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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자꾸 늦어지네요..
본래 후기는 그 여운이 남아 있을 때 써야하고 또 그러는 게 제 맛이라 하지만 자꾸 그러기가 힘든 상황을 맞게 되네요..ㅜㅜ
죄송합니다.
처음 삼성산이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는 기업으로서의 삼성을 떠올렸습니다.
혹시 그 뜻도 같을까하여 찾아보았으나 기업 삼성은 三星이고 삼성산의 삼성은 三聖(성스러울 성)이더군요.
참고로 이 삼성산은 경상남도 경산시에도 같은 이름과 같은 의미로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찾아간 삼성산은 서울 소재로 관악구, 금천구와 경기도 안양시에 걸쳐 있는 높이 481m의 산이었습니다.
집결 일정은 오전 9시 30분 석수역 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상근예비역 출신입니다.(예비군 동대 행정병) 하지만 공익과 달리 엄연한 현역육군 신분이기
에 각종 집체교육 및 대대전술훈련, 연대전술훈련, 유격훈련, 혹한기 훈련등은 현역들과 같이 받습니다. 대부분 연대본부로
집결하여 받지만 그 중 유격훈련은 유일하게 사단본부로 가게 됩니다. 사단 유격훈련장이 있기 때문인데 제가 속했던 52사단
의 유격장을 갈 때 석수역에 집결하여 마을버스를 탔었지요. 이 날 석수역에 도착하니 그 때 생각이 절실히 나더군요.
위 사진에서 보이는 육교는 당시엔 형체마저 없었던 것인데 이미 떡하니 헌 것처럼 있는 것을 보고 벌써 흘러간 2년여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날 바로 전날인 20일, 정치외교학과 학술제와 정외인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정외인의 밤에서 학생회 퇴임식을 했고
그들이 임기 종료를 자축(?)하고자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관계로 다들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원래 이 날 재학생들이 저를 포함해서 5명이 참석하려 했으나 저를 제외한 4명이 모두 학생회 멤버 였던지라 그 중 3명은
몸살이 나서 아예 참석하지 못했고 그나마 참석했던 1명인 김태진 학우는 크게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산행 출발이 예정보다 25분씩이나 늦어진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 날 전 유대영 형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드디어 출발!
아차산행때처럼 주택가 골목을 조금 걷다보니 금방 입구가 나왔습니다.
보시다시피 흙길은 상당수의 낙엽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이제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온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더군요.
흙을 밟음과 동시에 낙엽을 밟으며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 역시 정취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이 구덩이나 튀어나온 바위 등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만큼
주의해야 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이 날 몇몇 형님들께서도 낙엽을 조심하라고 하셨죠.
이날 하늘은 참 맑고 푸르렀습니다. 산 자체가 그리 높지 않고 험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많이 추우면
어쩔까 긴장 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적당하게 포근한 햇살이 좋은, 산행에 안성맞춤인 날씨였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낙엽을 붙들고 있는 나뭇가지들.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모습은 뭔가 쓸쓸해 보였습니다.
기분탓이었을까요?^^
어렸을때부터 산에 오를 때
"와~ 이만큼이나 왔구나"
라며 뿌듯함을 느끼는 류의 장면입니다. 어느 지역인지 도무지 파악할 순 없었지만 일단 많이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에 뿌듯했습니다. 다만, 푸른 신선함이 느껴지는 산에서 대비적으로 보인 도시의 모습은
뭔가 적막해 보였습니다.
바빴던 관계로 지난 10월의 화왕산 산행에 함께하지 못한 저로서는 이날의 산행이 기혁형님 없이 참여한 첫 산행 이었고
동시에 성혁형님이 지휘(?)하시는 첫 산행이었습니다. 늘 뵙던 기혁형님이 안 계셔서 처음엔 뭔가 적응이 안되고
쓸쓸했지만 이내 그 마음은 사라지고(기혁형님 죄송요^^) 끊임없는 수다로 기용형님을 옆에서 귀찮게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말이 너무 많았다면 죄송합니다ㅜ
쉬어가며 막걸리 한잔을 안할수가 없죠? 산애주가이신 병억형님의 '강력한' 제안에 따라 역시 술과 안주를 꺼내고 정상에
도달하기전 가벼운 판을 벌였습니다. 김밥과 홍어무침(맞나요?), 야채무쌈?(명칭을 모르겠슴다ㅜ), 사과 등 부족하지 않은 안주와
함께 막걸리로 목을 축였습니다. 이제 익숙해질때도 되었지만.. 산에서 먹는 막걸리의 맛은 그때마다 항상 새롭습니다.
아쉽게도 이 날 막걸리의 양이 부족했더랬죠ㅠ
굳이 밧줄 없이도 오를 수 있는 바위였지만 그래도 뭔가 산악가의 기분을 내보고자 밧줄을 잡고 올라왔습니다.
다행히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정상에 도달했을때의 모습입니다. 모습이 마치 병억형님이 산악대장으로서 대원들을 통솔하며 조회를 진행하는
모습 같네요. 날씨가 참 좋다고 하셨었죠. 바람이 살랑살랑 대며 저 갈대들이 부드러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마치 가을 소풍의
정취인양 저도 신나했었습니다.
여기서 미스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곳 안내 표지판에 이렇듯 "조망대 60m" 라고 되어 있었는데 해발고도가
60m 라는 뜻은 아닐진데.. 그렇다고 60km 가 잘못 표기된 것도 아닐테고.. 형님들도 많이들 의아해 하셨었죠. 형님들간 그에 대한
논의가 여러차례 있다가 결국 결론은
"옆으로 60m만 더 가면 조망대일 것이다. 화살표가 떨어진 것일 뿐이다" 라고 잠정 결론들을 내리셨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정상에서 살짝 내려온 후 오늘의 메인 판을 벌였습니다. 김밥 외에도 잡채, 낙지덮밥, 인절미, 컵라면, 머릿고기, 족발
맛김치 등.. (혹시 빠진 항목이 있다면 지적 바랍니다)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습니다.
사진을 맛깔나게 잘 찍어서 해외에 계신 기혁형님을 약올려야 한다고
형님들께서 말씀하셨는데.. 아쉽게도 사진 각도가 잘 안나왔네요.
먹을 게 워낙 풍부했던데다 맛 자체도 워낙 일품이었던 덕분에 저랑 태진이는 정말 게걸스럽게도 먹었습니다.
거기다 농심에서 만든건 절대 안 먹는다는 일부 형님들의 투철한 가치관 덕분에 컵라면까지 저와 태진이가 상당부분
독식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같은 경우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배가 빵빵해졌습니다.
원래도 빵빵하지만...ㅜㅜ 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이 날 영욱형님은 혼자서 워낙 빨리 산을 타며 장군봉까지 가셨던 바람에 이 호화스러웠던 만찬에 늦게야 합류하셨습니다.
그렇게 티도 안나게 휙 오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멋지세요!
사진 제목은 "산사나이들의 호탕한 휴식" 으로 할까요?
낭떠러지를 앞에 두고 의연한 웃음지으며 휴식을 취하는 등산모임 형님들의 모습은 역시 "사나이" 라는 단어
그 자체였습니다. 사진에선 나타나지 않지만 저 밑 다른 일행은 식사중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하산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성혁형님은 카메라가 무거워 보여서 들어드리고 싶었으나 본인이 한사코 사양하셨습니다.
표정이 괜히 쓸쓸해 보이는건 기분탓인가요. 총무로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경래형님과 함께 이 전날 학술제와 정외인의 밤까지 참석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안양예술공원 쪽으로 하산하여 바로 앞의 메기매운탕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식당의 주메뉴인 메기 매운탕의 모습 입니다. 좀 흐리게 나왔군요.
라면사리가 무제한 리필이라는 점이 이 집의 강점이었습니다. 형님들은 조미료 맛이 너무 많이 나고 좀 짜다고
하셨지만 저와 태진이는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역시 게걸스러운 태도를 보였구요 ㅋ
식사를 하며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을 하던 중 병억형님께서 자연스레 깨어있는 시민과 그 의식에 대해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그리고는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의 저자인 박동천 선배님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송년모임을
그 선배님의 강연회와 연계시켜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형님들은 모두 이의없이 이 안에 찬성하셨고...
대영형님이 그 자리에서 즉시 박동천 선배님께 연락을 드렸고..
성혁형님이 정동형님께 장소 섭외 전화를 바로 드렸습니다.
역시 형님들의 추진력이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12월 18일에 송년모임을 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메기 매운탕 집 앞에서 모두 해산했습니다.
제가 등산모임의 등산에 참여한 이래 2차를 안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괜히 어색했습니다ㅋ
정진형님과 태진이, 저는 안양1번가까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안양이 거주지인 태진이는 거기서 집으로 향하고 정진형님은 수원방면의 지하철을 타러 안양역으로,
저는 안양에 사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그렇게 그 날 산행의 일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에 대한 형님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말만 없었을 뿐이지 그 얘기들이 결코 재미없었던 건
아닙니다. 경청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연설문이 생각나네요.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고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폐가망신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라도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짖
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야했던,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라고 고인께서 언급하셨죠.
그저 먹고사는 것에만 얽매여 사는 게 아니라 사회속에서 어떤 가치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며 행동하는, 정의라는 명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고찰해보고자 했던 것.. 이것은 대한민국 사회에 내재되어 온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려 했던 그의 원대한
이상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이 지속되면서 심도있는 공론의 장이 열릴 기회가
없었고 결국 일부 지식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것에 대한 깊이있는 자각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6월 민주항쟁 이후 노태우를 거쳐(노태우 당선은 죽쒀서 X준셈 이라고 하죠) 문민정부가 탄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는 민주
주의 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왔지만 이제는 그것도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는 절실한 가치로 여겨갈만큼 그 당연함이
위협받는 이 현실에 대한 자각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의 비굴한 600년의 역사가 재현되어서는 안됩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꼈으면 합니다.
"인간의 역사란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투쟁"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에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 망각의 강을
건너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기록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주체입니다. 잊지맙시다. 그리고 모두 힘냅시다!
산행 자체도 좋았지만 뒷풀이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형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뵙겠습니다!
첫댓글 이제 무거운 카메라는 냅두고 컴팩트카메라로 대치해야겠다. 다른 이들은 올라갈 때 무거워도 내려올땐 가벼운데 이놈의 카메라는 항상 무거우니.
재미있는 후기담은 산행을 더욱 유의미하게 만드는 매우 훌륭한 후식이라 하기엔 너무 아까운 훌륭한 성찬임을 명수가 느끼게 해준다. 나중에 등산양말이라도 줄 수 있도록 하지. 다른 이들의 동의가 있다면 더 좋은 걸로,,,
난.당근찬성.그보다도 더 좋은 것을 준다해도 뭐라 안할겨.우리 명수 생각이 엄첨 깊은데.아침부터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명수한테 받네.고맙네.그리고 박동천선배의 강연은 울 대영형의 제안이여.고점 바로잡고요~.송년회때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보자~. 정말 좋은 후기였다 명수야.그리고 여친생긴거 축하해~. 같이 오렴.
잘봤다. 명수야~ 역시 산악회 입장에서는 너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아. ㅋㅋ 앞으로도 부탁하자.
명수는 친목산행이 아니라 결의대회 다녀온듯~ㅋㅋ 젊은 후배하고 역사인식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지~ 다른 것은 부럽지 않으나.. 시원한 막걸리 맛은 그립네~ㅉㅉ 난 자리가 크지 않음두 다 나의 공덕이라 섭섭치 않네~ㅋㅋ 함튼 후기는 멋져~ 홧팅~~!!!
매월 산행후에 베스트 산행 후기상 선정에서 명수에게 큰 선물 하나 주어도 되겠다..
명수한테 옷이라도 선물을 해주어야 하는데 내가 가진것은 여자옷만 있으니...쩝,, 아! 네 여자 친구한테 선물하며 되겠구나?
하여간 명수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