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0.月. 흐림
목탁스님.
1994년 7월16일부터 22일까지 조각난 21개의 핵이 차례대로 목성의 남반구에 충돌하였다. 이 혜성은 약 2년 전 목성 근처를 지나다가 조삭력潮汐力 때문에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목성의 인력권에 포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혜성이 1993년 3월24일 슈메이커Shoemaker 부부와 레비Levy에 의해 처음 발견된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다. 그런데 혜성을 공동 발견한 천문학자 두 사람의 이름이 참 재미있다. 한 사람은 Shoemaker이고, 다른 사람은 Levy인데 Shoemaker는 구두수선공이라는 뜻이고, Levy는 과세, 징세라는 뜻이다. 아마 슈메이커 씨의 조상은 구두수선공이었고, 레비 씨의 조상은 세금징수원이었던 모양이다.
머지않아 방학이 시작되었고 이때가 아들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첫 여름방학이었는데, 아들아이는 여름방학 과제물 중 하나인 자연탐구하기를 ‘슈메이커 레비 혜성’에 관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주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지나치게 무거운 것 같아서 다른 것으로 바꾸라고 권유하다가 아들아이가 계속 ‘슈메이커 레비 혜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렇다면 함께 조사해 보자고 했다. 신문에 나온 기사를 오려서 정리하고, 함께 슈메이커 레비 혜성에 관한 자료를 찾으러 도서관에 가고, 지구과학에 나오는 여러 가지 내용과 용어들을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항성恒星, 행성行星, 혜성彗星, 운석隕石 등의 차이와 만유인력과 중력에 관해서도, 그리고 태양계에 관해서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1994년 여름은 기억에 남을 만큼 무척 더웠다. 그해 7월30일에는 서울 한낮 온도가 38.2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가 폭염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아들아이 과제물 제목을 ‘슈메이커 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과 1994년 여름의 고온현상과의 관계’라고 설정한 뒤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 맞는 내용을 아들아이와 함께 만들어 갔다. 아들아이는 의외로 과학과 수학에 재능을 보여주었고, 여름방학 자연탐구과제물 만들기는 아빠와 아들아이에게 예상 밖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만유인력萬有引力과 중력重力, 조석력潮汐力 등 천체와 태양계에 관한 쉽지 않은 개념들을 완전히 이해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고 싶어 하는 아들아이의 눈빛이 사랑스러워 열심히 설명하고 가르쳐주었다.
그해 칠월 이십 며칠인가 친구스님이 머물고 계시는 가야산 해인사로 우리 가족이 휴가를 떠났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고속버스로, 그리고 대구에서 합천 해인사까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대구에서 합천 해인사까지 약 한 시간 반가량 걸리는 시외버스는 그야말로 찜통 속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려 어른인 나도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내와 나는 옆에 앉힌 아들과 딸아이에게 연신 부채질을 해주면서 해인사에 가면 만나게 되는 무서운 목탁스님에 대해서 과장스럽고 재미난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해주었다. 어린이 동화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사명대사나 서산대사처럼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면서 호랑이를 강아지 다루듯 하고, 수백 명의 도적들을 도술로 간단히 소탕해버리는 목탁스님은 나쁜 사람들에게는 엄청 무섭지만 아이들에게만은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해주었다. 아빠의 이야기 덕분인지 엄마의 부채질 덕분인지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고 해인사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아빠는 버스에서 내리자 기진맥진氣盡脈盡이었다. 그래서 차부 옆의 상점에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좀 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고 나니 겨우 살 것 같았다. 차부 근방의 풀밭에서 순한 고추잠자리와 잠시 놀다가 해인사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우리가족 마중을 나오는 목탁스님을 길에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반갑게 수인사를 하고나서 목탁스님께 아이들을 인사시켰다. 그리고 스님께서 앞장서서 길안내를 하면서 휘적휘적 걸어 나가자 아들아이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오더니 아빠에게 귀엣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아빠, 목탁스님도 보통 사람처럼 생겼는데?”
(- 목탁스님. -)
첫댓글 ㅋㅋㅋ 귀여워라~~^^
소상히 알려주시는 아빠말에 귀기울였을 아드님이 상상이 가네요.
해인사 별만큼이나 반짝반짝 눈망울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