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민 동시집 『금메달이 뜬다』
책 소개
《금메달이 뜬다》는 간결하며 유쾌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늘 어린이들과 함께 만나서 공부하는 김시민 시인의 동시에는 아이들과 공감하는 소재와 말투가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동심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때로는 엉뚱하며, 때로는 눈물짓게 하고, 때로는 아주 발랄합니다. 아이의 눈높이로 기꺼이 내려가 소통하는 어른, 김시민 시인은 어른과 아이의 관점의 차이를 유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동시로 풀어냈습니다. 또한 양혜민 화가는 동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정갈한 선과 빛깔로 그림에 정성스럽게 담아냈습니다.
출판사 서평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하며 소통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 재미있는 이야기와 속마음까지 잘 살피고, 글로 적고 다듬어, 유쾌하고 발랄한 동시로 지어내는 김시민 시인의 솜씨가 잘 드러나는 동시집입니다.
자신이 가는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르고, 부모님이 만들어 준 길을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시인은 아이들이 경주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꿈을 꾸는 아이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동시를 써내려 갑니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아이다움을 마음껏 즐기라 말합니다. 동시 속 아이들은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고,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여 보고, 귀여운 반항도 해 봅니다. 풀 죽어 웅크려도 보고, 마음을 졸여 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걱정하며 손을 내밀어도 봅니다.
아이가 가진 각자의 꿈과 개성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합니다. 다정한 눈빛, 따스한 말 한마디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디딤돌이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꿈메달을 가슴에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것입니다.
동시집 《금메달이 뜬다》가 우리 어린이들이 걷는 걸음마다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가슴 한가운데에 걸린 꿈메달로 환히 빛나길 바랍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의 바람처럼 시인의 동시가, 수많은 동시인들의 동시가 아이들 마음을 환히 비추는 보름달이 되어 둥그렇게 떠올라 아이들 가슴마다 멋진 꿈메달로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 봅니다.
동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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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민 작가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매일 만나는 어린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동시로 씁니다. 1994년 부산MBC 아동문학 대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집으로는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자동차 아래 고양이》, 《별표 다섯 개》, 《공부 뷔페》, 《엄마를 딱 마주쳤다》가 있습니다.
2012년 서덕출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0년 아르코창작기금을 수혜했습니다.
그림 양혜민
5월의 따스한 햇살과 8월의 시원한 파도 소리, 12월의 고요히 눈 내리는 밤을 아주 좋아해서 항상 기억하고 그림으로 담아내곤 합니다. 지금은 교과서나 어린이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은혜 갚은 두꺼비》, 《오 마이 갓! 멋진 대구》, 《무엇이든 척척 백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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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김시민
수행 평가 준비로 밤늦게까지 리코더를 분 이튿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아주머니를 만났어.
나는 일부러 밝게 인사를 했지.
- 너, 늦게까지 리코더 불었지?
얼굴을 찌푸리며 내게 물었어.
- 나도 그 소리 때문에 늦게 잤는걸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는데,
눈치 없는 리코더가
가방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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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김시민
와!
금메달이 뜬다.
나는 한 번도 따 본 적 없는
금메달이
동쪽 하늘에 빛난다.
옆집 민혁이가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따고
우리 반 수현이가
수학 경시대회에서 딴
황금빛 메달이다.
엄마는 민혁이랑 수현이 본 좀 보라지만
나는,
나다.
나에게는
나만의 금메달이 있다.
저 보름달!
내 가슴에 걸어 준다.
사람들 가슴마다
저마다의 금메달을 걸어 준다.
저 보름달!
우리들의 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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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대화시간
김시민
피곤한 아빠 몸에
큰 코끼리 한 마리 들어와
푸아 푸우아 푸우 푸우!
얘기하면,
엄마 몸에 들어온
하마 한 마리
파아 파아아 파아!
대답하며,
시간 없어 못다 한 말
꿈속에 나누는데,
사바나에서
치타와 달리기 끝낸 내 동생
한마디 거든다.
-운동회 일 등 했어. 요오오 푸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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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텔레비전
김시민
시골에 혼자 사시는
우리 할머니.
텔레비전을 켜 둔 채
곤히 주무신다.
편히 주무시라고
살짝
텔레비전을 껐더니,
- 놔두라, 보고 있다.
잠 깊은 숨결로 말씀하시고는
낮게 코를 고신다.
비어 가는 시골 마을,
-사람 하나 없고, 종일 말 한마디 할 데가 없다.
다니러 온 엄마에게
쓴 웃음 지으며 말씀하셨던 할머니.
- 옹냐, 옹냐.
텔레비전과
꿈에서도 이야기 나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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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밤
김시민
엄마,
내 배 속에
비둘기 한 마리가 사나 봐요.
꾸르륵 꾸르륵
자꾸 울어요.
배 속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는지
꾸르륵 꾸꾸꾸르륵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어요.
엄마도 들리지요?
그러니
비둘기 모이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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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시간
김시민
엄마가 올 시간이 되어
게임도 끄고
공부하는 척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