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생활 창단공연 정중헌 예술감독 엄인희 작 강영걸 연출의 작은 할머니
대학로 소극장 R&J 씨어터에서 극단 생활 창단공연 정중헌 제작, 엄인희 작, 강영걸 연출의 <작은 할머니>를 관람했다.
정중헌 예술감독 전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은 조선일보사의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 문화 담당 논설위원으로서 당대에 명성을 날리고 현역에서 은퇴한 후 서울예술대학교 교수와 부총장을 역임했다. <문화부 기자는 재밌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으며, 미술 평전으로 <천경자의 환상여행>, <황용엽의 인간풍경>, 영화 부문의 <우리 영화 살리기>를 저술했는가 하면 김종원 평론가와 공저로 <우리 영화 100년>을 발간하는 등 정열적으로 활동을 지속해온 전문가다. 연극에 대한 리뷰 100여 편을 모아 최근 <연극동네 대학로는 재밌다>라는 제목의 SNS평론집을 발행해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제정한 2016년 최우수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엄인희(1955~2001)는 인천에서 태어났다. 실향민으로 농협 지점장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경기도 일대 농촌 지역을 옮겨 다니며 유년기를 보냈다.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부유도>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저수지>가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대한민국문학상 희곡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사회운동에 참여, ‘여성의 전화’, ‘민요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안양문화예술운동연합 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문화위원회 위원, 민족문화작가회의 희곡, 시나리오 분과위원장, 민족극운동협의회 지도위원 등을 지냈다.
강영걸 연출가는 작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행간의 섬세한 상징을 끄집어내는 치밀한 연출방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의 일련의 흥행작과 더불어 무대 위의 진정한 리얼리스트라 불리며 꾸준히 한국적이고 문학성이 강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연극제 작품상, 백상예술상 연출상, 제19차 예총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꿈 먹고 물 마시고>, <그 여자의 소설> 외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무대는 배경 전체가 밝은 색의 벽면으로 둘러싸여 장면변화에 따라 실내장면과 야외장면으로 구분 연출된다. 작은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에 따라 과거 시대적 역사적 장면이 회상 속에서 전개가 되고, 가부장제와 관련된 세시풍속도가 관객의 공감대 속에 희극 또는 비극적으로 펼쳐져 흥미를 배가 시킨다.
격동의 세월이던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민족 수난기 시대의 여인들의 삶을 그린 연극 한 편이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한국생활연극협회(이사장 정중헌)에서 '작은 할머니'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남아 선호사상의 뿌리 깊은 김 씨 가문의 여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 할머니들의 살아온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극의 줄거리는 김 씨 큰댁이 딸 하나를 낳고 10년 동안 아들이 없자, 아들을 볼 요량으로 생활이 어려운 작은댁을 씨받이로 들인다. 3년 만에 아들을 얻고 김 씨의 괴롭힘에도 서로 의지하며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를 위하며 지낸다. 전쟁이 일어나고 큰댁이 죽음을 맞이하나 작은댁은 큰댁의 죽음을 숨긴 채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이 친 어미가 아니라 작은 엄마라고 속인 채 살아간다.
가부장제가 기세를 떨치던 시절에는 여자들은 남자들과 같이 겸상을 하지 못하고 여자들은 부엌 아궁이 앞에서 쪼그려 앉아 밥을 먹었다. 그리고 마을에 남정네들이 길에 버티고 있으면 감히 그 앞을 지나가지를 못했다. 또, 남자가 자기 아내를 개 패듯이 패도 주위에서 아무도 못 말리는 세월이 있었다. 연극 작은 할머니는 바로 그런 옛 시절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여인네들은 닥종이 인형을 보는 것처럼 정겹게 느껴지고,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물자가 귀한 시절에는 전구를 양말 속에 넣고 기워 신었던 시절이 있었다. 기워진 양말과 보자기로 물건을 싸서 옮기는 풍경들을 이 연극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씨받이로 들어 간 후 광복군이었던 남편이 다리 불구의 몸이 되어 돌아오지만 이미 재가를 해 자식을 기르고 있는 몸이니, 가슴 에이는 눈물을 쏟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연극에서는 백발이 된 작은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극을 마무리를 하기 까지 비극적인 내용도 희극적으로 형상화시키려는 연출방식에 따라 펼쳐진다.
김아천, 김진태, 김호준, 송경배, 유동주, 유현진, 윤수진, 윤지영, 은회신, 이지영, 장경윤, 장경수, 정애경 등이 출연해 열정과 기량을 다해 전문연극배우와 다름없는 호연을 펼쳐 극단 생활의 창단공연 정중헌 예술감독, 엄인희 작, 강영결 연출의 작은 할머니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