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의 기류와 내적호흡
부드러운 춤사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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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연극영화과 지망생이었던 배준용은 특기전공(부전공)으로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시절 현대무용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학원 선생이 추천한 ‘에미’를 보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된다.
연기의 다른 일면이라고 생각한 현대무용. 경희대 무용학부에 합격한 이래 그는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어느덧 무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춤 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춤을 추면서 늘 ‘유희’의 행복감을 감지한다. 그의 멘토로서 미학과 예술적 영감을 일깨워준 경희대 박명숙 교수, 무용인의 삶의 철학, 현대무용 지식을 채워 준 박해준 선생, 예술 및 무대철학을 지도해준 주용철 선생은 그에게 디딤돌이 된 은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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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안무작들은 『The Space, 공간』 Room(방)1, 2, 3(2014), 『Dog-ma, 도그마』(2014), 배준용의 ‘쓰레기 같은 작품’ 시리즈 『정크정글』(2014), 『Poison Without a Name, 이름 없는 독』(2014), 서울 국제 안무 페스티벌 출품작 『Need, 욕망』(2013), PADAF 출품작 『Booting, 부팅』(2014), 끼리 댄스 페스티벌 『Need,욕망』(2013), 현대무용쇼케이스 출품작 『초로인생』(2012), 제18회 창무국제무용제 『100℃』(2012), M극장기획공연 출품작 『100℃』(2012) 등이다.
『Dogma, 도그마』는 남성과 여성, 사랑과 증오, 시간과 공간, 예술과 비예술, 맹목과 맹신이 가져오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나 상황들을 적절한 유머로 혼합, 비이성적이고 맹목적 믿음과 사회 규범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가, 그 과정을 탐색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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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son Without a Name, 이름 없는 독』은 현대인들은 사회 부조리 속 양면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현대인들은 욕구, 욕망의 표현방식이 익명성의 공간에서 과도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사회 전체의 문제인지 인간 개개인의 삶의 문제인지를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악행과 선행으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탄생하는 것’이라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명구로 풀어냈다. ‘쓰레기 같은 작품’ 시리즈 『정크정글』은 ‘가치판단 기준의 애매함’에서 벗어나 쓰레기가 되어 보자는 우회적 표현의 난장이다.
배준용은 독선과 욕망이 난무하는 현대인들의 뒤틀린 정글에서 위선의 굴레를 걷어내고 의미 있는 삶의 작은 춤꾼의 수범(首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현대의 모든 어두움과 위선을 제거하는 정갈한 필터링을 위한 제물로 바치고자 하는 노력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는 자신을 비약시킬 수 있는 비약적 화두를 깨우치지 못했지만 우스꽝스러운 풍자를 벗어날 가능성은 노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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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ace, 공간』 Room(방)1, 2, 3은 무용가 박명숙(경희대 무용학부장)을 주축의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의 실험창작산실, ‘Project Group Carabiner’의 첫 공동 작업이다. 융합퍼포먼스로 ‘크로스오버는 크로스오버가 아니다’라는 모토 아래 안무가들은 진정한 정통성이 조화로운 융합을 추구한다. 각 장르의 예술가군(群)이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예술작품에서 추구해야 할 책무를 수다로 풀어낸 작업이다.
춤꾼으로서 배준용의 장점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의 수행은 묵언정진에 있다. 자신의 작품에 과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늘 자신의 춤 작업 행위에 대해 반성하며 넘쳐오는 과정을 감내하는 춤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정한 춤을 위한 그의 춤 이야기는 끝이 없다. 가공(假空)과 수사가 판치는 춤판에서 그의 진솔한 모습은 정직이 신비로운 사회의 미숙한 고정관념을 깨는 지극히 정상적인 원형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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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용은 자기 탐구적 소재를 즐겨 다루며 예술가로서 풀지 못한 삶의 의문점들을 작품을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 그의 안무작들은 자신에 관한 문제들이며 키치(Kitsch, 천박하고 저속한 작품) 성향이 짙다. 그의 작품들은 타 장르에서도 소통되는 예술가의 삶이 용해되어 있다. 화려한 외면적 동작보다는 흐름의 기류와 깊은 흐름을 이끌어내는 내적 호흡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선호한다. 부드러운 춤사위와 섬세한 움직임을 좋아한다.
장르에 관계없이 어울림을 추구하는 춤 스타일은 그의 스승 박명숙의 춤 태도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그가 만들어 가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 상징, 몸 언어, 심도 있는 소재에 대한 탐구, 캐릭터 연구, 풍자의 본질에 대한 연구는 ‘배준용 춤’의 원형을 가꾸어 가는 작업이다. 자신의 몸언어로 매일의 ‘하루’를 소통을 위한 예술에 매진하는 그는 낮은 곳으로 임하며, 춤에게 말을 걸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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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용. 폭풍의 언덕을 넘어 세상을 알아가는 정신이 맑은 건강한 춤꾼, 서민들의 애환을 알며, 어릿광대 같은 자신을 모습을 노출시키며, 어려움을 견디는 춤꾼으로서의 현재를 자신을 발견하면서 떳떳하게 자신을 구축하는 그의 희생제의(犧牲祭儀)는 아름답다.
모든 춤들이 춤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한 동반자인 그의 춤길에 놓인 앞으로의 춤들은 모래 밭에 선인장 꽃을 피우고, 잔인한 황무지에서도 살아남는 춤이 되기를 기원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모든 깨우친 자들에게 통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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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안무대상(사단법인 무용문화포럼, 2014)
차세대 안무가상(한국무용학회, 2014)
Contemporary Dance Special Award(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협회, 2013)
PADAF 안무상(PADAF 조직위원회, 2013)
2011 PAF 춤연기상(공연과 리뷰, 2011)
2009 PAF 춤연기상(공연과 리뷰, 2009)
표창장(만안구청장 안정웅, 2007)
제11회 사이다마 국제창작무용콩쿠르 우수상(2001)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콩쿠르 대학부 동상(2000)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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