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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초대형 자산운용 社몰려온다 | |
[헤럴드경제 2007-04-11 13:53] | |
퇴직연금시장 등 높은 성장성 매력…글로벌 각축장 예고
지난해 9월 메릴린치투신과 합병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된 미국의 블랙록자산운용이 오는 8월께 한국 자산운용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또 유럽 최대의 투자은행인 UBS도 대한투신운용 인수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업에 진출키로 하는 등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굴지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한국에 상륙함으로써 향후 한국 펀드시장에서 국내외 운용사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성락 블랙록자산운용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문서작업과 운용 인력 확보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6월 안에 금감원에 정식으로 설립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상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주요 출자자 자격요건 및 사업계획 요건 심사절차에 2~3개월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중 운용사를 설립하고, 본격 영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자산운용사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9월 메릴린치와의 합병은 전 세계 자산운용업계 최대 합병 사례로 기록됐다. 총 수탁고만 1조1000억달러(원화 1200조원 상당)에 달하며 세계 27개국에서 500명의 투자전문인력 등 4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49.8%를 보유한 메릴린치다. 국내에는 95년 사무소 형태로 진출, 역외펀드 56개를 판매하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진출 러시 예고=UBS도 국내 3대 운용사 중 하나인 대한투신운용 인수(지분 51%)를 통해 한국에 진출한다. 최근 UBS의 국내 운용사 인수에 걸림돌로 여겨졌던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의 미국 UBS에 대한 불공정거래(채권가격 조작혐의) 조사 결과가 이번 인수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UBS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작년 말 현재 총 투자자산이 2조9890억달러에 달하며, 세계 23개국에 3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앞서 JP모건은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자산운용사 설립 예비허가를 받았고, 지난달 말 본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주에 본허가를 위한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면 이달 중으로 정식허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운용사인 미국 라자드자산운용도 한국에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키로 하고 국내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라자드 경영진이 한국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라자드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라자드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진출하는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지난해 말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덱스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는 지난해 사무소를 내고 직원을 채용해 미국 현지에서 교육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유력 금융회사들도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지만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각축장되는 한국 자산운용시장=JP모건, 블랙록에 이어 UBS 등 외국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국내에 직접 진출하면서 국내 펀드시장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대형급’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본격적인 영업을 벌일 경우 이미 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계의 비중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에는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ING, 기은SG, 농협CA, 신한BNP 등 단독 혹은 합작형태로 총 18개의 외국계가 진출해 있다. 2007년 3월 말 현재 외국계의 펀드설정액 규모는 88조8330억원(역외펀드 제외)으로 국내 전체 펀드설정액 241조9080억원의 36.72%에 달한다. 특히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국내시장에서 판매에 주력하는 있는 역외펀드를 포함할 경우 외국계의 비중은 훨씬 큰 폭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대형 운용사들이 한국 자산운용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양성락 대표는 “현재 한국의 금융자산 중 간접투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특히 초기단계인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들이 해외투자를 늘리고 한국 정부 역시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을 바탕으로 외국계운용사들의 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