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잠시만 둘러봐도 이런 영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살이 찐 게 아니에요. 코티솔 얼굴이에요.”
둥글고 부어 보이는 얼굴의 ‘비포’ 사진과 날렵해진 ‘애프터’ 사진을 보여주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높아서 얼굴이 붓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곧이어 “이 제품을 먹으면 코르티솔을 낮출 수 있다.”가 등장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코르티솔이 얼굴의 지방 분포와 체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셀카 한 장이나 둥근 얼굴만 보고 ‘코티솔 얼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인 진단이 아니다. 오히려 ‘실제로 존재하는 호르몬’을 이용해 꽤 그럴듯한 제품선전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례에 가깝다.
코티솔은 나쁜 호르몬일까?
코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신장 위에 있는 작은 기관인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이 스트레스나 위협에 대응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코티솔을 단순히 ‘나쁜 호르몬’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코티솔은
· 혈당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 혈압 유지에 관여하며
· 스트레스 상황에서 몸이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고
· 하루 동안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속 코티솔 농도가 하루 종일 같은 농도로 유지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높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낮아지는 일주기 리듬을 보인다. 따라서 코티솔 검사를 할 때 검사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거울을 보고 “오늘 얼굴이 좀 부었네”라고 느끼는 것만으로 코티솔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코르티솔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얼굴의 모습 역시 수면, 염분 섭취, 체중, 음주, 조명, 자세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코티솔 얼굴’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SNS에서 한때 “당신은 못생긴 것이 아니라 코티솔 얼굴을 가진 것”이라는 식의 콘텐츠가 유행했다. 얼굴이 둥글고 부어 보이는 자신의 과거 사진과 훨씬 갸름해진 현재 사진을 비교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코티솔이 높아졌고 그래서 얼굴이 부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진만으로 실제 코티솔 수치를 알 수 없는데도 얼굴의 변화와 코티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설명한다는 거다.
더 흥미로운 건 영상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제품을 사용해 보세요.” 그리고는 보충제나 이른바 ‘코티솔 낮추는 음료’가 등장한다.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코티솔 제품
여러 가지 스트레스 완화 보충제가 등장한다. L-테아닌, 이노시톨, 마그네슘, 패션플라워 등을 포함한 제품들이 스트레스나 긴장 완화를 내세워 판매되고 있다.
또 영지버섯, 아슈와간다, 마그네슘, 레몬밤 등을 조합한 ‘Calm’ 계열의 제품도 등장한다. 이들 성분 가운데 일부는 스트레스나 긴장 완화와 관련한 연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어떤 성분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이 제품을 먹으면 코티솔이 낮아져 얼굴이 갸름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주장이다. 특정 제품이 실제로 얼굴 모양을 바꾸고 코티솔을 낮춘다는 것을 입증하는 독립적인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SNS 영상 자체가 광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문제 제기 → 전∙후 사진 → 호르몬 설명 → 제품 추천 → 구매 유도'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코티솔 칵테일’을 마시면 얼굴이 갸름해질까?
SNS에는 코코넛워터, 오렌지주스, 레몬, 마그네슘, 소금, 탄산수 등을 섞은 이른바 ‘코티솔 칵테일’도 소개하고 있다. 각 재료 자체는 나쁘지 않다. 과일에는 비타민∙수분이 들어 있고, 코코넛워터에는 전해질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 역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것을 섞어 마신다고 해서 코르티솔이 즉각 낮아지고 얼굴의 부기가 사라진다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건강한 음료로 마시는 것과 ‘코르티솔 치료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코르티솔 때문에 얼굴이 변하는 경우는 정말 없을까?
있다. 바로 이때문에 SNS의 이야기가 더욱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이다. 심하게 높은 코르티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에서는 실제로 얼굴 모양이 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쿠싱증후군'이다.
코티솔이 만성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얼굴에 지방이 축적되어 둥글고 부어 보이는 이른바 ‘문페이스’(moon face)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얼굴 변화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체중 증가, 몸통 중심의 지방 축적, 피부 변화, 멍이 쉽게 드는 현상, 근력 저하, 혈압∙혈당 변화, 수면 및 기분 변화 등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의 문페이스와 SNS에서 말하는 ‘내 얼굴이 둥글어졌으니 코티솔이 높은 것 같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질병은 얼굴 사진 한 장으로 진단할 수 없다.
얼굴이 둥글어 보이는 훨씬 흔한 이유
그렇다면 특별한 질병이 없는 사람의 얼굴이 어떤 날 유난히 둥글거나 부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보다 평범한 원인이 많다.
① 잠을 제대로 못 잔 날. 수면 부족은 체액 균형과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다음 날 얼굴이 부어 보일 수 있다.
② 전날 짠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몸에 수분이 일시적으로 더 많이 머물 수 있다.
③ 체중이 증가한 경우. 당연히 얼굴의 피하지방도 증가할 수 있다.
④ 술을 많이 마신 경우. 알코올은 수분 균형과 수면에 영향을 주어 다음 날 얼굴이 붓거나 피곤해 보이게 만들 수 있다.
⑤ 나이와 유전. 얼굴의 골격과 지방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도 변한다.
여기에 사진을 찍는 시간, 조명, 카메라 각도, 표정, 렌즈까지 영향을 준다. 따라서 서로 다른 날 찍은 ‘비포’와 ‘애프터’ 사진만으로 호르몬 변화를 증명할 수 없다.
코르티솔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은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스트레스와 코르티솔 조절,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비싼 ‘코티솔 해독 제품’을 찾기보다 먼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ㅡ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충분히 자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놀랍게도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 가장 평범한 방법일 수 있다.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
얼굴이 조금 둥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코티솔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갑자기 체중이 크게 변하거나, 얼굴과 몸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지속적인 피로·근력저하·혈압변화·피부변화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호르몬 이상이 의심될 경우 의사는 증상과 병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검사를 시행한다.
중요한 것은 셀카가 호르몬 검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코티솔 얼굴’보다 더 중요한 질문
SNS의 건강 콘텐츠를 볼 때는 한 가지 질문을 해보면 좋다. “이 이야기를 내가 믿었을 때 누가 돈을 버는가?”
‘코티솔’이라는 실제 존재하는 호르몬을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 수면, 체중, 얼굴 변화 등을 연결하면 상당히 과학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얼굴이 둥글다 → 코티솔이 높다 → 이 제품을 먹으면 해결된다”라는 연결고리는 과학적으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진짜 코티솔 이상으로 인한 ‘문페이스’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둥근 얼굴이 호르몬 이상 때문인 것은 아니다. 얼굴은 수면, 식사, 염분, 체중, 나이, 유전, 부종, 조명 등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다음에 SNS에서 “당신은 못생긴 것이 아니라 코티솔 얼굴입니다”라는 영상을 보게 된다면 일단 잠시 멈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제품 광고가 등장한다면 더욱 신중해져야한다. 과학은 질문에 답하지만, SNS 인플루언서는 ‘답을 팔기’도 한다.
건강에 관한 가장 좋은 첫 번째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ㅡ잘 자고, 적당히 움직이고, 균형 있게 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 그리고 정말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면 SNS 댓글창이 아니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