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두 종류의 수선화가 있다.
'몰마농'이라 부르는 수선화와 '금잔옥대'라고 하는 수선화가 그것이다.
제주 방언인 '몰마농'을 풀이하자면, 말+마늘의 의미라고 한다.
뿌리가 마늘을 닮았고, 제주에 흔했던 말과 연관되어 붙여진 것이라 한다.
금잔옥대는 가운데 노란 부화관이 황금술잔을 닮은 데서 연유한 것이다.
금잔옥대 모양의 수선화는 거문도에도 자생한다.
'몰마농' 수선화
노란부화관이 갈래이고, 그 안쪽에 겹꽃처럼 흰꽃잎이 섞여 있다.
추사 김정희의 수선화 그림을 보면,
그 당시 제주에 지천으로 있었던 수선화는 이 몰마농인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제주에 자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잔옥대' 수선화
하얀 꽃잎 가운데 노란 술잔모양의 동그란 부화관이 있다.
거문도에 자생하는 수선화도 이 모양을 하고 있다.
1840년에 제주도에 유배온 추사 김정희는 한 편지에서,
"이곳에는 촌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이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화품(花品)이 대단히 커서 한 가지가 많게는 10여 송이에 화피갈래조각이 8~9개, 5~6개에 이릅니다. 그 꽃은 정월 그믐께부터 2월 초에 피어서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두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흰 눈이 장대하게 쌓여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토착민들은 수선화가 귀한 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함부로 짓밟아버립니다. 또한 수선화가 보리밭에 잡초처럼 많이 나기 때문에 시골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보자말자 호미로 파내어 버립니다. 파내고 파내도 다시 나기 때문에 이를 원수 보듯 하고 있으니 수선화가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 라고 적고 있다.
그가 몽당붓으로 그렸다는 수선화와 시를 여기에 옮긴다.
수선화(水仙花)
추사 김정희
한 점 겨울꽃이 떨기마다 둥글게 피었으니
그윽하고 담담한 품격에 둘레는 차갑고 빼어났네
매화는 고상하긴 하지만 뜨락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맑은 물에서 참 모양, 바로 해탈한 신선일세
[출처] 제주 수선화와 추사 김정희|작성자 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