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 수련 김정순
나는
기억에 창고를 열어
아득히 먼
추억을 불러 모아
겹겹이 안고 서 있다
그대와 함께 했던
울타리 안에 시간들
흐린 날도
햇살처럼 눈부신 날도
모두 좋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날 선 가시 위에
붉은 심장으로 피어
은은한 향기 뿜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런 날
/ 수련 김정순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없어
쓴웃음 달콤하게 짓는 날
그냥 걷는다
오늘은 그러고 싶은 날이다
속이 홍시처럼 문드러져
터벅터벅 혼자 걸을 때
눈이라도 내리면 그가 그립겠지만
이런 날 걷는 것은
훗날 내 추억이 될 것이다
추운 날씨 때문일까
찬바람에 고목이 된 몸
가파른 고갯마루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가 서글프다
두리번거리자 저만큼
손짓하며 나를 부르는 긴 벤치 하나
햇살이 데워놓은 곳에
바람이 내 팔을 붙잡아 앉힌다.
민들레
/ 수련 김정순
본시 태생이 소박하여
척박한 땅에 앉아
하늘바라기 같은 천년에 숨결로
깊은 향을 가졌다
자리 잡은 곳
한 뼘이면 좋겠으나
돌담 아래 어느 모퉁이
새어드는 빛 한줄기 있어
내 사랑 같이 웃는다
때때로 자양분 좋아하는 이가 있어
움푹움푹 파이며 살점 떼어줄 때
여린 듯 해도 강인함이 있어
훌훌 비워내 듯 번져가는 향기가
세상 곳곳에 스미어
주름진 얼굴에 검버섯 피 듯
송이송이 장 꽃이 필 것이다.
찔레꽃
/ 수련 김정순
무심코 걷던 뜨락
스며드는 익숙한 향기
돌아보니 햇빛 같은
당신입니다
모시적삼 곱게 차려입고
울밑에 선 찔레는 꽃잎마다
서러운 눈물입니다
마디마다 풋풋한
가시 그리움 안고
맺어놓은 붉은 열매 바람 같은
인고에 세월입니다
짠하게 웃고 있어도
향기가 진동하는 마음에
당신 이름 가득 합니다.
구절초 내 어머니 꽃
/수련 김정순
독야청청 그 모습 그대로
쑥 빛 치마에 하얀 모시 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구절초 꽃
순백의 고고한 자태로 앉아서
솔숲에 시를 쓰고 있는 여인
어머니 닮은 구절초 천상의 꽃
쓸쓸한 이 계절에 아홉마디
순결한 구절초 피어나면
더 생각이나 보고싶은 어머니
새하얀 구절초 꽃
온화한 자태로 가만가만 걸어와
상추객 노닐고 쪽빛 하늘에
조근조근 속삭이는 곳이면
섬이나 강가 어느 숲일지라도
내 어머니 보듯 그곳을 찾아
가을 햇살에 말갛게 웃는
낯익은 하얀 얼굴 보러 갈 테요.
* 김정순 시인, 작사가
- 프로필-
아호 수련 (水蓮)
(사) 종합문예유성 글로벌 문인협회 총무국장
(사) 종합문예유성 대한민국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사) 종합문예유성 글로벌 문예협회 생태문학 연구위원
2017, 대한문학세계 詩 부문 등단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서울지회 회원
(사) 종합문예유성 글로벌 문인협회 회원
(사) 종합문예유성 글로벌 문예협회 회원
(사) 한국맑은소리문학예술협회 정회원
(사)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회원
(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대한민국 가곡작사가협회 상임위원
* 受賞
시, 수필, 소설,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국자감 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황진이 문학상 금상 수상
대한민국 문화예술 공헌대상 수상
집현전 베스트셀러 작가 대상 수상
(2021, 2023) 대한민국 올해의 작가상 대상 수상
( 2021, 2022, 2023)대한민국 대표 작가 인정패
2024. 9월 마포 공덕역 S-OIL 본사 사옥 외벽 글판 전시 광고 선정
저서: 시집, 당신 그리움에
作品
가곡작시: 구절초 피어날 때
첫댓글 매우 감동적이고 멋진 시 작품 잘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 감사합니더^^
김정순 시인님
고운 시 향에 감동으로
머물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