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입상자 여러분께 축하드립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막이옛길을 백일장 장소로 결정하면서 교통편 등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꼭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만 올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컸습니다.
주최 측의 기대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풀밭에 앉아 열심히 원고지 칸을 메운 문학도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올해도 우리 문협 회원들은 어김없이 여러분의 글을 돌려가며 읽고 또 읽어서 신중하게 입선작을 골랐습니다.
시제가 느티나무, 강, 길, 이어선지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토로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작품만 장원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운문에서1편 산문에서 한 편을 선정한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특히 초등부의 (운문) 이소연 작 <느티나무>와 (산문) 이샘 작 <길>을 앞에 놓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느티나무’는 바람의 숨소리로 자란다는 놀라운 표현이 있습니다. 귀엽고 깜찍하며 유쾌한 4학년 어린이다운 노래라면 이샘의 <길>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 ‘꿈’이라는 목적지가 있는 길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어른스런 의지의 피력과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향한 마음 앓이를 짜임새 있고 야무지게 잘 그린 수작입니다. 양손에 떡을 쥔 모양새라 할까요? 어떤 작품이 장원이 되어도 무방한, 그래서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편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순수한 눈으로 보는 느티나무, 곧 자연과 자아의 합창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등부에서도 똑같은 저울질을 해야 했습니다. (운문) 진효경의 ‘느티나무‘와 (산문) 남예원의 ’느티나무처럼‘인데 진효경은 느티나무에서 우람한 할아버지를, 그리고 할머니의 인자함을,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인내심을, 또 어머니의 헌신까지 읽어내는 따듯한 눈을 가졌습니다. 느티나무는 가족입니다. 그런가하면 무심하게 지나치던 나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쓴 남예원의 ’느티나무처럼‘은 많은 세월을 무관심 속에서 참고 견딤으로서 비로소 크고 우람한 나무가 된 것처럼 자신에게 모자랐던 인내심을 길러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기 성찰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음과 자기 성찰 중 문학성에 비중을 두어 ‘느티나무처럼’을 장원으로 올렸습니다.
고등부 장원 오현희의 ‘길’은
세상의 모든 길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신선한 표현과 시어 선택에 무리가 없어 점수를 많이 주었습니다.
차상으로 밀려난 작품 ‘길’은 (김광현) 할아버지와 나란히 걷는 시적 자아의 눈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깊이 드려다 보고 난 후 포커스를 맞춰 명징한 시어를 선택했다면 울림이 훨씬 강한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일반부 장원은 김명기의 산문 ‘나를 찾아 떠난 길’을 선택했습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자기성찰이 두드러진 작품이었습니다. 무전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과 느낌을 적었는데 <나보다 덜 갖고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만난 감명과 후회스럽지 않게 사는 법을 느림의 미학과 함께 터득해 가는 내용으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새김질하고 반문하기도 하는 진정성이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옥의 티라 할 것입니다.
대체로 작년에 비해 수준이 향상 되어가고 있어 무엇보다 고무적이긴 하나 더 많은 수련으로 내년 18회 백일장에서는 더욱 빛나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을 살짝 내비쳐 봅니다. 괴산문학의 번영을 가늠해보는 행복한 심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민정
첫댓글 장 선생님 끝 마무리까지 세심히 하시고 좋은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괴산문학의 발전에 많은 힘이 되어 주시리라 밉습니다.
심사위원모든분께를 보냅니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괴산문학 책에 실을땐 [심사소감]이 아니고 [백일장 심사평]이라고 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