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명 에클립타(Eclipta)는 희랍어로, '열매에 깃털(冠毛)이 없다(ecleipo)'에서 유래하였답니다.
그리고 종소명 프로스트라타(prostrata)는 땅바닥에 포복하며 산다는 의미인데,
기는줄기(匍匐莖)나 땅속줄기(地下莖)가 없어도 무성해지면 아랫부분은 옆으로 누워서
줄기가 땅에 닿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하얀 뿌리가 또 내립니다.
이때부터는 식물체가 보다 우직하게 자라죠.
한련초는 잎과 줄기가 부드러운 한해살이풀이지만 쇠비름을 떠올릴만큼 강인한 외모를 보입니다.
아유르베다(ayurveda)는 고대 인도 의학의 역사서로,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오래된 의술 서적이죠.
여기에서, 한련초는 흰 머리칼을 검게 해줄 정도로 장수와 회춘을 가져다주는
라사야나(rasayana) 테라피 치료법에 이용되는 중요한 식물이라죠.
과연 식물체에 상처를 내면 산화하여 즙이 까맣게 변하죠. 검정색은 오행상 신장에 배속하구요.
그러니 염색과 회춘의 두 용도로 바르고 먹었던 것!
실제로 옛날에 장수식품으로 먹고 수염이나 머리카락의 염색약으로 썼다합니다..
젊어서는 픽 웃었지만 인자는 여실히 고개를 갸울이고
눈으로 꽃머리를 쓰다듬듯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연(蓮)은 조금도 닮지 않았는데 연꽃 '연(蓮)'을 쓰고
그 앞에 또 하필 가물 '한(旱)'자를 썼으니 대관절 무슨 조활까?
굳이 풀자면 '연처럼 물을 좋아하면서 그보다는 조금 가문 데에서 잘 사는 풀'이란 뜻??
어쨌든 한방에서는 예장(鱧腸)이라 하여 약으로 썼는데,
'가물치(鱧, 예)의 창자(腸, 장)'를 뜻하여 역시
'무슨' 힘과 관련 있는 명칭이 아닐까 하죠. 그러고보니 가물치의 피부도 까맣군요...
한련초의 줄기에 상처를 내면 먹처럼 까만 즙이 흘러나오므로 '묵한련(墨旱蓮)'이라 하죠(?)
한련초는 차고 달고 시고 무독합니다.
간과 신을 보익하고, 혈을 서늘(凉)하게 하여 혈열을 식히구요,
지혈 효능으로 각혈,육혈, 붕루하혈 등을 치료합니다.
특히 수발조백(鬚髮早白),
나이는 많지 않으나 수염과 머리카락이 회백색으로 세어지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요.
잇몸이 파여서 이뿌리가 드러나고 아픈 증상이나,
눈이 침침한 것, 허리와 무릎이 약하고 시린 것,
음기(진액)가 부족하여 마르고 열이 나는(燥熱) 증상 등을 치료하죠.
한련초에 함유된 페놀 화합물은 간성상세포에 항증식 효과가 있어
간섬유화를 치료할 수 있고요, 독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가려움증, 아토피, 여드름에도 효과가 좋답니다.
보기에는 매우 튼튼한 모습이고 붉은 줄기의 느낌이 쇠비름과 유사하나
말려보면 의외로 잘 마릅니다.
쇠비름은 다 마르기도 전에 발효작용이 일어나 썩고 말죠.
그래서 한 번 데친 후에 말려야 탕약에 쓸 수 있어요.
줄기를 자르니 저렇게 거무스레한 즙이 베어나오고 이내 줄기나 뿌리의
색깔도 좀 지저분한 느낌으로 거무튀튀해집니다.
몇 번 씻어본 사람은 이런 현상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세 변하는 검은 빛에서 슬그머니 약효를 기대하는 미소로
이죽거린다고나 할까...^^!
한련초를 말리고나서 전날의 쇠비름에 데인 걱정을 말끔히 씻었습니다.
누기가 많았던 화단 모서리에서 대부분 뽑아서 말리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고대로 두었습니다.
내년 이맘 때에 또 한번 보자 이겁지요...
저 검은 망은 가을에 여러 모로 참 유용합니다. 참깨 같은 거만 빼고
뭣이든 내다 말리는데 특히 고추 말릴 때 좋아요.
반쪽엔 널고 반은 접어서 이불처럼 위를 덮어줍니다.
고추는 반그늘의 조건에서 말려야 때깔이 곱기 때문이죠.
탕약을 달일 때 잎사귀류는 사실 덜 귀하게 여겨져요.
탕약기는 작은데 압축적인 뿌리류들을 이용해야 여러 가지를 합용할 수 있고
진하게 맛을 우려낼 수 있을텐데 풀 것들이 많으면 그것이 조금 약해지거든요.
물론 차로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으니
지난 더위를 식히고 튼튼히 가을을 맞이할만한 저 한련초를
한 동안 깊이깊이 느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