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
백 정 자
식사 수발하다가 생긴 일이다. 할머니가 하품을 하는 듯이 크게 입을 벌리더니 다물지 못한다. 얼굴이 퍼렇게 질려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더니 급기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숨을 쉬지 못 한다. 나도 놀라서 할머니! 할머니! 불러 보지만 몸을 바동거릴 뿐이다. “할머니 왜 이러세요.” 할머니를 내 앞으로 잡아당기고 등을 두드리면서 밖을 향해 선생님 도와주세요. 외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할머니의 얼굴은 어느덧 백지장처럼 하얀 납덩이로 변하더니 검푸른 색으로 변해갔다. 나는 등을 더욱 세게 치고 계속 도와 달라고 외치기를 몇 분이 흘렸을까? 가슴이 답답하고 눈앞이 캄캄하여 어두운 골짜기를 걷는 듯 내게는 지옥이었다. 더욱 크게 도와 달라고 외치면서 등을 두드리다보니 아~~와~~하며 희미하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여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반갑든지,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감사 합니다 주님” 하며 절로 기도가 나온다.
할머니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니 동료가 달려왔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온 신경이 곤두 선채 팽팽한 고무줄처럼 땅기고 있던 근육이 한순간 풀려서 나도 모르게 주저앉은 것이다. 동료는 불이 난줄 알고 밖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마침 그 시간에 밖에서 탄내가 나서 “불이야”로 들여서 그랬다고 한다. 어이없어 쓴 웃음을 흘린다.
요양원에서는 식사로 밥. 죽. 미음 그리고 경관식을 드린다. 어르신들 건강 상태에 따라 목에서 넘기는 상태에 따라 식사를 달리한다. 밥을 드시는 분들은 치아가 어느 정도 있어서 저작이 가능하고 밥과 반찬을 씹어 삼키는 것이 가능하다. 죽은 반찬을 다져 약간의 질감이 있게 만든다. 치아가 제구실을 할 수 없고 치아가 있어도 저작 기능이 잃어버린 분들에게 드시게 한다. 그리고 미음은 죽과 반찬을 곱게 갈아 만들어 드시게 한다. 의식이 없어 누워계신 분한테는 위에 관을 삽입하여 영양식을 드시게 한다.
할머니는 이곳 요양원에 온지 약 한 달가량 되었다. 입소하던 날 직원들은 머리에서 지진이 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눈만 뜨면 아~~와~~~ 소리를 하루 종일 지른다. 우렁찬 사내 목소리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머리가 흔들린다. 밤낮으로 고장 난 스피커 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 보호자인 아들에게 습관과 평소에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사항들을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보호자는 한참 먼 산을 보고 생각에 잠기더니 “우리 어머니는 하루 종일 와~~하며 소리를 지르고 평소에 사래가 자주 들린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곳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셨으니 이곳에서 하는 방식대로 하시라고 하신다. 6~7년을 집에서 모시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친 보호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더 이상은 한계라는 판단에서 이곳에 모신 모양이다.
할머니는 치아가 있지만 다 부식이 되어 깨져 있고 잇몸은 피멍이 들어있었으며 엉덩이는 욕창으로 구멍이 나 있었다. 할머니는 밤이면 주무시면서 빠드득 빠드득 이를 갈고 딱딱 부딪치기 때문에 이가 부셔지나 보다. 소리를 지를 때 면 하마 같던 큰 입은 식사케어를 하려고 죽을 입으로 가져가면 입을 다물고 열지를 안는다. 처음에는 꼭 숟가락으로 죽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가 있으니 저작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면 입을 꼭 다물고 열지 않을 뿐더러 혹 열면 숟가락을 물고 놔주지를 안는다. 방법이 없어 여러 번 사무실과 간호과 그리고 요양 팀이 이 문제를 조율하여 죽 대신 미음으로 대처가 되었고 미음에 간 반찬을 썩어서 주사기로 식사케어를 하기로 하였다. 미음을 주사기로 드리니 입을 열지 않아도 빠진 치아 사이로 미음을 밀어 넣으니 잘 드신다. 이렇게 되니 할머니는 고른 영양으로 욕창이 말 급히 치료가 되고 얼굴에 살이 붙고 건강이 더 좋아지신다. 욕창은 영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른 영양은 욕창의 치료해주고 예방도 해준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욕창방지를 위해 고단백 영양제 프로믹스를 죽에 썩어 드린다. 그러니 더욱더 큰소리로 와~~와~~반복하신다.
그렇게 식사를 하다가 소리를 질런 는데 아마도 입속에 음식물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크게 벌리면서 음식물이 기도록 넘어가면서 잠시 동안 기도 폐쇄가 온듯하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평소에 응급조치로 질식 ,낙상 ,화재, 경련 등의 응급조치 요령을 교육하고 훈련을 받고 있다. 이번처럼 질식이 발생하면 하임리이법을 실시하여야 한다. 대상자를 앉혀놓고 등 뒤 쪽에서 배꼽과 명치사이에 한쪽 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그 주먹을 감싸 쥐고 밀착하여 45도 각도로 가슴을 향해 밀쳐 올린다. 숨을 쉬거나 숨을 거둘 때까지 계속 하여야 한다,
과일이나 사탕처럼 딱딱한 덩어리가 걸린 경우는 그렇게 하지만 할머니는 물처럼 멀건 미음을 먹고 그렇게 되었으니 등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들과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메디컬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짧게는 4분 길게는 10분 안에 한 생명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전한다. 질식을 빠른 시간 안에 해결 되지 않으면 뇌손상이 올 수 있다.
몇 년 전 설 명절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군포에 있는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떡국에 소갈비 잡채와 후식으로 찹쌀떡과 음료로 식혜가 제공되었다. 보행도 가능하고 평소에 인지에도 문제가 없으신 어르신이 찹쌀떡을 먹다가 목에 걸린 상태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되었다. 떡처럼 말랑말랑한 음식들은 기도에 걸리면 토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딱딱한 음식들은 하임리히법을 실시하면 토해 낼 수도 있지만 말랑말랑한 떡 종류들은 한번 목에 걸리면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양원에서는 보호자가 떡을 해오면 다시 돌려보내곤 한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서 예고 없이 한순간에 발생한 응급 사고는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다시는 돌라오지 않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을 보면서 평소에 훈련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한 달에 한 번씩 기도 폐쇄(질식), 낙상, 화재,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훈련을 하는데 현장에서 많이 도움이 된다. 언제 어느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급 상항을 대처 할 수 있게 훈련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