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mp6_Ps8nS7o?si=mEfYXg0v_8E7Gbhy
두 종류의 질문
1장 - 도서관에서 만난 두 질문
가을 오후, 대학 도서관 2층
신학 서가 앞에서 두 명의 신학생이
마주 앉아 있었다.
민호는 펼쳐진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교수님, 정말 이상해요.
하브루타 수업에서 배웠듯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요즘 제가 하는 질문들이 오히려
신앙을 흔드는 것 같아서요."
옆자리의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질문인데?"
"글쎄요...
'하나님이 정말 공정하신가?'
'왜 어떤 사람은 구원받고
어떤 사람은 안 받는가?'
이런 것들이요."
지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민호야, 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
질문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하시더라.
하나는 진짜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의심하고 있어서
하는 질문이라고."
민호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게 뭐가 다른가요?"
"전자는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고,
후자는 그냥 불평하는 거지.
할아버지는 목사님이셨거든."
2장 - 로마서 9장의 딜레마
그날 밤, 민호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로마서를 읽고 있었다.
8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따뜻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다"
는 구절이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9장에 들어서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 또 시작이다."
민호는 한숨을 쉬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면서 왜 그들이 예수님을 거부했을까?
하나님의 계획이 실패한 건 아닌가?"
룸메이트 성민이 책상에서 돌아보며
물었다.
"또 그 생각이야?"
"응. 이해가 안 돼.
만약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잖아."
성민은 의자를 돌려 민호를 바라봤다.
"형, 나는 다르게 생각해.
우리 집이 대대로 불교 집안이었거든.
그런데 나만 교회에 나가게 됐지.
왜일까?"
"노력해서?"
"아니야.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예수님이 궁금해진 거야.
억지로 한 게 아니라."
3장 - 카페에서의 대화
다음 주 토요일, 민호와 지훈은
캠퍼스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민호는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훈아, 정말 모르겠어.
하나님이 어떤 사람은 선택하시고
어떤 사람은 안 하신다면,
그게 공정한 거야?"
지훈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형, 우리 반에 김 교수님 있잖아.
도자기 만드시는 분."
"응, 왜?"
"지난주에 도예실 갔는데,
교수님이 같은 흙으로 화분도 만들고
물컵도 만들고 계시더라.
나는 왜 똑같은 흙인데
다른 용도로 만드냐고 여쭤봤거든."
"뭐라고 하시던데?"
"웃으시면서
'내가 도공이니까'
라고 하시더라."
민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지훈이 계속했다.
"형, 나는 그때 깨달았어.
하나님도 창조주시잖아.
도공이 흙으로 뭘 만들든
흙이 항의할 수는 없는 거 아닐까?"
"그런데 사람은 흙이 아니라
생각하는 존재잖아."
"맞아. 그래서 더 신기한 거야.
생각하는 존재인 우리 중에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찾고
어떤 사람은 안 찾는다는 게."
4장 - 우연한 만남
그 주 일요일, 민호는 교회 가는 길에
고등학교 동창 준혁이를 만났다.
준혁이는 의대생이었고,
무신론자였다.
"야, 민호!
아직도 교회 다녀?"
"응. 너는 어떻게 지내?"
"잘 지내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너는 어떻게 아직도 하나님을 믿어?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많은데."
민호는 잠시 멈칫했다.
"무슨 뜻이야?"
"있잖아,
어떤 애는 부잣집에 태어나서
좋은 교육받고,
어떤 애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고생만 하고.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이런 게 말이 돼?"
민호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사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하나님이면
차라리 안 믿는 게 낫지 않을까?"
5장 - 할머니의 이야기
그날 저녁,
민호는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6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해오신 분이었다.
"할머니, 질문이 있어요."
"뭔데, 우리 손자?"
민호는 그동안의 고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하나님의 선택, 공정성,
구원의 문제까지.
할머니는 잠시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부엌에서 사과를 깎아 오셨다.
"민호야,
할머니가 스물다섯 살 때 일이야.
그때 6.25 전쟁이 났는데,
우리 가족은 피난을 못 갔어.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마음에
'남쪽으로 가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요?"
"아버지한테 말씀드렸더니
'미친 소리'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계속 마음이 불편하더라고.
그래서 결국 가족들을 설득해서
남쪽으로 내려왔어."
할머니는 잠시 멈췄다가 계속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우리가 살던 마을이 며칠 후에
완전히 폐허가 됐더라.
만약 그때 안 나왔으면..."
"할머니,
그게 하나님이 인도하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민호야,
나는 그때까지 별로 신앙이 좋지
않았거든.
교회도 가끔 가고,
기도도 대충 하고.
그런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받았을까?"
민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몰라. 하나님만 아시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거."
6장 - 깨달음의 순간
다음 주 수요일, 민호는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었다.
조직신학 과제를 하느라
칼빈의 저작을 읽고 있었다.
"전적 타락,
무조건적 선택,
제한 속죄,
불가항력적 은혜,
성도의 견인..."
5대 교리를 읽으면서
민호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그는 펜을 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된 질문을 했구나.
'왜 어떤 사람은 구원받고
어떤 사람은 안 받느냐'
가 아니라,
'왜 나는 구원받았을까'
를 물어야 하는 거였어."
그 순간 민호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7장 - 마지막 대화
며칠 후,
민호는 다시 지훈을 만났다.
"지훈아, 나 깨달은 게 있어."
"뭔데?"
"내가 그동안 하나님을 법정에
세우려고 했던 것 같아.
마치 내가 판사이고
하나님이 피고인 것처럼."
지훈이 웃었다.
"그래서?"
"근데 사실은 반대잖아.
하나님이 창조주시고
나는 피조물이고.
도자기가 도공에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
고 따질 수는 없는 거지."
"그럼 이제 마음이 편해?"
민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편하다기보다는...
감사해.
정말로.
내가 구원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하나님이 나를 선택해주셨잖아."
"그래,
그게 은혜지."
Epilogue - 새로운 질문
그날 밤,
민호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깨달았다.
질문에는 정말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하나님을 의심하려고
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그동안 나는 첫 번째 질문만 해왔다.
'왜 불공평하신가?'
'왜 이렇게 하신가?'
하면서 하나님을 심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두 번째 질문을 하고
싶다.
'왜 저를 사랑해 주셨나요?'
'어떻게 살아야
그 사랑에 합당할까요?'*
*첫 번째 질문은 신앙을 무너뜨리지만,
두 번째 질문은 신앙을 더욱 깊게
만든다.*
*결국 모든 질문의 끝은 감사였다."*
창밖으로 별이 보였다.
민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시면서
저를 선택해 주셔서."
그날 밤,
민호는 오랜만에 평안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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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로마서 9장의 주제를
현대적 상황으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주인공 민호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의심의 질문'에서
'감사의 질문'으로 나아가는
신앙의 성숙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과 은혜는 우리
이성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바로 은혜의 본질이자
감사의 이유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