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최옥자
가녀린
몸 하나에
영혼을 당겨 와서
세파에 절여 있는
고독을 빛내주고
가없는
아픔을 꺼내
밤새도록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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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임종찬
한 장의 물빛 열고
솟아오른 목숨인가
실밥을 따는 아픔
낸들 어이 없을까만
받쳐든 구층 하늘이
만 근 쇠로 누른다.
셈하면 당신 생각
염주보다 더 무겁고
일주문 열고 앉은
부처님 미소 닮아
내 안에 더운 말씀이
연밥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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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관을 지나며/ 박권숙
문경에 와서 문득 길이 새였음을 안다
긴 침묵의 부리로 석양을 쪼고 있는
거대한 저 바위들도 원래 새였음을 안다
죽지뼈 한 대씩을 부러뜨려 길 밝히고
부신 뒷모습으로 재를 넘는 가을 산
봉안사 극락전 한 채 봇짐처럼 떠메고
내게는 또 몇 개의 영과 재가 남았을까
그리움의 시위를 당겨 날개를 꿈꾼 이들
저렇게 새재를 넘어 먼길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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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김소해
함께 울어 울고 싶은 악기 하나 있어 좋다
울다가 잠이 들어 누가 이마를 짚어주는
그게 내 손바닥인 줄 적막인 줄, 하모니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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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연습 17/ 김일우
옛일 가지런히
잘 차려진 밥상에
서툰 젓가락질로
떨어뜨린 한 점 아픔
당신의
환한 울음 뒤로
나를 숨긴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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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뜻/ 김현우
밤마다 양귀비가 ‘소옥아!’ 불렀거니
궐(闕) 안팎 사람들이 그 소리야 다 들었네만
오로지 단 한 사람만 그 참뜻을 알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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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부산시조 아름다운 우리 시조 제47호/ 부산시조시인협회/ 2020상반기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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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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