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불안과 무력감이 삶에 침투하고 있다.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은 강화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내자는 격려의 목소리와 자발적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기부의 규모를 떠나 자신의 자리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작은 손길을 내미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강화 동막해수욕장 가는 길 화도면 사기리에서 ‘남취당의 한옥이야기’라는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는 김영란씨는 강화 소창천을 활용한 수제 면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눔을 시작했다.
▲강화소창으로 만든 수제 마스크 제작
2018년 강화 소상공인 5명과 함께 ‘강화소창이야기‘ 협동조합을 시작해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영란씨는 강화 소창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소창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소창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연구하던 중 소창 수제 마스크 제작을 고안해냈다.
“우리 협동조합은 소창천 마스크 제작을 위한 미싱 등의 여건을 갖추고 있으니 뜻을 모아 군이나 인천지역 취약계층에 마스크 기부를 하자는 제안도 한 상태예요. 소창 마스크가 가지는 장점이 참 많아요. 직접 삶은 소창천 4겹을 덧대 만들어 품은 좀 들지만 위생적이고 비말을 예방할 수 있어요. 확진자가 없는 청정 강화에서는 충분히 마스크로서의 가치를 실감하고 상품성을 인정받아 판매로도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소창 천 마스크를 사용하는 강화읍내의 카페
소창 천 마스크를 사용해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 물었다.
”부직포 마스크를 사용하면 숨쉬기가 답답하고 얼굴 접촉면에 가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소창 마스크를 사용한 사람들이 소창 마스크는 숨쉬기도 편하고 전혀 가렵지 않다고들 해요. 그리고 면마스크는 재사용이 가능해서 일회용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죠“
강화도에서 3대째 내려오는 소창공장인 연순직물은 소창 천 마스크 제작을 위한 소창원단을 기부하고 나섰다. 최근 동네 친구에게 소창 공임 연습을 위한 별도의 공간과 기계를 무료로 내어주고 있던 참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혼란이 많은 시기이고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잖아요. 이런 시기에 피부에 닿아도 안전한 소창천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소소한 나눔을 하면 뜻깊을 거 같아 친구의 제안에 동참했어요."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은 강화도는 코로나 취약계층이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코로나 사태가 번지면서 작은 면단위로 활성화되어 있던 마을회관이 모두 문을 닫았고, 노인회관에 모여 끼니를 해결하고 소일하시던 어르신들은 일상의 절반을 잃어버렸다.
강화 길상면 장흥1리 마을회관에서 평소 어르신들에게 요리봉사를 해오던 지역주민 정영임씨는 집에서 끼니를 해드시기 어려운 독거노인분들을 위해 손수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평소 마을회관의 전경
▲요리 봉사
“장흥1리는 매일 20명의 어르신이 마을회관에 오셔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을이에요. 마을회관을 폐쇄하면서 어르신들이 집에만 계시게 되자 우울감을 느끼시는 거예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반찬을 준비하게 됐어요. 당장 어르신들에게는 크지 않아도 작은 손길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거 같아요.”
강화의 많은 상점들이 저마다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강화 온수리에 위치한 ’책방 시점‘이 착안한 코로나 극복 프로젝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책방 시점은 3월 한 달간 3권 이상의 책을 주문하면 책방지기가 강화 어디든 3시간 내로 직접 책 배달을 가는 ’333 법칙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모두들 사상 유례없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에서요. 매일 스마트폰으로 불안감만 재확인하느니 책도 보고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싶지만, 도서관도 대부분 휴관이고 그렇다고 책방 나들이는 힘든 상황이죠. 그러니 책방이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로 이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거창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최소한의 피해로 이 어려운 시기를 연대하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이 꿈틀거렸다. 길목마다 이들의 작고 다정한 손길과 닮은 여린 새싹과 들풀이 돋아나는 계절이다. 지천에 널린 들꽃과 함께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 피어난 완연한 봄이 하루라도 앞당겨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글· 사진 이경미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