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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라더스 4
씬 91. 상우의 차안/밤.
운전 중인 상우.
조수석의 봉구가 힐끔거리며 상우의 눈치를 본다.
상우는 운전에 열중한 채 아무 얘기가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우의 차.
시간이 밤에서 새벽으로 바뀐다.
부산을 알리는 톨게이트가 보인다.
씬 92. 엄마(유현숙)의 집 앞/오전.
봉구의 가방을 든 채 초인종을 누르는 상우.
곧, 문이 열리며 열 살 정도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아이가 문을 연다.
아버지가 다른 봉구의 동생, 토모(9살, 남)다.
토모는 입에 꼬치어묵(덴뿌라)을 물고 의아하게 상우를 쳐다본다.
토모: (일본어로) 누구야? (뒤에 봉구를 확인하고) 어? 너 또 왔니? 애늙은이.
영문을 모르는 상우, 뒤를 돌아보면 봉구는 토모에게 잔뜩 주눅이 들어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다.
그때, 집 안쪽에서 뛰어 나오는 봉구의 엄마. (유현숙, 30대 중반, 여)
그녀는 봉구의 엄마로 보기엔 꽤 젊고 고혹한 느낌이다.
얼어붙은 듯 멍해지는 상우, 잠시 그녀를 쳐다본다.
곧, 뒤에 서있는 봉구를 발견하는 엄마.
봉구, 엄마에게 달려가 안긴다.
봉구를 꼭 껴안은 엄마, 눈에서 눈물이 맺힌다.
토모와 상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씬 93. 엄마의 집안/오후.
넓은 거실 한구석에 토모가 여전히 입에 꼬치 어묵을 물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중간중간 봉구에게 험악한 인상으로 일본어를 하고 있는 토모.
봉구, 완전히 고양이 앞에 쥐다.
CUT TO.
벽에 걸린 사진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는 상우.
봉구엄마가 그의 옆을 따른다.
사진은 일본어 간판을 배경으로 봉구엄마와 토모. 그리고 40대중반의 토모아빠가 보인다.
그 뒤를 졸졸 따라오는 토모.
봉구엄마: (토모를 쳐다보며) 얘 아빠예요. 봉구 아빠랑 헤어진 2년 후에 만났죠. 한국 현지법인 대푭니다.
상우: (끄덕이며) 집에 안 계신가요?
봉구엄마: 네. 이번 달은 일본에서 근무하는 달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상우.
토모는 상우가 의아한 듯 일어로 계속해서 엄마에게 묻는다.
CUT TO.
소파에 앉아서 말을 나누고 있는 상우와 봉구엄마.
봉구엄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지만 절대 울먹이거나 말을 더듬지는 않는다.
상우, 웬일인지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봉구엄마: 봉구가 생일만은 여기서 보냈어요……. (상우를 보며) 봉구아빠가 돌아가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이) 새 출발하라고……. 봉구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원래 약한 모습 잘 안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상우, 말없이 봉구엄마의 얘기만을 듣는다.
상우의 시선에 소파 뒤 거실 한쪽에서 토모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봉구는 토모의 주위만을 맴돌고 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상우.
상우: 괜찮겠죠?
봉구엄마: (끄덕이며) 토모아빠는 봉구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좋다고 하셨어요. 근데……. 봉구가 여긴 조금 낯선가 봐요. 뭐 다른 사람이랑 다시 결혼한……. 제가 싫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우, 문득 봉구엄마가 다리를 꼬고 있음을 본다.
그녀도 심장이 뛸 때마다 다리가 미약하게 톡톡 뛰는 것을 알 수 있다.
엷은 미소가 번지는 상우, 고개를 끄덕이며 봉구엄마를 본다.
상우: (고개를 끄덕이며) 아뇨. 봉군 엄마 무척 좋아해요.
봉구엄마: (영문을 모른 채) ?
상우: 부탁드릴게요.
봉구엄마: (꾸벅 인사를 하며) 정말 감사드립니다.
씬 94. 엄마의 집 앞/오후.
현관으로 걸어 나오는 상우.
봉구와 봉구엄마, 토모가 모두 배웅을 나온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봉구 엄마와 상우.
혼자 서있는 봉구에 비해 토모는 꼬치어묵을 빨며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CUT TO.
운전석의 상우 조수석의 봉구.
아직도 분위기는 어색하다.
봉구,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다시 뛰어나오는 봉구.
가지고 나온 소형 디지털 녹음기를 건네준다.
이게 뭐냐는 듯한 상우의 표정.
봉구: 이거 형꺼. 난 이제 필요 없으니까.
상우, 힘없이 웃고 차를 출발시킨다.
룸미러로 홀로 서있는 봉구가 멀어진다.
씬 95. 고속도로위 상우의 차안/밤.
운전 중인 상우.
상념에 잠겨 있는 듯 하다.
대쉬보드 위에 녹음기를 집어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상우.
봉구가 생각났는지 다시 녹음기를 켜본다.
E: (녹음기 소리 - 정 반장의 목소리) 불교에서는 말이다. 이생에 형제로 태어난 거는 전생에서 진 둘 간의 원수를 갚던가, 전생에서 진 은혜를 갚으라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어. 아니?
피식, 힘없이 웃는 상우.
녹음기를 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재빨리 녹음기를 다시 켜본다.
테이프를 전진 시켜보는 상우.
E: (녹음기 소리: 정 반장의 목소리) 니 형이 사진을 안주고 있거든? 서장 사진 알지? 도대체 상우가 왜 전화도 안 받고, 사진도 안 갖고 오는 이유가 뭘까 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상우의 머릿속에 흐르는 인터커트.
<인터커트>
봉구에게 녹음기를 건네주는 상우의 모습.
상우: 의뢰인들 요구사항은 다 녹음해야 돼. 나중에 발 뺄 수가 있거든.
알겠다고 끄덕이는 봉구의 모습.
씬 96. 평창동 주택가 도로/밤.
갑자기 도로에서 뛰어나와 차를 세우는 상우.
영문을 모르는 의전기사가 차 문을 열고 나온다.
뒤에 앉아 있던 서장이 고개를 앞쪽으로 내밀고 상우를 쳐다본다.
씬 97. 카페/밤.
서장과 독대하고 있는 상우.
테이블 위에 상우가 건네준 녹음기가 플레이되고 있다.
서장, 허탈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떨군다.
상우, 일어나 가벼운 목례를 하고 카페를 나서는데, 때마침 들어오는 정 반장.
정 반장: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소리로) 너 뭐야? 어? 여기 왜 왔어?
상우, 주위를 둘러보고는 갑자기 흰 치아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상우: 반장님. 이생에 형제로 태어난 건 전생에 진 원수를 갚으라는 거죠? 그렇죠?
정 반장: (어리 둥절) 이 개새끼가 약을 쳐 먹었나?
상우, 입모양으로 무슨 말을 정 반장에게 살짝 건넨다.
눈짓으로 상우에게 되묻는 정 반장.
정 반장: (화가 났다) 뭐? 뭐라구?
상우: (정 반장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개.새.끼.야.
눈이 휘둥그레지는 정 반장,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한 무리의 사복경찰들이 그의 양팔을 잡고 무장해제를 시킨다.
정 반장, 길길이 날뛰기 시작하고 상우는 그를 등지고 문을 나선다.
씬 98. 상우의 집/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우.
책상에 앉아 있는 기태를 한번 쳐다보고 소파에 눕는다.
기태: 봉구 말이야. 너 떠난 다음에 조금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시켰대. 봉구 엄마한테 전화 왔다.
대꾸 없이 소파에 머리를 파묻는 상우.
기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옷을 집어 문 쪽으로 나간다.
기태: (문을 반쯤 열고 나가려다) 너무 걱정하진 말래. 많이 아픈 건 아니니까. 병원 가르쳐 줘?
상우, 대답이 없다.
알겠다는 듯이 문을 닫고 나가는 기태.
<점프>
창밖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 상우.
창문 블라인드의 틈새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들어와 상우의 얼굴을 적신다.
문득, 상우의 시야에 비디오 데크 위에 놓여있는 사탄의 인형 비디오 테이프가 보인다.
<점프>
TV 모니터에서 사탄의 인형의 도입부가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모니터를 보는 상우, 가끔씩 무슨 생각이 났는지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점프>
창밖의 빗방울은 이제 제법 굵어졌고 가끔씩 천둥과 번개가 동반된다.
여전히 사탄의 인형을 보고 있는 상우.
번개와 천둥이 칠 때마다 무서웠는지 주위를 돌아본다.
갑자기 창밖의 비가 폭우로 변하며 번개와 천둥이 빈번하게 동반된다.
TV화면에서 처키가 칼을 들고 사람들을 살육한다.
처키 특유의 무서운 표정이 화면을 장악하자 결국 TV를 꺼버리는 상우.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씬 99. 상우의 방/밤.
폭우가 상우 방 창문을 때리고 있다.
상우,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상우는 봉구처럼 둘리의 고길동의 테마를 허밍으로 부르고 있다.
다시 천장을 보고 눕는 상우.
순간, 번개가 치면서 상우의 시야에 처키가 얼굴을 드러낸다.
기겁을 하는 상우.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천장을 본다.
번개가 치자 그것은 봉구가 천장에 붙여 놓은 처키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점프>
침대 위에 의자가 위태롭게 움직이고 있다.
상우가 빗자루를 들고 천장에 붙어 있는 그림을 떼어내려고 한다.
그림을 떼어내는 순간, 중심을 잃은 의자와 함께 바닥에 자빠지는 상우.
물끄러미 바닥에 떨어진 봉구가 그린 그림을 쳐다보는 상우, 자신의 행동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그림을 보며 힘없이 웃어본다.
씬 100. 봉구의 개인 병실/오전.
반쯤 세워진 침대에 환자복 차림으로 누워있는 봉구, 그리 아파 보이진 않지만 표정이 밝지는 않다.
침대 옆 보호자의자에 봉구 엄마가 앉아서 과일을 깎고 있다.
그녀는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안을 들여다보는 기태.
봉구, 눈이 동그래지며 기태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내는 기태.
기태: 저기요……. 혹시 유현숙씨라고 계시나요?
봉구엄마: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네? 전데요.
기태: 잠깐 나와서 뵐 수 있을까요?
영문을 모르는 봉구엄마, 봉구를 쳐다본다.
괜찮다는 표정을 보이는 봉구.
봉구엄마, 깎던 과일을 놓고 기태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곧이어 다시 열리는 문.
문틈으로 봉구의 프라 모델이 등장한다.
상우다.
봉구, 뛸 듯이 기뻐하며 상우를 안는다.
씬 101. 상우의 차안/오전.
밝은 표정의 상우가 운전을 하고 있고, 옆자리의 봉구는 상우가 가져온 가방에서 옷을 꺼내 환자복을 갈아입고 있다.
봉구: 형 어디 가는 건데?
상우: (미소를 지으며 봉구를 본다) 가보면 알아.
씬 102. 성북동 현주네 집/오후.
문 앞에 서있는 봉구와 상우.
곧, 현주가 문을 연다.
현주, 봉구와 상우를 보더니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다.
봉구,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상우를 쳐다본다.
한숨을 한번 쉬어 보는 상우, 안되겠는지 잠겨진 대문을 발로 차서 부숴 버린다.
씬 103. 현주의 집안 마당/오후.
현주를 설득 중인 상우와 봉구.
현주, 상우의 시선을 외면한 채 잔뜩 화가 나있다.
상우: 아버진 용서를 비는 게 아니에요! 당신 결혼 축복을 해주려고 한다고 몇 번을 얘기해요!
수화로 전하는 봉구.
현주, 고개를 가로 저으며 봉구에게 다시 수화한다.
봉구: 남의 일에 참견 말래.
상우: 제발요. 한번만 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한번만 만나보라구요. 네?
자신 없이 수화를 전하는 봉구.
다시 봉구에게 수화를 전하는 현주.
봉구: (우울) 형이 아무리 그래도 아버질 보고 싶지 않대. 제발 그냥 가래.
상우: (열 받았다) 에이. 씨발 진짜. 왜 말 길을 못 알아들어! 당신 아버지 죽은 다음에 무슨 후회를 할려고 그래! 나처럼 후회하고 싶어! 아버지 뒷모습도, 축 처진 어깨도 기억 못하는 바보가 되고 싶냐구!
봉구, 멍하니 상우를 쳐다본다.
봉구, 표정도 형처럼 일그러지며 현주에게 강력하게 형의 얘기를 전한다.
잠시 상우를 쳐다보는 현주, 그래도 안되겠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상우,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선다.
상우: (소리친다) 맘대로 해! 씨발. 내 성질 건드렸어! (거칠게 닫힌 미닫이문을 열어 재끼며) 왜 내 성질을 건드려.
순간, 쾅 소리 내며 열린 미닫이문이 마루바닥에 자빠진다.
난감한 상우, 문짝을 집어 들고 문턱에 다시 맞춰보지만 여의치 않다.
상우: 문이 왜이래? 이거……. (민망하다) 에이……. 씨. (문을 그냥 마루에 던져 버리고 방안에 들어가 대자로 누워버린다) 나도 내 맘대로 하고 살 테니까. 안가면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 나도 안 나갈 거라구!
봉구와 현주, 방안에 누워버린 상우를 황당하게 쳐다본다.
씬 104. 병원 로비/오후.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가는 상우, 봉구, 현주, 현주남편.
봉구는 현주 남편이 탄 휠체어를 밀며 가고 있다.
씬 105. 현주 아버지의 병실/오후.
침대에 기대어 있는 현주의 아버지.
팔에는 여러 병의 링거가 꽂혀 있고, 병색이 저번보다 더 안 좋아 보인다.
문이 열리며 봉구와 상우가 먼저 들어오고, 현주 남편의 휠체어를 현주가 밀고 들어온다.
현주, 용기가 안 나는지 아버지의 침대에 다가서지 못한다.
망설이는 현주를 침대 앞으로 슬쩍 밀어 보내는 상우.
현주, 그제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쳐다본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반응 없이 현주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수화를 건네는 현주.
의사2: (현주를 돌아보며) 앞이 안보이십니다. 후두암이 시신경까지 전이 됐거든요.
현주남편, 수화로 현주에게 아버지의 상태를 전한다.
아버지를 보며 난감해 하는 현주.
상우, 멍하니 서있는 봉구를 쿡 찔러 침대 쪽으로 밀어 보낸다.
구, 현주 아버지에게 다가가 현주가 왔음을 알려준다.
아버지, 현주 쪽으로 고개를 돌리나 현주를 지나친다. 그리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뭐라 말한다.
아버지의 입에 자신의 귀를 갖다 대보는 봉구.
봉구: (현주에게 수화하며) 더 이뻐졌대요.
현주, 눈물이 고여 있지만 미소 지으며 아버지 시선 쪽으로 옮겨가 수화를 다시 시작한다.
봉구: (아버지의 귀에다 큰소리로) 아빠도……. 아직도 멋있으시대요.
미소 짓는 아버지를 보며 끄덕이는 현주, 수화로 다시 봉구에게 뭐라고 전한다.
봉구: (큰소리로) 많이 아프시녜요?
아버지, 다시 입을 우물거린다. 봉구, 다시 아버지의 입에 귀를 대본다.
봉구: (현주에게 수화하며) 하나도 안 아프대……. 걱정하지 말래요.
현주, 다시 봉구에게 수화한다.
봉구: (울먹이며 큰소리로) 누나……. 애기 가졌대요…….
순간, 아버지, 끄덕이며 눈에서도 눈물이 또로록 떨어지고…….
현주의 참았던 울음도 퍽 터진다.
다시 봉구에게 뭔가를 말하는 아버지.
봉구, 뒤에 있는 현주 남편을 쳐다본다.
봉구: 형……. 누나 착한 사람이니까……. 잘 좀……. 해주래……. (운다)
현주남편, 눈물을 참으며 휠체어를 밀고 아버지 곁으로 간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는 현주남편.
그때,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현심.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상우도 눈에 눈물이 고이는데…….
봉구와 눈이 마주지자 밖으로 황급히 나가버린다.
씬 106. 현주 아빠 병원 복도. 밤.
상우, 현심과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심: 정말 고마워요…….
눈이 벌개진 상우,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인다.
봉구: (현심에게) 우리 형이에요.
미소 짓는 현심, 봉구에게도 가벼운 목례를 보낸다.
상우, 자신의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 수표 몇 장 빼낸다.
상우: 이거 현주씨 주세요. 집에 세탁기가 엉망이던데……. 신형으로 하나 들여놓을 돈은 될 겁니다.
현심, 어쩔 줄 몰라 하며 수표를 받는다.
그녀 손에 있는 수표를 쳐다보던 봉구, 손에서 수표를 빼앗아 세어본다.
서둘러 자리를 빠져 나오는 상우.
봉구, 수표를 다시 현심에게 주고 형을 따라간다.
씬 107. 병원 지하 주차장/밤.
상우를 쫒듯이 걷고 있는 봉구.
영문을 모르는 상우는 뭐가 잘못됐냐는 눈빛으로 봉구를 대하고 있다.
봉구: (불만 어린) 왜 팔십만 원이야?
상우: (다시 시달린다) 뭐가 임마? 또?
봉구: (따진다) 그 누나가 옛날에 백만 원 줬었잖아?
상우: (머뭇대더니) 야……. 봉구야……. 임마……. 왔다갔다 교통빈 빼야지……. 그냥 다 주는 게 이상하지……. 그게 더 이상한 거야. 임마.
봉구: 문짝은? 문짝도 두 개나 뽀개 놓구선.
상우: 에이. 진짜. 너 왜이래. 임마. (궁색하다) 괴롭히지 좀 마…….
봉구에게서 도망치듯 멀어지는 상우.
봉구, 그의 뒤를 웃으며 쫒는다.
씬 108. 상우의 차안/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상우의 차.
상우와 봉구, 둘 다 김밥을 통으로 들고 즐겁게 먹고 있다.
오디오에서 예전에 박살을 냈던 OST 1번 곡이 흐르기 시작한다.
문득, 상우의 시선에 봉구의 흰 머리카락이 보인다.
상우, 봉구의 머리 쪽으로 손을 옮기려다 봉구가 쳐다보자 손을 이내 거둬들인다.
상우: (김밥 우물대며) 야……. 배꼽 있잖아……. 내가 얼핏 봤는데……. 닮은 거 같더라.
빨대를 꼽은 우유를 빨며 피식 웃는 봉구, 그리 밝지가 않다.
봉구: 우리 같이 살면 안 되겠지?
상우: (앞을 보다 물끄러미 봉구를 보며) 봉구야……. 형은……. 형 자신도 잘 보호 못하는 사람이야.
봉구: 내가 보호해주면 되잖아. 돈도 다 받아주고…….
상우: 넌 엄마를 보호해 줘야지……. 토모랑.
알았냐는 눈빛을 보내는 상우.
봉구,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가방 속에서 프라모델과 본드를 꺼낸다.
대쉬보드위에 프라모델을 붙여 버리는 봉구.
상우, 프라모델을 보며 미소 짓는다. 둘은 OST 1번곡을 합창하기 시작한다.
씬 109. 병원 로비/밤.
꽤 많은 환자들과 의사들이 분주한 병원 로비. 로비 의자에 앉아 있는 상우와 봉구.
봉구는 다시 환자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이다.
상우, 손톱을 입으로 가져와 물어뜯으려다가 봉구와 눈이 마주친다.
그런 상우를 보며 살짝 웃는 봉구. 상우도 웃는다.
상우: 언제 퇴원하니?
봉구: 나도 잘 모르겠어.
상우: 봉구야……. 아빠 마지막 모습 기억하니?
봉구: 응.
상우: 아까 현주 누나 아빠처럼…….
봉구: 무슨 말 했냐구?
상우, 봉구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봉구: 했어.
상우: 뭐라고 하셨어?
봉구, 상황을 기억하려는 듯 로비 천장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순간부터 봉구의 말은 내레이션이 되고 화면은 과거의 봉구기억으로 넘어간다.
봉구: (N) 응. 내가 응급실에 갔었는데……. 아빠가 피를 많이 흘려서……. 난 무서워서…….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있었거든? 근데, 되게 젊은 의사 아저씨가 오더니 아빠가 할 말이 있는 거 같다고 그랬어.
상우: (N) 아까 그 아저씨처럼?
봉구: (N) 응. 그래서……. 천천히 아빠한테 가봤지……. 그랬더니. 아빠가 날 보더니……. 갑자기 나한테……. 침대 옆에 아빠 옷이 있다고 그랬어. 그러더니, 그 옷 속에 돈 있으니까 꼭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그랬다. 팔만원. 팔만원이 있다고 그랬어.
상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묻는다.
봉구: (N) (미소 지으며) 되게 웃기지? 난 아빠가 멋있는 말 할 줄 알았는데……. 그러더니, 아빠가 막 이상한 소릴 하고 그러니까 의사랑 간호사들이 아빠 침대를 딴 데로 옮겼어…….
상우: (고개를 여전히 손에 묻고) 그게 마지막이야?
봉구: (N) 어. 근데……. 아빠가 딴 데로 간 다음에 내가 혼자 있었거든? 응급실에. 가만히 있는데……. 아빠 옷이 땅바닥에 버려져 있는 게 보이는 거야. 그래서 줏었지. 피가 (징그럽다는 듯이) 으으으……. 아빠 말이 생각나서 주머닐 뒤져봤어. 근데……. 주머니에서 사만원 밖에 없는 거야. 그땐 아빠가 거짓말을 한 건가? 아님 너무 아파서 그런 건가 했지. 근데……. 다른 쪽 주머니도 갑자기 궁금해져서 또 뒤져봤더니 또 사만원이 나오잖아. 합치면 팔만원. 히히히.(자신의 손에 이전의 까만 헝겊을 펼친다)
상우, 조용히 눈을 뜨는데, 자신의 시야에 만원짜리를 들고 있는 봉구가 보인다.
봉구: 이건 형꺼야. 사만원. 아빠가 분명 돈을 따로따로 넣어 논건 무슨 생각이 있었을 거니까. 가져. 이건 형꺼야.
상우, 멍하니 봉구의 손에 쥐어진 사만원을 받아서 펴본다.
만원 짜리 한 장마다 피얼룩이 보인다.
상우의 머릿속으로 과거 장례식장의 화면이 순간적으로 흘러간다.
<인터커트>
상우, 아버지가 준 돈을 사진과 함께 아버지 얼굴에 던져 버린다.
웃는 상우,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상우의 시선에 봉구의 흰머리가 다시 눈에 띤다.
봉구의 머리를 덥썩 잡아 자신의 품으로 안는 상우, 봉구의 흰머리를 뽑아준다.
상우: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웃고 있다) 애새끼……. 씨발……. 나이도 어린 새끼가……. 흰머리는……. 엄마 뭐하니? (목이 메인다) 이거 안 뽑아 주고…….
봉구: (상우의 행동을 막으며) 놔~~ 에이씨……. 머리도 자꾸 빠져서 죽겠는데……. 왜 뽑아. 엄마가 염색해준댔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환자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상우와 봉구를 본다.
봉구: (민망해) 아이씨……. 울지마……. 사람들이 보잖아~~ 쪽팔리게.
하지만 상우는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봉구를 껴안고만 있다.
씬 110. 납골당 안/밤.
화면 가득히 보이는 사진.
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상우가 서있다.
카메라 트랙백을 하면 사진을 보고 있는 상우의 뒷모습이 보인다.
상우, 잠시 사진을 보다 뭔가 불충분했는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주위 서랍에는 모두 꽃들이 꽂혀 있지만 자신의 아버지 서랍에는 없다.
상우, 봉구가 했던 대로 형식적인 기도를 다른 서랍에 올린 후 다른 사람의 서랍에 꽂혀있던 꽃을 빼와 아버지 서랍에 꽂아 넣는다.
빙그레 웃는 상우, 곧 납골당 안을 나온다.
자막 3개월 후.
씬 111. 봉구의 개인 병실/오후.
몽타주.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봉구.
침대 옆에는 봉구의 엄마가 앉아 있다.
여전히 꼬치어묵을 입에 물고 병실을 헤집고 다니는 토모.
병실 문을 열고 간호사가 들어와 봉구엄마에게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를 봉구에게 전해주는 엄마.
봉구, 편지를 열어보면 상우의 육성과 함께 인터커트가 동시에 흐른다.
E: (상우의 목소리) 사랑하는 동생. 봉구에게. 봉구야. 말썽 안 피우고 잘 있냐? 덴뿌라 녀석은 아직도 오뎅만 먹고사는지 궁금하다.
토모, 봉구의 침대로 올라와 궁금한 듯 그의 편지를 엿보려고 한다.
E: (상우의 목소리) 봉구야. 형, 기태형이랑 개업했다. 뭐 하는지 궁금하지? 사람을 찾아주는 일……. 사람 찾아 주는 일로 했다. 어때?
간판은 현주 누나 남편이 직접 파서 선물해 줬고…….
<인터트>
현주남편이 탄 휠체어를 밀고 오는 밝은 모습의 현주.
현주남편, 가슴 크기 만 한 나무 현판을 상우에게 건네준다.
현판에는 한글로 ‘빌리브-사람을 찾아줍니다’ 라고 써 있다.
E: (상우의 목소리) 아직 손님은 많이 없지만, 걱정은 마. 모든 게 처음만 힘들다는 거 알지?
아빠 말대로 다시 영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그리고……. 기태형 다음 달에 결혼한다. 누군지 궁금하지? 그 자식 향수 뿌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현심이 누나다. 나쁜 자식…….
형은 기태를 잘 모르는 현심이 누나가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
<인터트>
개업식 정도의 분위기.
현심을 뒤에서 꼭 껴안고 있는 기태의 모습.
고사지내는 몽타주.
박 사장, 절을 하고 돼지 머리에 봉투를 꽂아 넣는다.
기태, 박 사장이 낸 흰 봉투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박 사장에게 핀잔을 주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깔깔대고 웃는 은하, 뒤에 서있는 상우를 보며 밝게 웃는다.
E: (상우의 목소리) 모두들 잘 있고……. 박 사장님 알지? 그 짠돌이. 하나도 안 변했다고 보면 정확할거 같다. 그리고 은하누나 가게 그만뒀다. 지금 뭐하는 지 모르지? 히히히 형 회사 경리로 스카우트 했다. 계산 안 맞아서 나한테 맨날 혼나.
<인터트>
상우, 은하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혼을 내고 있다.
은하는 상우가 자신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 좋은지 혼나면서도 빙그레 웃는다.
상우도 은하를 쳐다보며 웃는다.
E: (상우의 목소리) 거기 선글라스는 은하누나가 너한테 꼭 보내 달래더라……. 뭐냐? 그거?
봉구, 웃으며 동봉된 봉투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한번 써본다.
E: (상우의 목소리) 하여튼 니 얼굴 스타일에 선글라스는 안 어울려……. 알지?
봉구, 인상 구겨지며 선글라스 벗는다.
E: (상우의 목소리) 참. 우리 남들 사진은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너랑 둘이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어서, 그 동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근데, 내가 누구냐? 너한테 하나밖에 없는 형 아니겠니? 진짜 진짜 밤낮으로 찾아 봤더니 우연히 너랑 찍은 사진이 있어. 너한테 보낸다. 다음에 형이 너한테 갈 건데……. 그때까지 형보고 싶을 땐 이 사진을 보면서 위로할 수 있도록.
봉구, 또 다른 봉투하나를 열어본다.
그리고는 웃기 시작 한다…….
사진 속에는 예전에 서울로 올라올 때 속도위반으로 무인 카메라에 찍혔던 상우와 봉구의 모습이 들어있다.
봉구는 화면을 보며 브이자를 그리고 있고…….
상우는 핸들을 잡은 채 인상을 더럽게 구기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