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대육각형 ― 시인의 삶 / 조연호
제5회 <시와 표현> 작품상 수상작
겨울 대육각형 ― 시인의 삶
조연호
나는 꽤 어지러운 사람인 채로 팔려나갔다. 그러자 햇빛이 들이쳐 내 구경꾼이 변색했다. 여름엔 철물공장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러니까 공장장은 여름이 끝나길 기다렸다. 강 위를 걸어 온 자가 가축이 누웠던 자리의 수취인인 걸 계절의 겉봉을 찢으면서 알게 되었다. 만두피 같은 지느러미를 환절기와 바꾸느라 강어귀는 희고 맑았다.
철물은 매번 모양이 육각형이었다. 아리따운 처녀들은 배설한 소년을 배웅한다. 매미여, 밭을 태운 죄는 일 년을 가니 너는 다음해에 오너라. 날개만을 위해 울음 안쪽을 메우다보면 하루의 입술은 짧고 공기의 취미는 길다. 누나들은 자가발전의 방을 가지고 가출했는데 안쪽으로는 무수히 주름을 접어둘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수가 줄지를 않았다. 육각형 안엔 삼각형도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물을 끓일 수도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방울만이 방울을 반겼다. 인부들이 허공에 협궤를 박는 모습이 구석방 하나 안에 모조리 들어가 있었다. 가끔 흐르는 땀을 모래가 대신하기도 했고 구르지 않는 바퀴를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 여름의 손수건이 겨울의 대육각형 끝에 걸려 있다.
—《시와 표현》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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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 / 1969년 충남 천안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94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죽음에 이르는 계절』『저녁의 기원』『천문』『농경시』『암흑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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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육각형 허공에 박히는 겨울의 환
제5회 《시와 표현》작품상이 2015년 수작(秀作)을 만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후보작들도 수상작 못지않게 기대 이상의 좋은 작품들이었다. 이병률의 「고래」, 송찬호의 「돌지 않는 풍차」, 박해람의 「전생을 모함하는 자리에 갔었다」, 신용목의 「흐린 방의 지도」, 김안의 「불가촉천민」등의 작품들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좋은 시는 누가 읽어도 좋다. 수상작으로 뽑은 것은 조연호 시인의 작품 「겨울 대육각형 - 시인의 삶」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시적 진술들이 지독한 비문 같지만 오히려 천진할 정도로 진지하다. 조연호의 시는 언어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 힘으로 오히려 독자적 언어를 확보하고 있다.
시인들이 창작하면서 늘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의 한계, 조연호 시인은 늘 이러한 한계를 탁월하게 뛰어넘는다. 이번 수상작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도 그 점이 작용했다.
조연호 시인의 시 그 중핵에는 우주적 사유가 쌓여 있다. 시인이 만들어내는 어쩌면 어마어마한 허공, 그 허공에도 색이 있다. 그가 문득 시작하는 겨울과 육각형, 그리고 시인의 삶을 환상적으로 긴밀히 엮어내는, 일탈적 언어현상을 빈번히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색을 창출해 내는, 조연호 시인의 이 작품은 수상작으로 마냥 마땅하다.
작품상을 수상한 조연호 시인과 수작을 뽑아 상을 주는 《시와 표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5년 11월 30일
심사위원장 : 최문자(記)
심사위원 : 이성혁 김종태 권현형
—《시와 표현》2015년 12월호
챗GPT분석
1. 제목의 의미: 「겨울 대육각형 ― 시인의 삶」
● ‘겨울 대육각형’
천문학적 의미: 겨울철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여섯 개의 1등성(시리우스, 리겔, 프로키온, 알데바란, 카펠라, 폴룩스)을 선으로 연결해 만든 거대한 육각형 모양의 별자리 군.
상징적 의미:
우주의 질서, 구조화된 허공
시인의 내면과 우주의 상응 구조
시 창작의 틀이자 감정과 이미지가 들어가는 시적 그릇
추상적 공간에 감각적 감정을 투사하는 은유적 장치
● ‘시인의 삶’
시인의 내면, 시 창작의 과정, 존재의 진동을 육각형 구조 안의 우주적 상징과 연결.
시인은 허공과 감각 사이에서 의미를 짜는 존재이며, 그 삶은 무질서 속에 감춰진 질서와 닮아 있음.
2. 주제:
시인의 삶은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우주의 질서와 구조 속에서 감각과 사유를 엮는 창조적 과정이다.
조연호는 ‘겨울 대육각형’이라는 천문학적이고 정형화된 이미지를 통해, 시인이 세계를 인식하고 언어로 길어내는 방식을 비유합니다.
시 창작은 혼란, 환절기, 가출, 주름 등으로 표현된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세계 속에서 정교한 언어의 육각형을 박는 행위로 그려집니다.
3. 상징 분석:
● 겨울 대육각형
겨울 밤하늘에 육각형 형태로 떠 있는 여섯 개의 밝은 별자리들의 배열
시인의 삶이 우주의 거대한 구조 속에 포섭되어 있다는 인식을 상징
차갑고 건조한 겨울이라는 계절감은 시인의 내면의 고독과 맞닿아 있음
육각형의 형태는 질서, 조화, 반복 가능성을 내포
‘겨울’은 끝과 침묵의 시간, 그러나 그 안에 시적 구조의 씨앗이 들어 있음
> 생각해볼 질문: 왜 '겨울'에만 이 구조가 보이는가? 시인은 어떤 계절의 끝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가?
● 육각형
자연과 인간이 선택한 최적의 구조 (벌집, 눈 결정, 철물 구조 등)
시적 언어, 시의 구조, 또는 삶의 질서화된 틀로 기능
동시에 이 구조는 자아와 감정, 기억이 들어갈 수 있는 포괄적 틀임
> 생각해볼 질문: 왜 시인은 자신의 삶을 육각형 구조로 표현했을까? 육각형은 완전한가, 아니면 감정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가?
● 삼각형
개인의 사유, 감정, 또는 시적 단위
육각형이라는 큰 구조 안에 삼각형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개인의 내면이 전체 우주 구조에 포섭된다는 의미
시 창작은 사적 감정이 공적 구조로 들어가는 과정임
> 생각해볼 질문: 삼각형이 가진 날카로움은 육각형 안에서 어떻게 둥글어지는가? 시는 개인을 보존하는가, 변형시키는가?
● 철물공장
현실의 구체적 노동 공간
시인은 이 공간을 통해 창작의 물리적 고통, 반복성, 공정성을 은유
철물은 육각형 형태로, 언어의 재료이자 형태를 상징함
> 생각해볼 질문: 왜 철물은 항상 육각형이었을까? 시적 언어는 기성품인가, 가공해야 할 원재료인가?
● 자가발전의 방
시인의 내면 공간, 독립적 사유 공간
외부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가는 창작의 자리
“무수히 주름을 접어둘 수 있었다”는 문장은, 그 방이 기억과 감정의 저장고임을 의미
> 생각해볼 질문: 자가발전하는 시인은 어떤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가? 기억은 저장되지만 왜 ‘수가 줄지 않는가’?
● 주름
삶의 주름, 감정의 퇴적, 기억의 흔적
종이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시적 문장 또는 시간의 구조
언어 속에 남은 흔적, 주름진 문장 자체가 시인의 삶의 축적임
> 생각해볼 질문: 왜 ‘주름을 접어두는 수가 줄지 않았는가’? 시인은 왜 삶을 평평하게 펴려 하지 않았을까?
● 방울
닫힌 소리, 응축된 감정, 시의 응결점
“방울만이 방울을 반겼다”는 구절은 같은 리듬을 가진 언어만이 서로를 알아본다는 의미
자족적 언어 세계, 외부와 단절된 내면적 공명
> 생각해볼 질문: 방울은 울릴 수 있는가, 혹은 울리지 않기 위해 닫힌 것인가? 시는 누구의 공명을 기다리는가?
● 손수건
감정의 흔적, 땀과 눈물, 과거의 여름
‘여름의 손수건이 겨울의 대육각형 끝에 걸려 있다’는 문장은
→ 과거의 감정이 미래의 구조 속에서 잔재하고 있다는 의미
→ 계절의 교차, 시간의 비틀림을 나타냄
> 생각해볼 질문: 왜 손수건은 ‘겨울의 끝’에 걸려 있는가? 시인은 과거를 끌고 가는 존재인가, 남겨두는 존재인가?
● 땀과 모래
땀: 창작의 고통, 노동
모래: 시간, 침전, 혹은 희생된 것들의 형상
땀이 모래로 대체되는 순간은 육체적 고통이 시간의 감각으로 대체되는 시적 순간
> 생각해볼 질문: 왜 땀은 모래가 되는가? 시는 노동의 흔적인가, 그 흔적의 환유인가?
● 바퀴
이동, 시간, 회귀
“구르지 않는 바퀴”는 정지된 시간, 귀가하지 못하는 존재를 암시
시인은 멈춰버린 세계 위에서만 언어를 새길 수 있는 존재로 읽힐 수 있음
> 생각해볼 질문: 왜 바퀴는 구르지 않고 집으로 향했는가? 시인은 멈춤을 통해 무엇을 기록하는가?
https://namu.wiki/w/%EA%B2%A8%EC%9A%B8%EC%9D%98%20%EC%84%B1%EA%B5%B0
1. 개요
겨울의 대삼각형은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를 이어서 만들어지는 삼각형이다. 밝은 별들이 삼각형으로 놓여 있고 그 사이에 은하수가 있기 때문에 겨울 별자리를 찾는 기본이 된다.
베텔게우스를 가운데에 놓고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오리온자리의 리겔,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쌍둥이자리의 폴룩스를 이으면 겨울의 대육각형(겨울의 다이아몬드)을 만들 수 있다.
2. 기타
겨울의 대삼각형의 경우 실제로는 베텔게우스만 멀리 떨어져 있고 태양, 시리우스, 프로키온은 서로 아주 가깝다. 가장 가까운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은 겨우 5~6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데 만약 베텔게우스에서 나머지 셋을 관측한다면 거의 안시 다중성계처럼 보일 것이다. 이는 여름의 대삼각형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