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더워 견디기 어려운 2006년의 여름.
대만 카오슝(Kaohsiung)의 Grand Hi Lai Hotel 근처 작은 바, 3명의 여인들 중 대학을 잠시 쉬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M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데낄라를 요구하자 그녀는 레포사도(Reposado)인 호세쿠엘보(Jose Cuervo) 한 병 을 꺼내 나의 허락을 구한다- 콜!.
서너 잔이 돌자 M은 손등에 레몬즙을 짜더니 소금을 뿌리고 말로만 듣던 바디 샷을 권한다.
나는 등심 같은 그녀의 손등을 이를 드러내며 씹어 먹으려는 위장 행동을 취하다 혀로 핥곤 데낄라를 창자까지 밀어 넣고 눈을 감았다.
100여 년 전 일본의 식민회사와 멕시코의 유카단 농장주들의 사기 광고에 속은 천 여명이 제물포에서 영국의 화물선 일포드 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도착한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데낄라의 원료가 되는 애니깽(용설란)을 자르던 대~한제국 이민자들의 피와 땀과 깨져버린 꿈과 세월이 흐르고 흘러 또 다른 생을 녹여가는 코리안-멕시칸들이 생각났다.
술이 반쯤 비어갈 즈음 M은 내 손등에 레몬즙과 하얀 소금을 뿌리고 붉은 입술과 용설을 닮은 혀로 핥은 후 데낄라를 단숨에 들이켰다 .
나는 그녀가 비지니스를 위해 의도적으로 반쯤 드러낸 가슴을 향해 레몬을 들자 그녀는 아랫 입술을 살며시 밀며 '설마, 네가' 라는 눈빛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길래 나는 엄지와 중지를 감아 그녀의 엄지손가락을 감쌌다.
그녀는 놀란듯 크게 눈을 키우더니 이내 용설란의 잘린 잎에서 나온 액보다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미소를 지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용설란의 액보다 끈적거리는 카오슝의 여름밤.
하이라이에서 배와 항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불빛의 카오슝 항을 바라본다. 일포드 호에 올라 산산이 부서질 꿈에 부푼 애니깽 처럼.
인생은 죽음이 끌고 다녔던 흔적임을 알면서도.
-로깽
첫댓글 덧글 달기 어려운 거 쓰지 마시오.
거봐요, 덧글이 없잖아!
이국의 낯선 바에서 제물포항을 떠난 첫 이민자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가슴을 반쯤 드러낸 젊은 여자와 마시는 데킬라는 씁쓸한 것일까, 아니면 달콤한 것일까?
분위기 좋았것수...
그러게 말여..
'혀로 핥은 후 데낄라..' 요 대목이 아주 잠쥐발딱스럽구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