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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5일 본회의 전까지 △단 한 사람의 피해자도 제외되지 않도록 피해자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회수 방안 마련(주거비 지원 등)을 담은 수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60시간 집중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끝.
기자회견문
합의로 포장한 반쪽짜리 특별법 규탄한다!
특단의 조치로 추가 방안 마련하라!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결과에 따라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은 깡통전세를 뺀 '전세사기 특별법'이 되었다. 임대인의 기망이나 수사 개시여부라는 피해자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을 피해자 요건으로 나열하는 특별법은 피해자들을 편가르고 말았다. 기업과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에 스스럼없던 정부는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 매입 요구는 완전히 외면했고, 평생에 걸쳐 알아서 갚아 내라는 지독하게 익숙한 문구만을 남겼다.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들이 보내는 지옥같은 일상을 아는가. 집이 감옥이 되어버린 고통을 아는가. 이를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할 이들이 만들어낸 특별법은 반쪽짜리에 그쳤다.
모든 대책에 대해 거부로 일관한 고집불통 정부를 규탄한다.
다양한 피해상황을 반영한 다양한 피해회복절차, 최소한의 보증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 및 사각지대 없는 최우선변제금 보장은 실효성있는 특별법을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전세사기를 심지어 ‘당근마켓 사기’에 비유하던 정부는 자신들의 억지스러움이 들통나자 하나 하나 대책을 수용했지만 핵심적인 대책에 끝까지 문을 닫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조차 또 다시 추가 전세 대출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최우선 변제금만큼의 대출을 무이자로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생색내기를 원하지만, 이는 결국 피해자들이 모든 빚을 떠안으라는 주문이다. 거대한 빚이 되어버린 보증금을 갚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던 피해자가 사망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았다. 우리의 죽음과 고통을 너무 쉽게 잊은 것은 아닌가. 어떻게 이토록 잔인한가.
합의라는 이름으로 핵심 구제책 외면한 국회를 규탄한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은 왜 필요했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주택임대차 시장의 오래된 악습과 정부의 잘못된 전세대출 제도 및 보증제도로 인한 사회적 재난이다. 피해 세입자들은 전문가라는 공인중개사를 믿었다가, 원래 계약이 이런거라는 임대인을 믿었다가, 정부의 전세대출제도를 믿었다가, 보증보험제도와 등록임대주택제도를 믿었다가 전 재산을 잃었다. 가짜 중개사가 판을 치고, 위험한 임대인이 세입자를 우롱하고, 이들이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지렛대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동안 이 사회는 이를 관행이라 묵인했다. 정부의 전세대출 제도는 은행과 임대인을 배불렸고, 보증보험제도는 사기꾼들의 놀이터를 넓혀주었다.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하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세입자들은 살 곳이 없었다. 위험한 계약을 감당하지 않으면 비싼 월세로 내몰렸고, 월세를 낮추려면 물새는 집이든 곰팡이 가득한 벽이든 수용해야 했다. 공공임대주택은 항상 부족했고, 2년에 불과한 임대차계약은 세입자의 삶을 갉아먹었다. 폭풍같은 돈벌이 잔치가 끝난 뒤 한국의 부동산 위기는 고스란히 세입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세입자를 보호할 방법, 더 나은 주거를 보편적으로 보장할 방법, 집으로 돈벌이 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을 모두 방관해 온 국회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피해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특별법으로는 안 된다, 특단의 조치 마련하라!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정한 25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만약 새로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면,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국회가 한마음으로 정부를 압박한다면 며칠의 시간도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허겁지겁 통과시킨 반쪽짜리 특별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앞으로 더 많은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 반쪽짜리 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국회의 오늘의 선택은 곧 내일의 더 큰 위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실망스러운 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멈출 수 없다. 오늘의 반쪽짜리 특별법조차 피해자들의 손으로 하나 하나 일군 것이 아니던가. 세입자들에게만 고통을 떠넘기는 이 세상의 관행을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23일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