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MLB 시범경기 3호 홈런… 11경기서 3할 넘는 타율]
교체 출전 많아도 기회 잘 살려… 언론 "황재균의 파워는 진짜"
美진출 위해 영어 공부 공들여… '25인 생존 경쟁' 아직 관문 많아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이미 미국에서는 주목받던 '스타'였다. 야구 실력 때문이 아니다. 롯데 시절이던 2015년 7월 그가 홈런을 치고 호쾌하게 배트를 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 세리머니 장면을 미 주요 매체에서 대서특필했다. 팬들 사이에서 '빠던(빠따 던지기)'이라는 속어로 통하는 그의 배트 플립 동영상은 온라인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수십만에 이르렀고, 이를 본 미 CBS스포츠는 "황재균은 배트 플립의 어머니"라고까지 했다. 방망이 던지는 걸로 먼저 유명세를 치른 황재균이지만 이젠 진짜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알리겠다는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3루수 황재균 KBO리그 시절 꾸준한 출전과 활약으로‘철인’으로 불렸던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이제 메이저리거 도약을 꿈꾼다. 11일(한국 시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3루수로 출전한 황재균이 땅볼 타구를 막아내는 모습. /AFP 연합뉴스
황재균은 1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 경기(미 애리조나주 스콧데일 스타디움)에 7번 3루수로 출전해 2회 첫 타석에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범 경기 세 번째 홈런이다. 입지가 약한 황재균은 올 시범 경기에서 선발보다 교체 출전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도 기회를 잘 살려 나가고 있다. 이날까지 11경기에서 타율 0.333(21타수 7안타), 3홈런, 7타점이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가운데 꾸준히 장타력과 득점 생산력을 보여줬다. MLB닷컴은 "황재균의 파워는 진짜다. 그는 힘든 걸 해내는 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황재균은 2015시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도전했으나 당시 단 한 구단도 응찰하지 않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 등 자신의 KBO리그 10시즌 중 최고 성적을 바탕으로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는 국내 구단들의 고액 조건을 포기하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상황에 따라 메이저 승격 가능)을 맺고 밑바닥 고난을 자처했다.

2015년 7월 NC전에서 홈런을 날린 후 자기 타구를‘감상’하는 황재균. 공이 담장을 넘어가자 그는 곧 배트를 휙 집어던졌다. 미 스포츠 매체 SI는‘최고의 과시성 배트플립’이라며 이 장면을 전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황재균은 지난 시즌 직후인 10월 말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휴식기 없이 몸을 만든 그는 한 달 뒤 메이저리그 20여 개 팀 스카우트를 모아놓고 '쇼케이스(공개 훈련)'를 개최했다. 미국 진출을 위해 황재균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영어 공부다. 국내에서 1년 넘게 영어 과외를 받은 황재균은 "초등학생 수준 영어만 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들었다"며 "과외 선생님 조언으로 만화 '뽀로로' 영어 버전을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롯데 시절 팀 동료였던 조쉬 린드블럼과 짐 아두치(이상 미국 출신)를 집으로 자주 초대해 대화를 나누며 '실전 영어'를 익히기도 했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준 배트 플립 습관은 지난해부터 완전히 그만뒀다. "미국에선 배트 플립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메이저리그 출신 동료들의 조언 때문이다. 국내에선 배트 플립을 홈런 친 타자의 '쇼'로 봐주지만, 미국에선 상대 투수를 자극하는 행위로 간주돼 어김없이 보복성 투구가 이어진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은 아직 많다. 먼저 시범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에두아르도 누네스, 코너 길라스피, 고든 베컴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황재균은 미국행이 확정된 직후 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이란 걸 잘 압니다.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가장 아래부터 가장 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