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위기, 돈이 구세주 될까 / 12/7(일) / 한겨레 신문
https://news.yahoo.co.jp/articles/83eb9fd55f3321cd06eee833b535c95bf9352f52
이코노미 인사이트_Economy insight 파이낸스
투자 자산이 오르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유동성이 강조된다.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도 필수다. 현재 주식시장의 스토리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다.
암호자산을 끌어올린 스토리는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법정화폐의 몰락'과 모든 것이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된다는 믿음이다.
최근에는 후자가 강조된다.
2025년에 미디어가 주목한 자산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금이다.
금을 끌어올린 스토리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달러 가치 하락, 달러 시스템 붕괴, 급증하는 국가채무다.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점을 보여준다. 법정통화, 특히 달러의 붕괴다.
주식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스토리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금과 암호자산은 시종일관 있다. 특히 금을 둘러싸고는 20세기에서 21세기에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
도대체 그 이야기는 언제 현실이 되는 걸까.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값이 상당히 폭력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금값은 20세기에는 비교적 안정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게 된다.
특히 2010년 초에는 거의 반값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2025년 10월 말까지 1년간 상승폭은 다른 자산군이 스칠 정도다.
온스당 약 2500달러에서 4400달러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에 거의 80% 올랐다.
10월 말까지 S&P500의 상승률은 약 20%였기 때문에 무려 4배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중요한 것은 금을 둘러싼 이야기다. 그것이 얼마나 견고한지에 따라 금값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만약 근거가 없는 스토리라면 예상 밖의 침체 폭을 나타낼 수 있다.
물론 금을 보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느 정도 DNA에 박혀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이라는 직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빛처럼 빛나는 앞날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 주요 중앙은행 금 보유 현황
각국 중앙은행, 특히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중앙은행이 금을 사는 이유가 탈달러에 일방적으로 치중돼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근거가 부족하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금을 구입했다.
이유는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025년 6월 시점에서의 금 보유량은 약 2300톤에 달한다.
이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국가별 순위로는 세계 6위 안팎에 위치한다. 중국은 수년간 금 보유량을 은밀하게 천천히 늘려왔지만 최근에는 공개적이고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금 보유량은 외환보유액(2025년 10월 말 시점) 전체의 3조 3430억 달러 중 어느 정도가 될까.
세계 6위의 보유량이라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낮다.
2023년 말 현재 외환보유액의 8.89% 정도다. 사상 최고치이긴 하지만 유럽 국가의 60%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유럽중앙은행의 금 비중도 25~34% 수준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어떨까.
중국과 마찬가지로 금 보유량을 꾸준히 전략적으로 늘리고는 있다.
2018년부터 금 매입을 본격화했다.
2022년은 약 65톤, 2023년은 약 57톤을 구입했으며 2025년 9월 기준으로는 약 880톤의 금을 보유 중이다. 2001년 2분기에는 약 358t 규모였으니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중 9위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전 약 7% 미만에서 2025년 10월 기준 약 14.7%까지 증가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동시에 금이 차지하는 인도에서의 문화적 종교적 중요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세계금협회(월드골드카운슬WGC)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까지 금 보유량을 가장 많이 늘린 중앙은행은 중국도 인도도 아니다.
폴란드,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의 중앙은행이 상위를 차지한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협력체계인 BRICS 국가들도 금 보유량을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크게 늘린 것은 아니다.
■ 과연 탈달러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언론의 해석은 일관적이지만 단편적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의 논평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상징적 한도를 넘었다.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금 보유액이 미국 재무부 증권 보유액을 넘어섰다. 이 변화는 외환보유가 달러 표시 증권에서 실물자산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스태티스타는 통계를 비주얼 자료화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동사의 그림을 보면 오싹하다. 적어도 미국인이 보면 그럴 것이다.
2025년 마침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보유액이 미 채권 보유액을 넘어섰다. 미국 국채는 23%, 금은 24%다. 이 같은 역전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그림만 보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과연 그럴까.
이 그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액만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은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반면 금값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5년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약 5%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한편 금값은 온스당 1500달러 수준에서 4000달러로 급등했다.
이처럼 급등한 금액이 외환보유액으로 계상됐기 때문에 금액으로 비교하면 금과 채권 보유액이 역전됐다.
이런 점에서 채권에서 금으로 외환보유 상황이 바뀐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만약 금리가 내려가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금값이 하락한다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진정으로 자산이 금으로 전환된다고 주장하려면 금 보유에 대해서는 금액뿐만 아니라 중량 급증이 수반돼야 한다.
보유량의 5% 증가로 금으로의 전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금 보유량을 늘려 탈달러를 의도하려면 미 국채 보유량이 감소해야 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국채를 순매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록적인 규모로 사들였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현 시점에서 9조 달러가 넘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외국 및 국제 투자자가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2025년 2분기 기준 9조 1000억 달러를 웃돈다. 사상 최고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은 지난 5년간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탈달러를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달러가 자국 통화 대비 싸질 경우에 대비해 금을 추가한 것이다. 달러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다변화 전략으로 봐야 한다. WGC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달러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한 중앙은행은 소수에 불과했다.
미국 국채를 매각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더 낮았다.
이는 많은 중앙은행이 여전히 달러를 안정적인 기축통화로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 금의 가장 큰 단점
설령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는다 해도 금이 다른 기축통화를 대체할 수는 없다.
보관이 어렵고 운송비용도 늘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거래 매체로서의 기능이 극히 제한적이다.
금의 가장 큰 단점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을 보관해도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한다. 주식처럼 배당도 없다. 다만 가격 변동에 기대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점은 외환보유액을 금으로 바꿀 경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팔아야 하는데 이는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해 국채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를 자를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그것이 달러로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다.
기축통화가 무엇이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법정화폐가 붕괴 직전으로 달러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주장은 현실에 기초한다기보다 이념적 주술에 가깝다.
달러 기축통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정치는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신뢰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에 발생할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현시점에서는 법정통화나 달러의 붕괴 가능성은 없다. 미국 국채의 수요는 변함없이 견조하며, 세계 거래의 80%는 달러로 결제된다. 외환보유액의 60% 정도는 달러다.
금값 상승의 연료였던 스토리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세계가 비교적 안정적일 때는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가 불안해지면 슬그머니 다시 부상한다.
불안과 혼란은 돈의 양식이다. 분명한 점은 그 스토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인 파국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 체제가 붕괴하는 대규모 혼란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 수 있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완성된 체제에는 그 자체에 생명력이 존재한다. 달러화의 구조적 약세와 붕괴, 법정통화의 몰락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을 둘러싼 스토리가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석천 | 경제평론가 (문의 jap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