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파크 골프장이 골프장으로 격상한 새 구장 첫 경험>
아들을 출근시키고 나서 우리 부부도 밥상에 앉았다.
“오늘은 밥 먹고, 다사 새 구장에 가보까?”
“그러든지요!”
나도 순순히 동의하며 추어탕 한 그릇에 만 밥을 비웠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파크골프장을 찾아가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평소에, 사과 한 두 개, 계란 몇 알을 가방에 챙겨 넣고 가서 도중에 요기하고 오던 준비물도 챙길 필요 없이 가볍게 집을 나섰다. 대가야파크골프장으로 가려면 30분에서 35분은 족히 걸리지만 새 다사 파크골프장까지는 15분이면 간다. 옛 구장 가는 강뚝 한쪽 가에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열 댓 대쯤 되려나? 우리도 무턱대고 ‘여기가 새 구장이겠지’ 싶어 차를 세우고 풀밭에 난 비스듬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다사파크골프장’ 이라는 현수막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골프장 같은 느낌은 없다. ‘여기가 맞나?’ 싶어 앞을 보니 사각 콘테이너가 보인다. 창쪽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40~50대 남자검표원이 표를 검사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가야파크골프장 회원인데 그 회원증이 여기서도 통용된다고 하던데요?”
했더니 아직 그런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내년 연초에나 통용될 것이란다. 우리가 신분증을 내자 고령군민이라는 주소를 확인 한 뒤 골프채 앞 반달머리에 동전크기만한 파란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딱지가 없으면 여기 출입 못해요.”
하기에 파란 작은 딱지의 위력이 ‘고경군민의 자긍심’을 지켜주는 것 같아 정겹게 바라보았다. 남편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골프채를 맡기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어디가 첫 코스이지?’
구장 1코스를 겨우 찾아 앞을 바라보니 땅까지 내려앉은 물안개가 구장을 가득 매우고 있다. 꿈 속 몽환적인 셰계 입구에 서 있는 느낌이다. 습기를 끌어당긴 기온이 두껍게 걸쳐 입고 온 겨울잠바도 차갑게 느껴지게 한다.
‘이 정도 차가우면 골프 치다 열이 나겠지. 차차 안개도 걷히겠지!’
남편과 뿌연 세상 안쪽을 향해 티샷을 날리는데 공이 묵직하게 날아간다. 습기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이 구장 조성할 때, 구 구장을 다니면서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기존 구장은 무허가 구장이라 폐쇄하고, 10월부터 새 구장을 개장할 거라는 소문을 들으며 언제쯤 새 구장이 완공되려나 지켜봤지만, 제대로 땅을 고르고 잔디를 심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구장 첫 코스에 서서 보니 강뚝을 따라 옆으로 스쳐지나 갈 때는 보이지 않던 구장이 깊숙하게 안쪽으로 닦여 이어져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나무로 구장의 구획을 구분 짓기도 하고, 군데군데 높은 돌무더기를 쌓아 그 위에 노송 한 두 그루도 심어 정원 느낌도 들게 해두었다.
“여보, 파크 골프장 아니고 그냥 럭셔리한 골프장 같아!‘
녹색 잔디 구장을 내려다보며 파크골프를 치는 서민여자가 아닌, 호사를 누리는 골프 치는 신분의 여자가 된 듯 몽환의 숲을 향해 공을 휘둘렀다. 7시 30분이라 공을 치러 오는 사람도 열 사람 안팎으로 뜨문뜨문 보여 고요에 잠든 숲의 요정을 깨우지 않고 골프채를 휘두르고 싶었다. 녹색 이끼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한 습기가 운동화에 달라붙어 발걸음이 무겁지만, 마음만은 숲속을 나르는 요정의 날개처럼 가볍고 즐거웠다. (10시까지 세 시간 반 동안 쳤더니 걸음 수가 16000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