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 치료제 개발 경쟁이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이미 3가지 유형으로 변이가 된 상태에서 모든 유형에 적용되는 단일 치료제 개발은 어차피 힘든 상황이고, 나라별로 유행한 바이러스 유형에 맞춰 치료제 개발및 보급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러시아로 시야를 좁혀보면 무증상 확진자가 50% 가까이에 이르는 코로나바이러스군이다.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감염된 러시아 여행자들이 귀국한 뒤 가족친지, 주변사람, 지역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누적 확진자가 5일 현재 44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치료제 효과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넓다는 의미. 러시아의 첫 치료제 개발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당국은 최근 일본의 신종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약 '아비간'을 기반으로 한 아비파비르(Avifavir, Авифавир)를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공식 승인했다. 러시아의 첫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공인받은 아비파비르는 러시아 국부펀드 RDIF와 바이오 기업 힘라르(химрар)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아비파비르는 러시아 보건당국에 등록된 새 약품 이름인데, 아직은 러시아 포탈 얀덱스(yandex.ru)에 검색량이 적다. 오히려 원천 약물인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 фавипиравир)로 주로 검색된다. RNA 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는 파비피라비르는 지난해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러시아 측도 새로운 신종 코로나 치료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비피라비르는 원래 일본 후지(富士)필름의 자회사 도야마(富山)화학이 개발, 2014년부터 '아비간'이라는 이름으로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복용됐다.
새 치료제 '아비파비르'는 오는 11일부터 러시아 전역의 신종 코로나 치료 시설에 보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치료제의 효과 검증 임상 시험에는 참여한 330명의 환자 중 65% 가량이 4일 이내에 완치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특히 증세가 가벼운 환자들에게 효과가 높았다.
러시아와 달리, 일본에선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지만, 승인을 신청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일본 언론든 전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학술원) 회원인 블라디미르 체호닌 박사(의료및 생물학 분과장)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파비피라비르와 함께 유력한 새 치료제로 거론된 건 항바이러스제 '트리아자비린'과 '포르테프렌'이다.
파비피라비르가 '아비파비르'란 브랜드로 치료제로 공식 인증을 받았으니, 이미 성과를 낸 셈인데, '트리아자비린'(Triazavirin)과 '포르테프렌' (Fortepren)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현지 매체 '노브이 젠'은 지난 3일 트리아자비린이 아직 보건당국의 임상 효과 실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아비파비르'가 첫 치료제로 인증받은 뒤에 나온 뉴스다. 트리아자비린 측이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 신청서를 보건 당국에 제출했지만, 기각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랄산맥 인근의 예카테린부르크 소재 몇몇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현지 보건 당국에 그 진위를 확인하려 했으나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트리야자비린이 우리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국내 일부 언론이 유력한 새 치료제로 중국에서 임상3상 시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중국 하얼빈 대학병원과 헤이룽장성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 시험은 5월 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 그 결과에 대해 전해진 내용은 없다.
얀덱스에 검색해 보면 '트리아자비린'은 2015년에 독감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제조사인 메드신테즈공장(Завод Медсинтез)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트리아자비린과 함께라면 독감은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홍보 문구는 사라지고,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최신(5월 27일) 뉴스로 올라와 있다.
또 트리야자비린이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 호흡기 질환 치료제로 보건당국에 등록됐다는 소식(4월 27일)이 올라와 있으나, 불행하게도 지난 3일 개정된 신종 코로나 관련 치료제 리스트에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포르테프렌'에 대한 러시아 현지의 정보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가장 최근 기사로는 체호닌 박사가 지난 3월 30일 파비피라비르, 트리야자비린과 함께 신종 코로나 새 치료제로 소개한 것 정도다.
'포르테프렌'은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와 젤린스키 유기화학연구소가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되는 '포스프레닐'(Fosprenil)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당시 체호닌 박사는 "포르테프렌이 모든 동물 시험을 통과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거쳐 (보건 당국에) 등록한 뒤 신종 코로나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 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치료 시험에 돌입했다는 최신 뉴스가 없는 것을 보면, 트리아자비린과 마찬가지로 보건 당국 등록이 거절됐을 수도 있다.
러시아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사용을 권장하는 약품은 모두 19가지다. 지난 3일 개정된 신종 코로나 대처 매뉴얼의 권장 약품 목록에 따르면, 최근 공인된 첫 치료제 파비피라비르가 맨위에, 히드록시클로로퀸, 메플로퀸, 아지트로마이신, 로피나비르(리토나비어와 함께 사용) 인터페론 베타 -1b 등이 뒤를 잇는다.
이중 말라리아 치료제 히드록시클로로퀸은 약효 부작용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복용한다고 공개하는 바람에 유명해진 이 약품의 부작용을 분석해온 영국의 랜셋 연구팀은 최근 연구 중단을 선언했다. 연구의 기초가 되는 임상 자료가 부실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영국, 터키 등에서 여전히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부작용 과다를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다. 러시아 보건당국도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항말라리아제 '메플로퀸'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의료및 생물학 본부(FMBA)가 적극 추천하는 치료제다. FMBA의 베로니카 스크보르쪼바 대표는 신종 코로나가 러시아를 덮치자, 메플로퀸의 약효를 확인했다며 치료제로 포함시킬 것을 보건당국에 강력히 건의했다.
신종 코로나 '표준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미국에서 흥분하는 렘데시비르는 아직 러시아의 권장 약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는 최근 신종 코로나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완치 기간을 다른 약품에 비해 4일이나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미 국립보건연구원 임상시험인 만큼 그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다. 우리나라가 렘데시비르의 긴급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 치료제를 찾기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는 여전히 뜨겁다. 약물 재창출 연구는 기존 약품의 새로운 약리효능을 찾아내는 것으로, 평균 15년 가량 걸리는 신약 개발보다 효율이 높다.
국내 바이오및 제약회사들도 앞다퉈 '약물 재창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하필이면 왜 러시아 제약및 연구소들과 협업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직은 러시아 언론매체에 그 내용이 발견되지 않는다. '유의미하지 않다'는 뜻이다.
러시아 바이오업체 '베빅'을 인수한 쎌마테라퓨틱스는 항바이러스 물질 '네오비르'(Neovir)`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검증하기로 했다. '네오비르'는 러시아 제약사인 '팜신테즈'사가 개발한 인터페론 제제다. 인터페론은 생체 면역조절 싸이토카인의 일종으로, 인체 내 바이러스 감염및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네오비르 임상시험은 국내 기업인 노터스가 맡는다. 국내에서 인터페론 제제로 신종 코로나 치료 방안을 모색하는 첫 번째 시도다.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가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고 한다. 임상 시험은 러시아 제약사 '알팜'(r pharm, р фарм)의 주관하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있는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경증·중증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환자에게 2주간 '슈펙트'를 투약한 후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알팜은 이미 자사의 항바이러스제 아르틀레지아(Artlegia, 러시아어로는 Олокизумаб)를 방역당국의 권장 약품에 올렸는데, '슈펙트' 임상시험에 관한 이야기는 현지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