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서울에서 나온 쓰레기란 쓰레기를 몽땅 다 갖다 버렸던 "난지도"처럼,
마닐라에서 온갖 폐기물들이 모이는 "빠야따스"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최 아니따 수녀님은 7년 전 파견 당시 못 갈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현지 환경이 너무 열악하니 몸이 좋지 않다는 핑게를 대고라도 빠지라고 했는데 건강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고.
즉 오지에 가서 선교와 봉사하는 게 소명이라고 생각하신 듯.
믿음도 대단하시다.
하느님은 선교사를 맨 앞자리에 앉힌다는 믿음.
그래서일지 돈없는 환자들을 일일이 방문해 환부를 소독하고 약을 주면 항생제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효과가 금방 나타나 치료가 넘 잘됐다는 건데.
그건 마치 하느님이 거대한 쓰레기장인 빠야따스에 수녀님을 더 붙들어 두려고 "꼬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당뇨병 때문에 피부가 괴사하는 환자가 너무 많고 피부 밑으로 손을 넣어 고름을 닦아내는데 어떤 땐 수건 하나가 다 들어갈 정도로 상처가 넓고 깊었다고.
그 안쪽에서 새로 벌겋게 차 오르는 살을 보면서 스테이크 생각이 나셨다니 실감이 난다.
("윌"은 스코틀랜드 출신인데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울산에서 해양공사 감독을 하면서 경기를 자주했다. 그러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봉합 수술을 했는데,
발 뒤꿈치 부터 장딴지 방향으로 길게 피부를 째고 열어서 힘줄을 연결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살갖을 벌린 그 밑에 드러난 근육도 빨간색 이었는데 마트에서 보던 소고기와 똑 같았다.)
아니따 수녀님은 뭔가 좀 달랐다. 그들을 도와줘서 느끼는 행복은 5% 미만이고 95% 이상은 그냥 기쁘셨다는 것.
그건 성령의 선물이다. 또 자주 "겸손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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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선교지는 대부분 깊은 오지여서 교통도 불편하고 일상 생활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열악해서 현지에 파견된 성직자들이 견디기 힘든 시련일 듯 한데,
초기에는 그런 고난은 아랑곳 없이 너무나 비참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을 보고 필리핀의 정치가들, 또 하느님은 왜 이렇게 악취가 가득한 곳에 사람들을 그냥 방치하실까? why?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는데 어느날,
주님도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왜 내가 수난을 받아야 하는지 따지지 않으셨다는 걸 묵상하면서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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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수녀님에게 빤짝이 숄? 인지 뭘 선물한 신자가 있었다는데...
자기가 보기에 수녀님이 그걸 걸치면 좀 있어 보인다는 것.
"좀 있어 보인다!"
그건 대개 "좀 없는" 사람들이 하는 방식이다. 마음이 허한 사람들이 뭘 과시하려니 무리해서 튀는 옷을 걸치려 하거나 성형을 하는 것 아닐지.
제가 알기로 "있는" 사람은 있는 체 하는 경향이 적고 오히려 더 몸조심을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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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모와 옷차림이 남에게 주는 인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영업을 하거나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빤짝이"보다 더 중요한 건 "영적"으로 "있어 보여야" 하는 거라고 하신다. 수녀님은 좀 그런 경향이 있는 듯 한데,
무더우면 그냥 "땀을 흘리면 되지" 하면서 세속 일에 연연하지 않고 매사에 주님을 느끼면 행복해져
"over"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는데, 그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그런 수녀님도 안중근 의사 오페라 주연을 했다는 둥, 은근히 자랑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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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주변에 자기를 잘 알릴 필요는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있어 보이는 듯" 아닌,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필요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