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의 추억을 먹고 산다 / 수필 (어제 것 10월1일 또 수정

[향토.]

노년은 노란 손뼉, 하얀 향기, 상처 난 고추의 추억을 먹고 산다/ 수필
 
애석하게도 지금은 학생이 없어 소풍을 가지 않는 학교가 매우 많다지만, 초등학교시절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나 국민학교 시절엔 어느 국민학교나 봄가을엔 소풍을 갔었다. 현재는 전교생 수가 70여명이지만, 60여 년 전 당시 전교생 수 2,700여명인 우리 국민학교에서도 그랬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소풍가는 지역이 대야 지역으로만 한정돼 있었다. 대야면 소재지 내에 있는 광법사, 운심사, 그리고 신촌마을의 강변, 3곳으로만 갔었다. 그 중에서 조차 대부분 광법사로 갔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전교생 운동장 조회’를 한주에 두 번 정도 했는데, 그 때 교장선생님께서 훈시 중에 소풍가기 열흘 전쯤 소풍날을 알리면 그날부터 우리 학생들 대부분은 설렘의 입덧을 시작했다. 그러다 소풍가는 전날이 되면 우리 꼬마 학생들의 가슴은 드디어 설렘의 만삭이 됐다. 그리하여 소풍 전날 밤엔 끝내 만삭된 그 가슴의 양수가 터졌고, 그날 밤은 터진 양수로 인하여 우리 친구들 중 많은 친구들은 머릿속이 멍하도록 잠을 설치곤 했었다.
 
광법사는 당시 걸어서 시간이 30여분 걸렸던 절로서, 우리 초등학교에서 2km 보다 조금 더 떨어진 산골에 있었는데, 소풍 갈 때 우리들은 늘 두 줄 서서 길 양편에 동오산마을과 서오산마을을 끼고 오동리 방죽 좌측에 있는 서악마을의 모정까지 약 1km를 걸어간 뒤, 거기서 또 약 1km를 더 걸어가면 마침내 귀티 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산허리에 좌정한 광법사가 햇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소풍 오는 코흘리개 우리들을 향해 버선발로 뛰어 올 듯, 소풍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해주곤 했었다.
사찰의 직원들과 신도들도 우리 소풍이 끝나는 하산시간까지 우리 소풍일행들에게 친절과 배려를 늘 아끼지 않았었다.
소풍 갈 때 우리들은 두 줄로 줄을 서 걸으면서도 선생님의 선창 하에 제목 ‘새나라의 어린이’와 ’꽃밭에서‘ 등, 노래를 부르며 갔었는데, 광법사 봄 소풍은 서악마을 모정을 지나 좌측 야산에 군데군데 모여 하얗게 만발한 아카시아 꽃들이 마치 수만 마리의 하얀 아기 나비들처럼 공중에 수두룩하게 떠서, 소풍가는 우리 코흘리개들의 콧속이 뻥 뚫리도록 하얀 향기를 듬뿍듬뿍 선사했었다. 또한 소풍가는 양 길가에는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인 민들레꽃들이 박수를 갓난아기 손톱만한 손으로 손바닥이 가을 해바라기 얼굴처럼 노랗도록 소풍일행이 다 자나갈 때까지, 북 치듯 노란 손뼉을 쳐 환영해줬었고, 세수를 미처 못 한 어느 민들레꽃들은 부끄러운 듯, 다른 민들레꽃 뒤에 숨었다가, 후엔 그들도 노란 손뼉을 치며 대환영을 해주었었다. 소풍 행선지에 도착하면 미리 작성된 순서에 따라 반장과 담임선생님께서는 인원수를 세어 인원점검을 했고, 이어 젊은 지도 선생님께서는 주의사항과 함께 그날 일정을 말씀해 주셨으며, 그 후엔 자유시간을 2, 30분 정도 줬다.
그리고 그 2, 30분 후엔 점심시간임을 알리셨다. 그때 각 담임선생님은 학생 중에 도시락을 안 가져온 학생이 있는가를 몸소 점검하신 후 그분들도 점심을 드셨었다.
그 때는 소풍날이라 하더라도 가져온 도시락밥이 꽁보리밥에 반찬이 김치나 새우젓인 학생도 꽤 있었는데, 그 학생들은 누가 볼까봐 좀 떨어진 곳에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재주껏 반복하면서도 꿀밥처럼 밥을 맛있게 먹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소풍의 백미는 보물찾기다. 다 찾아봤자 표가 50개였다. 우리 학년의 학생수는 450여명이었다. 그러니 발표할 당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기도하는 학생도 있었다. 당시 소풍간 우리 학생들은
당선돼 지우개 안 달린 연필이라도 받게 되면 폴짝폴짝 뛰어나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웃으며 별빛 얼굴로 받았고, 누런 마분지 색깔의 공책을 받더라도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뛰어나가 인사와 함께 보름달 얼굴로 받았으며, 당선돼 소쿠리라도 받게 되면 아예 사슴처럼 껑충껑충 뛰어가 인사와 함께 태양 같은 얼굴로 받았다. 그러고는 그걸 빵모자처럼 머리에 쓴 채, 그는 좋아서 희극배우처럼 웃어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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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마을 강변 소풍은 당시 학생들에게 최고 신나는 소풍이었지만, 당시 그 강변에 가는 길은 트럭과 시외버스, 각종 마차 등이 다니는 자갈길이라서 학교에선 4학년 이상만 가도록, 그것도 어쩌다 가도록 했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그 강변으로 소풍가는 학년에겐 운이 좋다며 그 학년을 부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 학년도 교장선생님이 허락 않으셔 그곳으로의 소풍은 못 갔는데, 난 6학년 때 기어코 소원을 풀었다. 학교에서 갈 때 간 게 아니라, 교회에서 소풍갈 때 가 소원을 풀었었다.
그곳으로 소풍을 가려면 지금의 만경강 다리까지 약 3km를 간 뒤, 거기서 우측 강변을 따라 약 500여m를 더 가는 곳으로, 그곳으로의 소풍은 거의 모든 학생에게 최고로 신나는 소풍이었었다. 지금도 그 강변 소풍은 나에게 늘 ‘大足은 二足이요, 小足은 八足이라, 前進 後進하는 고기 사시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古文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알려 줬다며, 같은 마을 친구가 나 고교 1학년 때 내게 들려준 말이다. 친구가 한 말을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그 이야기인즉, 아주 옛날 어느 가난한 젊은이가 집에 먹을 양식이 떨어지자 식구들을 위해 강으로 게 잡이를 나가 게를 많이 잡은 후, 게를 팔려고 한나절을 “게 사시오, 게 사시오”하고 외치며 마을마다 돌아다녔으나 게를 한 마리도 못 팔고 헛수고만 한 채, 낙담하고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어느 한 선비 노인이 게 장사에게 말하기를, “여보시게, 게 장사 젊은이! 게를 팔려면 집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길거리에 나오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며, 게 파는 방법을 위와 같이 말해줬다 한다. 그러자 뾰족한 다른 방도가 없다 생각한 게 장사는 그 노인이 알려준 대로 곧장 위와 같이 ‘大足은 二足이요, 小足은 八足이라, 前進 後進하는 고기 사시오’ 하며, 마을마다 또 돌아다녔었다. 그러자 집안에만 박혀있던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큰 발이 2개이고, 작은 발이 8개이면서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는 고기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히 여겨 하나둘 집 밖으로 나오게 됐고, 그래서 게도 많이 팔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위의 말은 당시 고교생이던 나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 그래서 그 후 나는 어떤 일을 할 땐 늘 그전에 그에 대한 방법을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게 돼 그 후 내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교내 축구시합 때도, 시험 공부할 때도...
나는 위의 게 장사 얘기를 나 고교 1학년 때 들려줬던 그 친구와 작년 ‘23년에
전화통화하며 그걸 말하니, 내게 말해준 그 친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 초등학생 당시는 거의 다 가난으로 밥상에 찬이 별로 없던 때라, 꽤 맛있는 반찬이 생기는 강변 소풍을, 학교선생님들과는 달리, 우리 꼬마들이나 부모님들은 오히려 거의 모두 반겼었다.
나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에서 신촌마을 강변 소풍을 갔을 때의 일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갯벌을 바라보는 순간 나와 우리 꼬마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포동포동 살찐 게들이 ‘게 반 진흙 반’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게 장사꾼들이 매일 집집마다 팔러 다니던 게들이 갯벌 가득 활보하였던 것이다. 그건 마치 게들이 우리들을 향해“날 잡아 봐요”하고, 일제히 우리들을 부르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를 포함한 모든 남자 꼬마들은 자동으로 갯벌에 뛰어들어 각자의 방식대로 순발력을 발휘, 게들을 잡기에 혈안이 되었었다. 처음엔 갯벌에 들어가지 않던 여자 꼬마들도 나중엔 갯벌에 들어갔었고, 어떤 여학생은 더 혈안이 되어 남학생 것까지 빼앗아갔었다.
그리로 소풍갈 때 다른 친구들은 신발주머니를 하나만 갖고 가거나 그냥 갔지만,
나는 나를 극히 예뻐하시면서 게젓을 매우 좋아하시는 새어머니께 보다 많은 게를 갖다드리기 위해 난 신발주머니를 2개나 가지고 가, 장난치지 않고 게한테 손가락 물리면서도 게를 열심히 잡았었다. 그래서 나는 어찌나 잡은 게가 많았던지, 게가 신발주머니 2개와 두 신발에 가득 찼다. 그래서 나는 신발속의 게는 위 샤스를 늘어뜨려 풀줄기로 묶은 뒤 팬티 속에 넣기 까지 했었다.
강변소풍이 끝남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갯벌에서 나온 우리들은 얼굴과 옷에 갯벌 흙으로 각 나라의 지도가 제멋대로 그려져 있어 우리는 모두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배꼽잡고 포복절도를 하였었다. 그런데 큰 놈인지 작은 놈인지는 몰라도 어느 놈이 반란을 일으켰다. 풀줄기로 묶여 팬티 속에 있던 어느 한 놈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 大足이 나의 배꼽 밑 그걸 꽉 물고 놔주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뇌는 생각할 틈도 없이 즉시 그 족을 절단하라 명령하였고, 열 손가락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즉시 복종, 그 족을 절단, 그 반란은 천만다행 곧 진압되었다.
 
나이 70대인 올해 몇 일전 나는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둘러보았다. 둘러보니, 내 시절의 흙모래이던 학교운동장은 인조 잔디로 깔렸고, 교실은 컴퓨터와 냉난방 시설이 돼 있었으며, 책상과 의자들은 우리 때 보다 크고 훨씬 좋은 재질이었고, 잘 꾸며진 대형 도서실도 있었으며, 특히 공책, 연필, 미술도구 등, 거의 모든 학용품을 무료로 정부에서 제공하였고, 나 당시 실외에 군데군데 구멍 난 판자로 된 재래식 화장실은 교실 옆 실내에 벽과 바닥 모두 반짝반짝 광나는 타일로 된 수세식 화장실로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도 집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멋졌다.
우리 때 재래식 화장실은 방죽처럼 넓은 변기에 이미 하산한 선배 변들이 토주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어 후배 변을 눌 땐 매우 조심해야 했었다. 그 이유는, 누가 하산시켰는지는 몰라도 이미 하산해 덩치가 매우 커진 선배 변의 텃세 때문이었다. 자기들보다 길게 늘어뜨리고 그걸 누면 건방지다며 그 선배 변들은 늘 3단 옆차기로 엉덩이까지 튀어 올라와 기어코 냄새 지독한 그걸 묻히기 때문이다. 당하지 않으려고 그때마다 엉덩이를 높이높이 들어보지만 헛수고가 잦았었다. 그래서 그 시절 우리들은 그걸 작게, 작게 썰어 긴장하며 조심조심 하산시켜야 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과 비문화적 시설들이 지금의 우리 노인들에게 별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반짝이니 지금은 정서적으로 도움이 많다. 그래서 난 당시 불편했던 시설과 삶을 지금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나 학생 당시, 최태열 선생님께서, 훈시 중에 “인간은 희망을 먹고 추억을 낳는다” 하시며, 우리 제자들에게 격려 주셨는데, 노년이 되고서야 난, 당시 주신 그 말씀이 ‘금과옥조’ 의 말씀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우리노인들에게 큰 걱정을 주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학생 수가 너무나 줄어드는 것이고,
그중 또 하나는, 일부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선생님께 하는 못된 짓이다.
우리 적엔 결혼은 큰 축복의 과정이라 생각하였고, 조상에 대한 책임감이 가슴 깊숙이 있었으며, 자녀를 그리 계산적으로 낳지 않았었다.
또한 학생들은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만큼 선생님을 존경하고 어려워했으며,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랐었다. 학부모들도 그랬었다.
선생님들의 가장 큰 보람은 자기 제자들 중에 성공한 제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다.
제자가 잘못 되기를 바라고 꾸짖는 선생님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선생님께 못된 언행으로 대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들의 원대로 법을 더 수정 개정해 초기부터 따끔하게 혼내 못된 언행을 절대 못하게 해야 한다.
 
난 어제 일부러 모교인 초등학교의 운동장을 지나 걷기운동을 했는데, 그때도 감회가 새로웠다. 모교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늘 나도 모르게 옛 시절 학교친구들의 뛰놀던 모습과, 고마웠던 선생님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게 엄습해온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듯 숨결까지 느끼곤 한다. 운동회 날의 추억도 생생하다. 운동회 때 얇은 공책을 받기위해, 또는 지우개 없는 연필이라도 타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때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때론 매 맞거나 기합도 받았지만, 그 다음날 그 선생님을 뵈면 깍듯이 인사했고, 학부모 또한 자녀에게 그리하라고 훈계했었다. 그러니 지금의 학생이나 학부모도 모두 꼭 그리해야 한다. 그리해야 졸업 후 노년 돼 모교의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가 저절로 읊조려진다. 만약 그때 그리 읊조려진다면, 그는 그간 괜찮게 살아온 이다. 때론 세월이 자길 힘들게 했을 지라도 말이다.
이제 생각하니, 죽마고우가 가장 격 없이 위해주는 훌륭한 친구이고, 학교 선생님이 나의 훌륭한 성인이었다. 행함으로는 공자보다 더 큰 성인이었다.
협박, 사기, 속임이 날 뛰는 이 세상, 죽마고우는 협박하지 않았고, 사기 치지 않았으며, 속이지도 않았다, 학교 선생님도 그랬다. 오직 사랑이었다.
 
어쩌다 훈계하면, 꼰대 소리한다며 핀잔주는 이 세상.
나이 들수록 고속으로, 남성은 여성화 되고 여성은 남성화 되는 이 세상.
나는 이 순간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여자들은 시계를 보여 주기위해 차고 다닌
다.”고 말해, 당시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킨 게 생각난다.
칸트가 한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내가 후에 다시 태어날 땐 반드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지금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남성 보다는 여성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잔 나이들 수록 여자가 득세지는 세상이 되고, 남잔 그 반대니 말이다.
그러니 여자가 돼, 남한테 폐를 안 끼치는 범위에서 이젠 나도 고급물건 몸에 장식, 스트레스 풀면서 훨훨 살고 싶다.
그래야 나약한 내 맘이 더 살쪄 더 좋은 글을 쓸 것 같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