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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주 노숙자, 그들이 사는 모습
호주에 와서 가장 신기해 한거 중 하나가 시드니 시내를 걷다보면 노숙자들이 많다는 거 였습니다. 사람사는 사회야 다 똑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보통 호주 정도면 스웨덴등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진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 노숙자들이 많은지 항상 궁금해 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노숙자가 많은 것은 아니고요, 복지국가라 불리는 호주란 국가 이미지에 비해서 노숙자가 많더란 느낌 이었습니다. 현재 호주내 노숙자는 십만명으로 추산을 하고 있답니다. 호주 인구를 2천4백만으로 잡을때 대단한 숫자이지요. 그러나 이 통계는 우리가 흔히 노숙자라 생각하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만의 숫자가 아닌 수입원이 없어 집값을 낼 수 없는 사람과 같은 경제적 요인, 가정폭력이나 기타 사유로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사람들, 특히 여성이나 청소년, 가족이나 집은 있으나 집에 돌아가지 않고 정신병적인 수준으로 거리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 포함한 추정수 입니다.
위와 같이 거리에 구걸을 할 정도의 심각한 노숙자를 보는 경우보다 거리 한 모퉁이에 술에 취하거나 마약에 눈이 풀린 그런 노숙자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지요. 이들 노숙자들중 많은 수는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숙자들은 머무를 집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요. 호주처럼 겨울이어도 0도 이하로 내려 가는 경우가 없는 곳에서는 공원이나 건물 한모퉁이에서 자는 노숙자들도 볼 수 있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을 내몰라라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정부와 복지 단체들이 설립한 곳들로 노숙자들이 가는 곳이 많이 있지요.
이 곳은 시드니 시내와 마주하고 있는 서리힐(Surry Hills)에 위치한 노숙자들을 위한 건물입니다.
문 앞에는 이지역에서 술이 금지됩을 알리고요. 내부로 들어가서 시설물을 볼 수는 있었지만 안에 있는 노숙자분들의 편의를 위해 사진은 찍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대신 이런 노숙자용 복지 시설에서 제공되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진들 입니다.
제가 간 저 서리힐의 복지 시설은 2층이었는데 그곳에도 당구대와 티비등 위락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뜨이더군요.
화장실은 위 사진만끔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왠만한 모텔 수준이더군요.
침실도 이정도로 깨끗하진 않았지만 각자 독립된 침대를 사용하고요.
거실은 이곳보다 조금은 더 넓어서 30명 정도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호스텔 수준을 넘어 모텔 수준이더군요. 모든 지역이 이런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가본 서리힐 지역은 이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백백커나 모텔과 같은 수준의 좋은 환경이더군요.
2. 호주 노숙자와의 짧은 인터뷰
방문한 노숙자 숙소에서 지내시는 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길에서 만나는 노숙자들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더군요. 그나마 이런 숙소에서 기거하며 제대로 된 음식과 잠자리를 본인이 챙기는 분들은 그나마 나은 노숙자라고 할까요. 이분은 숙소를 돌아보는 동안에 말도 걸어 주시고 나름 인상도 좋아 짧은 인터뷰를 청했더니 얼굴이 안나오는 조건으로 응해 주셨습니다. 숙소의 층계에서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눈중에 몇가지만 인터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3. 복지국가 호주의 실패한 노숙자 정책
부제-"20년을 거리에서 살다 거리에서 죽어간 어느 노숙자 이야기"
작년 2007년 11월 새로 호주 총리가 된 케빈 러드는 본격적인 총리 업무에 들어가며 올2월 "호주 같이 복지가 잘된 국가에서 하루밤에 만4천명의 노숙자가 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라는 연설과 함께 1억5천만달러(1천4백억원)의 예산지출을 통하여 노숙자용 쉼터 증설과 동시에 노숙자 정신치료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갈수 있는 노숙자 복지 시스템을 만들것을 선언합니다. 이선언은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노숙자를 위한 백서"가 여당과 야당의 동의하에 만들어 집니다.
호주 노숙자의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마약 중독. 이 존 오코너도 마리화나 부터 해서 헤로인등 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마약에 노출, 중독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존 오코너가 죽어간 거리에는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되는 "마약 주사실"이 위치한 킹스 크로스와 지척이기도 합니다. 이 66번지는 차라리 거리에서 오염된 주사기를 통한 HIV바이러스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느니 차라리 깨끗한 주사기를 사용하라는 호주 정부의 독특한 정책이 시행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거리에서 사망한후 일주일뒤 그가 살던 거리에 위치한 카톨릭 교회에서 그의 장례식이 치루어졌습니다. 생전에 그를 알던 커뮤니티 종사사, 경찰관, 소방관, 그를 치료했던 병원의 의사 간호사들 70명이 모였고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커피와 핫초코렛을 마시던 머그컵, 그가 덮고 자던 병원의 담요, 그의 45세 생일 카드가 관위에 놓여졌습니다.
그를 치료한적이 있는 간호사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는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 이었고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그의 사망은 호주 정부에 다시 한번 노숙자의 문제가 단순히 복지 자금의 증액만이 아니라 그 자금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정신적 물리적 치료들이 연계 되어야 하며 정상적이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발전된 시스템을 강구해야 함을 상기 시켰습니다.
4. 그들도 할 수있다.
노숙자가 파는 잡지 '빅이슈'를 아시나요?
호주 시드니의 번화가나 쇼핑몰, 역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걷다보면 "빅이슈( The Big Issue)'라는 잡지를 파는 분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잡지를 파는 분들은 모두 진짜 노숙자분들 입니다. 빅이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추가적으로 하고 시드니 중심가에서 이 잡지를 팔고 있는 분한테 이 잡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이 벤더가 파는 잡지 한권은 호주달러로 5불(4600원정도)하며 파는 잡지마다 그 절반은 빅이슈로 나머지 절반은 잡지를 파는 벤더 본인의 수익이 됩니다. 또한 이렇게 벤더가 되는 노숙자들은 빅이슈의 관리하에 노숙자 쉼터에서 머물게 되며 사회로 다시 복귀하는 프로그램에 가입하게 되어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동시에 본인 스스로 자립을 하게 하는 구조이지요.
이 빅이슈는 현재 영국, 호주, 아일랜드,남아프리카 공화국,일본, 나미비아, 케냐에서 각 지역의 시사뉴스와 칼럼, 문화뉴스를 담아서 발간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는 이 빅이슈말고도 각기 다른 형태, 다른 이름의 신문이나 잡지가 발행되어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들의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독일 뮌헨의 BISS, 포르투칼 리스본 지역의 CAIS, 미국은 캠브리지,포틀랜드, 시카고, 오클랜드에서 각각 Spare Change News, Stresst Roots,StreetWise, Street Sheet가 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Situation Sthlm, 덴마아크에는 Hus Forbi, 노르웨이 오슬로지역에는 =Oslo라는 잡지 혹은 신문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노숙자들이 직접 파는 이런 잡지나 신문과 더불어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 같이 연계되어 운영되면 노숙자 문제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5. 호주 노숙자 한국노숙자를 비교하며
1. 한국 노숙자 수는 호주보다 적다?
전글에서도 밝혔듯이 호주의 노숙자는 호주 정부에서 십만명 정도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2008년 호주 인구가 2100만일때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호주가 노숙자 인원을 십만으로 잡는 이유는 실제적으로 거리에서 잠을 자거나 정부 혹은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쉼터에서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만이 아닌 쪽방이나 안정적인 주거지를 갖지 못하는 모든 인구를 노숙자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노숙자에 해당하는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영어에서 "러프 슬리퍼(Rough Sleeper)"로 표현하는데 호주의 노숙자는 이 러프 슬리퍼만이 아닌 "안정적인 주거지를 가지지 못하는 모든 사람"인 "홈리스(Homeless)"를 말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노숙자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06년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613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4900만의 총인구중 우리나라 노숙자 인구는 4613명 밖에(?) 안되는데요. 비교적 최근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시의 노숙자 숫자가 나오는데 2005년 3164명, 2006년 3178명, 2007년 2929명으로 줄었다가 2008년 11월에는 3009명이 되었습니다. 이는 홈리스라는 개념이 아니 러프 슬리퍼를 말하는 거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노숙자 통계자료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듯 합니다. 2005년 당시 보건복지부의 국회 제출 전국 노숙인 현황 자료에는 "전남, 경북, 경남, 제주에는 노숙인이 한명도 없다"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세상"에 의하면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노숙인 현황에 대해 집계하고 있는 방식이, 지역의 노숙인 쉼터나 상담보호센터, 쪽방상담소를 통해 시·군·구청이 노숙인 숫자를 보고받고 시·도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취합하고 있어 노숙인 쉼터나 상담보호센터, 쪽방상담소가 없는 지역의 경우 노숙인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출처-제주에는 노숙인 한명도 없다?)
대외적으로 우리나라는 러프 슬리퍼인 4613명을 홈리스 인구 숫자로 발표하는데 이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과 주거 보급 현항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2.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세계 주요국가중 꼴찌
그렇다면 과연 호주와 우리나란 노숙자에 얼마의 돈을 들일까?
한국의 전체적인 노숙자 지원예산액은 정확하게 알수는 없고 서울시의 2009년 노숙자 관련 예산안은 227억정도. 노숙인 일자리 갖기 지원사업 54억,노숙인 쉼터운영사업 93억원, 의료구호사업이 53억원, 거리 노숙인보호사업 27억원정도 입니다.
호주는 그동안의 노숙자 정책을 실패라 판단하고 바로 어제(12월20일)거리에서 길에서 자는 노숙자 대상 "길에서 집으로(The Road to To Home)"이란 프로그램을 통하여2009년에만 1.2빌리언 달러(1조원 정도) 예산 지원 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작년 11월에 취임한 새 총리는 올초 "호주 같은 국가에서 하루 만4천의 노숙자가 있다는 것은 수치이다"라 합니다. 이번 예산은 2020년까지 5만개의 저소득층 임대 주택증설, 잠정 노숙자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2700개의 주택, 특히 노숙자가 많은 호주 원주민인 에보리진을 대상으로 특별히 9000개의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기의 금액으로는 비교대상이 조금 힘들듯 하여, 국내총생산액에서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알아보면 어느 정도 각국이 복지예산에 대응하는 정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세계 주요 국가 복지 예산액 비교 분석을 찾아 보았습니다. OECD의 데이타베이스에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중 복지를 위한 지출이 몇%인지를 알리는 통계자료중 최신자료는 2001년, 2003년것이 나와 있었습니다.
출처-http://www.oecd.org/dataoecd/56/37/31613113.xls
역시나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졌다는 덴마아크, 스웨덴,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위스등 유럽국가가 국내총생산(GDP)중 가장 많은 비율로 복지예산이 지출되고 있음을 알수가 있었고 우리나라는 29위로 제일 마지막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 차이도 바로 위에 올라있는 멕시코에 비해서도 절반정도 밖에 안되는 6.1%. 최근2008년 비교분석 자료를 볼 수있었으면 좋은데,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더 많이 복지 예산을 올렸다고는 기대할 수가 없지 않나 봅니다, 올해 8월에 발표된 2009년 예산 지출계획과 중기 국가재정 운용계획(2008~2012) 발표에 의하면 보건 복지분야는 오히려 예산이 1.2% 낮아졌습니다.
6. 노숙자 글을 마치며
전에부터 관심 있는 주제여서 이번 기회에 조금 자세히 적어보려 했으나 실질적으로 노숙자 관련 봉사활동이나 그 분들하고의 직접적인 접촉의 기회가 적어 수박 겉핡기 식의 글이 되어 마음이 조금은 무겁습니다. 어느 국가나 빈곤이나 저소득층, 노숙자의 문제는 가지고 있지요. 혹자는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라고도 하고 노숙자들은 그저 게으르고 자립성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편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노숙자가 되고 싶고, 10년전 IMF를 거친 우리로서는 우리 이웃이 국가적인 경제위기때문에 길에 나앉게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누구나 노숙자는 될 수 있습니다. 한번 노숙자가 된 사람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는 힘듭니다. 직업도 없고, 노숙자 생활동안 현실에 대한 포기,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겠지요.
문제는 그런 노숙자가 되는경우 나라가 얼마나 자립할 수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냐라고 생각됩니다. 사지 멀쩡한데 왜 노숙자야라고 편견을 가지고 보기전에 그사람들도 누구의 사랑하는 아들 딸 이었고 누구의 남편이자 아내이자 부모였을 것입니다. 의지가 약하여 자립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안되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인도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려 보내는게 바로 국가의 복지 정책입니다. 최근의 경제 불안과 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가 될 것입니다. 또한 복지정책은 단발적인것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택수급, 교육, 보건등과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겠지요.
경제극복과 성장을 위한 정책들도 필요하지만 이런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보다듬는 복지 정책이 경제 성장론 보다는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며 이상 노숙자 관련글을 모두 마칩니다.
<출처>호주 미디어 속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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