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과정이 정말로 끝이 났네용..
저는 스아실...1학기를 마치고 드랍하려 했으나 (ㅎㅎㅎㅎ)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빠지고(.....바쁜 현대사회...),
또 유대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생겨 이렇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번밖에 안 빠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뿌듯해요...)
다른 이들의 삶이 담긴 글을 읽는 것의 즐거움과 무게감, 그리고 하루 반장님의 공지도 큰 몫을 해주었어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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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1년 과정을 하면서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그냥 계속 쓰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쓸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것을 쓰자'랍니다.
저는 이번 1년 과정을 마치면 뭐가 짠-하고 끝이 나고 완성이 될 줄 알았거든욯ㅎ ㅠㅠㅠ
1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은 데다 매주 글을 쓰니 더더욱 그런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내 고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겠구나,
하나의 주제로 꿰어지는 묶음을 가질 수 있겠구나,
은유쌤 수업을 졸업(?) 할 수 있겠구나!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빠르게 어떤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앞으로 그냥 계속 쓰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또 저는 르포학교를 시작하면서 제가 IT씬과 VC업계에서 일해왔기에 그 경험과 일상의 고민, 업계 사람들 인터뷰를 잘 버무린 무언가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의 정체성과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것들도 이 주제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제 캐릭터나 문체도 그 내용과 어울려 재밌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 주제는 제 욕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찮은 아이템, 적절한 사회적 맥락, 유머러스한 문체 이전에 제 욕망과 맞닿아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걸,
그러니까 쓸 수 없다고 느껴지는 걸 써야겠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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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은유쌤 글쓰기 수업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도 없을 거예요.
언제 어디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글로 만날 수 있을지!
르포 수업 덕분에 저는 언젠가 제가 스님이 될 수도,
차별받는 근로자가 될 수도,
번아웃이 와 '쉬었음 청년'이 될 수도,
갑작스러운 상실을 애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말이에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타인의 일이 타인의 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저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그 사실이 저에게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자유와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어떤 일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계속 살아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수용될 수 있을 것 같은,
가볍고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제 욕망과 제가 경험한 상실에 대해 쓸 예정입니다.
제 욕망과 상실이 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분명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게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미래의) 독자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만든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
사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어떤 글이 될지 모르겠고, 제가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쓸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것을 쓸 거고 저는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쓸 것 같아요.
이만하면 1년 과정 무사히 마치기를 정말 잘했다 싶어요 ><
그럼 다들 종강 여행에서 만나요! :)
고맙습니다!
첫댓글 백배… 너무 감동이다. 백배의 시즌2가 시작되는 거 같아서 기쁘고 좋다요. 🥹🙆🏻♀️
내가 쓰는 글이 어디로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정말로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나서야 다른 글도 거침없이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저도 쓰고 있어서 백배의 말에 공감이 많이 되어요. 이미 백배의 글에 매료된 독자1 로서, 다음에 이어질 다른 글들도 기대할게요.
제 공지가 수업을 빠지지 않고 듣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꾸준히 올린 보람이 있네요 ㅎㅎ
건강하게 보내고 다음주 종강여행에서 만나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