 곳이고 브니엘의 집 가족들과는 첫 외출이라 조금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부지런히 가족들 저녁 식사를 준비해놓고, 비비안나님이 준비하신 쌀 30KG을 싣고, 아이들을 태우고 가기 위해
브니엘의 집으로 출발.
"아 참 외출하려면 짝꿍을 정해야 하는데..."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색종이를 두가지 색으로
10장 10장씩 잘라왔는데 가는 차안에서 숫자를 쓰고 같은 숫자의 두종이를 맞대면 겹쳐지게 하트를 그려넣습니다.
조금 더 일찍 생각했더면 좀 더 크고 멋지게 만들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런대로 아이디어 만족...^^"
도착하니 모두들 반가워하며 손을 만지고 수현이는 볼에 뽀뽀까지 하며 반가워합니다.(와중에 사진기 의식하고 있다는ㅋ)
오랜만에 나들이하는 날이라 언제나 깔끔한 용완씨는 머리를 멋지게 손질한 표가 대번에 납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까지도 얼굴이 홀쪽해져서 걱정을 시켰던 광수 아저씨는 얼굴이 많이 좋아졌는데 온 얼굴에
웃음이 벙글벙글입니다.
'광수 아저씨? 글케 좋아요? " 하니 "네~" 합니다. (높임말을 잘 쓰시는 착한 광수아저씨^^")
휠체어를 타는 병철씨는 따로 출발을 하고 남자들은 봉고차에 타고 여자 아이들은 자가용을 타고 영화관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자가용을 탄 수현이와 영은씨는 매우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먼저 떠난 봉고차를 멀리서도 잘 찾아내어
뒤따라가니 좋아합니다.
지적 장애 2급인 수현이와 영은씨는 가면서 브니엘의 집 다른 가족들이 다니는 교회를 일러줍니다
차와 길을 잘 알아낸다는 칭찬에 으쓱해져서 조잘조잘 수다가 늘어집니다.^^"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수님이 봉고차를 타고 먼저 도착한 아이들과 앉아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보고도 반가워서 좋아하시는 광수아저씨 찰칵!
상영시간을 기다리면서 그래도 영화관에 오면 팝콘 먹는 재미도 여간 아닌데하며 팝콘을 사서 열심히 맛나게 먹습니다.
(영화는 안 보고 먹는 것에만 몰두해서 영화도 못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니 먹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다닐 짝꿍을 정하는데 색종이를 잘라 만든 작은 카드가 작은 재미를 줍니다.
파트너는 매번 바뀌면 좋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이 편애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골고루 사랑을 주면 좋겠습니다.
1관 앞에 갔는데 안내하는 총각?이 5관이래서, 갸우뚱 하며 몰려 갔는데 다시 오더니 1관이라네요. 총각 바봉! ㅋㅋ
다시 1관앞으로 가서 드디어 입장을 하는데 안경을 줍니다. 3D영화용입니다.
선글라스같은 안경을 쓰더니 웬지 기분이 좋아져서 모두들 한컷 하고 싶어합니다. 이렇게요!~ ㅎㅎ
영화관을 들어서면서 용완씨가 아! 좋다. 합니다.(그날 제 짝꿍이 용완씨여서..주로..용완씨 감상을...ㅋ)
국내 최초 스타디움식 멀티플랙스로 극장문화를 선도한다는 선전답게 빨간 의자와 안정된 공간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영화가 시작됩니다. 더 연기할 수가 없어서 그래도 관객수준과 상황을 고려하여 최상으로 고른 영화였지만,
그래도 저는 조금 마음에 차지않는 마음에 있어서인지 브니엘의 집 가족들이 재밌어 할런지 마음이 쓰입니다.
만화영화였더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습니다. 그래서 용완씨에게 물어봅니다.
"용완씨 재밌어요?" 하니 "네~ 재밌어요 ㅎㅎ" 합니다. 아. 다행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다 그렇게 용완씨처럼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입체영화이고 물이 솟구치고 불이 싸아~~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이니 재밌어할거야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피곤해진데다 저는 싸우거나 환타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중간에 잠깐 졸뻔도 하고 ...캑(저 옛날에
'스타워즈'보면서 존 전력이 있다는.
다행인 건 주인공인 아앙이 너무 귀엽고 무술을 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표정들을 살펴보니 그런대로 만족해하는 거 같아서 아 다행이다 하고....^^"
영화를 마치고 식사하기엔 좀 이른 시간이어서 하늘공원에를 갑니다. 경복궁이라 이름 지은 아담한 한국식
정원이었는데 조그마한 호수도 있고 기와집도 있고 꽃들도 있고 한국적 정취가 피어나는 공간이었습니다.
손에 손잡고 구경하며 그리고 이렇게 기념사진도 찍고요..
그리고 식사를 하러 갑니다. 식당가에 가서 뭘 먹을까 살피다가,
19명의 인원이 들어갈만한 소담한 공간과 그리고 대부분이 좋아하는 맛날 거 같은 전주비빔밥으로 들어갑니다.
(영화 보다가 용완씨에게 뭐가 맛있냐고 물으니 비빔밥..했는데 용완씨 딥따리 좋겠다는)
값도 착하고 음식도 맛있고 푸짐하고, 참 좋은 선택이었다는.
맛있게 먹고 후식을 먹는데 셀프 커피입니다.
두공님이 커피를 뽑다가 광수아저씨에게 좋은 제안을 했습니다. 커피를 나르는 건데 조심조심 어찌나 잘 하던지요.
거기다 온 얼굴에 웃음꽃을 만들며.
"저도 주세요 저도요~" 하는 주문에 더욱 신이 납니다. 마치 우리가 어렸을 적 학교에서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면
인정받는 느낌에 자신이 대견해지는 그런 느낌 비슷한 거 있잖아요. ....^--^
여튼 광수 아저씨 얼마나 좋아하며 커피를 이쁘게 갖다 주시는 지.... 그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자꾸자꾸 웃으며
웃은만큼 기분도 자꾸자꾸 좋아졌지요.
지하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면서 테크노마트 매장안을 걸어가면서, 처음 보는 브니엘의 집 가족들은 모든
것들이 신기한가 봅니다. 옷 매장 앞을 지나면서 서있는 마네킹을 보며 가리키며 "우와 저것 봐" 하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반짝거리는 악세사리 가게 앞을 지나면서 '와~ 이쁘다 이쁘다' 합니다.
우리는 만남의 광장 소파에 앉아있고, 제다이님이 마트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먹는데 광수 아저씨는
제가 한개도 다 못먹었는데 그 사이에 2개나 먹었습니다. 말만 아저씨지 꼭 아기같아요. ㅋ
수님이 준비해오신 귀여운 장난감들도 주고요.
이러다저러다 보니 시간이 꽤 빨리 지나갑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헤어질 시간은 빨리도 오는 거 같습니다.
"병철씨는 전철 타고 가나요?" 했더니 "아니요 그냥 이 휠체어 타고 가요" 합니다.
"아니 거기까지 휠체어로요" 하니 "네에~ " 하고 씩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에고 힘들텐데...
과묵하지만 다정한 병철씨는 언제나 씩 웃습니다.
지하 4층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눕니다.
헤어질 때는 언제나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봉고차에 타서도 손을 흔들며 보내는 사람들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듭니다.
다시 수현이와 영은씨를 브니엘의 집에 데려다주는데 네비보다 더 잘 안다는 비비안나님의
칭찬에 밖을 내다보며 이리로 저리로 합니다. 칭찬은 아이들을 춤추게 합니다.^^"
브니엘의 집에 도착하니 "이제 또 언제 와요?" 하고 묻는 아이들...
"오래 안 오면 보고 싶어요." 하는 은양씨의 말이 깜깜한 허공에 메아리치듯 퍼져갑니다.
제법 시원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속에 가을 내음을 느끼며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합니다.
'라스트 에어밴드'에서 마음에 들어왔던 대사가 있습니다.
"물은 모든 것을 수용한다" "마음이 물처럼 흐르게 하라." 라는
조금 졸 뻔도 했는데 용케 이 좋은 말은 마음에 쏘옥 들어왔네요~~ㅎㅎ
'오늘 참 즐거웠고 수고많으셨다'고 그리고 "이거 잃어버리면 안 돼요" 하고
짝꿍 용완씨가 고마운 마음으로 수줍게 건네준 알록달록 고운 색깔의 고리처럼
오늘 하루 고운 마음들이 물처럼 흐르던 좋은 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짝꿍 용완씨 처럼 맑은눈을 가진 그들과 정말 좋은시간 보내셨군요. 차말로 수고하셨습니다.
네에~ 고맙습니다 메이디님, 메이디님도 요즘 수고가 참 많으시지요?
아기자기하게 처음 출발부터 엮어준 1004들의 나들이 잘 보았네요.물론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고 운동도 되시겠지만..땀 많이 흘리셨겠네요.5천원이면 이용하던데..담에는 택시 이용해 움직이도록 해드리면 좋겠다요
그나저나 마지막 병철씨와의 대화에 맘이 짠
장애인택시 서울 아무리 먼 거리도
병철씨를 생각하는 바욜렛님의 마음에 저도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근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어서..여기선 다 말할 수도 엄꼬요. 사용해야하는 장애인들 수에 너무나 턱없이 모자라는 장애인택시에 관한 문제들이지요...글구 그날 병철씨가 휠체어 타고 왔다면 그 뜨거운 낮 시간에 무척 목도 말랐을터인데 처음엔 휠체어타고 거기까지 온 줄 몰라서 음료수도 못 챙긴게 미안한 마음이..그리고 저녁 일찍 먹고 집에 휠체어타고 갔으니 배 다 꺼져서 잘 때 배고파겠다는 ...다음부턴 조금 더 세심하게 마음써야지 생각합니다.
들꽃님 수고 많이 하셨네요. 훈장님 목정님 수님 모두 수고가 많이셨습니다.
하나또하나님도 그렇고 오시는 사오모님들은 준비된 봉사자같다는. 모두들 익숙하지 않은 일인데도 참 잘 하시니. 요즘 브니엘의 집 가족들이 다른 봉사자들이 오면 안경 쓰고 영화 봤다고 자랑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