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베어 위크(Fat Bear Week)란 것이 있다. 10여년 전에 시작했는데 미국 알래스카주 카트마이 국립공원 및 환경보호구에 살고 있는 갈색곰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를 잡아 먹는 장면을 생중계해 많은 이들이 함께 지켜보고 우승 곰을 뽑는다.
그런데 투표자들이 지난해 수상했던 엄마 곰 '128 그레이저'(Grazer)를 2년 연속 수상자로 뽑았는데 조금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8 그레이저'와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한 라이벌 수컷 '32 청크'(Chunk)에게 지난 7월 새끼를 잃는 참척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자연 보호 네트워크 익스플로어 오르그(explore.org)는 '128 그레이저'를 "처음으로 챔피언에 오른 워킹 맘 곰"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그레이저의 두 마리 새끼는 폭포에서 가장 포악한 포식자로 통하는 청크에게 공격 당했다. 한 마리는 나중에 부상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두 마리 새끼 곰들도 경쟁에 올라왔지만, 결국 그레이저가 1위를 차지했는데 7만 1000표를 얻어 청크가 획득한 표의 곱절에 이르렀다.
새끼들을 돌보는 데 열심인 스무 살의 그레이저는 이제 세 번째 자식을 기르고 있다. 프로필 란에는 "겁을 모르는 천성은 대결을 감수하는 것보다 자신의 공간을 내주는 것을 선택하는 다른 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가장 커다란 몸집의 수컷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곰들의 위계에서 높은 곳에 그레이저를 있게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올해 주간은 참극으로 시작하는 바람에 하루 중단됐다 속개됐다. 즐겨 참여했던 이들은 첫 날 잔뜩 들떠 보기 시작했는데 암컷 곰 한 마리가 수컷에 살육당하는 모습이 생중계돼 적지 않은 이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매년 12마리의 곰이 선발돼 팻 베어 위크 브래킷에 올라 온라인 투표로 수상 곰을 가려낸다. 카트마이 보호청과 익스플로어 오르그에 따르면 지난해 그레이저는 100여 나라의 140만명 가까이가 참여한 투표에서 청크를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