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 순례기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49
일시 : 2019년 3월 22일
장소 : 엘림센터
1. 오늘은 아이들과 중고서점을 가기로 했다. 시간이 애매해서 7시 30분경에 만났다. 책을 고르고, 뒤늦게 합류한 아이도 책 한 권 사고, 맛난 치킨을 쐈다.
2. 서점에서 만나자마자 녀석들은 놀러가잔다. 낯설고 어색한가 보다. 일단 책부터 하나 고르라고 했다. 시간은 30분.
‘소’는 내 주변을 맴돈다. 이 아이는 역사에 관심이 많단다. 몇 권 골라 고심하길래 내가 좋아했던 작가, 이덕일의 책을 강력 추천했다.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이다.
그런데 두 아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것을 골랐다. 그의 책을 꽤 읽었던 모양이다. 한 아이는 <동급생>을, 다른 아이는 <방과 후>를 선택했다. 나는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다. 아, <가면 산장 살인 사건>도 보았구나.
마지막에 왔던 아이는 들어오자 마자 두 권을 들고 짠, 하고 나타났다. 친구가 예전에 너무 재미나게 읽은 책이라고 추천해 주었는데, 곧 바로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3. 뭘 먹을 거냐고 물으니 당근 치킨이다. 치즈를 못 먹는 아이가 있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왔지만 학교 마치고 온 애는 식사를 못 했다. 좋아하기도 하고, 식사도 되도록 치킨 먹으로 갔다.
여자 아이 4명과 나, 그렇게 다섯 명인데, 실컷 먹으라고 두 마리를 시켰다.
이 녀석들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웃기고 재밌다. 남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 설렐 때지.
책 고른 이야기 좀 하다가 딴 이야기 실컷 하고, 다시 진로 이야기가 나왔다. 막내는 모르겠단다. 서비스의 달인인 ‘순’이는 주점 등,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고 싶단다. 남 보다 3배, 4배를 일하는 ‘미’는 이미 차린 가게를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단다. ‘라’는 비행청소년을 돕는 일을 하는 게 꿈이다.
그냥 그렇게 노닥 거리다가 센터로 태워주었다.
아차, 했는데, 센터장님이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10시 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행여 법원, 경찰 등에서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한다고.
4. 오늘 기대를 조금 하고 갔다. 서점과 책 이야기를 할 줄 알았더니 딴 이야기만 실컷 했다. 나로서는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과 먹고 놀고, 아이들이 수다 떠는 것을 말없이 지켜만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서로 익숙해지고 편안해 지는 것, 그게 <어린 왕자>의 한 대목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 글쓰기는 각자 고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