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바람이 만든 걸작, 명태와 황태 찾아 떠난 여행 ③
- 영하 15℃ 이하에서 꾸준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좋은 황태
- 겨울이면 장관 이루는 덕장 보고 황태구이도 맛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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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황태가 익어가는 곳, 용대리 황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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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20분 정도면 용대리에 닿는다. 미시령 터널을 넘으면 인제, 진부령으로 갈라지는 용대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용대리에서 생산되는 황태 판매처인 ‘황태촌’을 중심으로 인제 방향과 진부령 방향 일대가 모두 '용대리 황태마을’이다. 산맥을 넘지 못하는 바람이 푄 현상(높새바람)으로 돌고 돌아 ‘풍(風)대리’라 불리기도 한다. 이 바람은 용대리를 황태 건조의 최적지로 만들었다. 이곳은 7~8만 평의 큰 덕장이 20여 개, 작은 덕장이 20여 개로 전체 140가구 중 120가구가 황태로 생계를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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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항과 달리 용대리의 덕장에는 아직 황태가 걸리지 않았다. 황태를 걸 덕만 만들어 놓고 날씨가 좀더 추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북어는 차디찬 바닷바람이 만들고 황태는 눈과 찬바람이 만든다. 황태는 영하 15℃에서 꾸준히 얼어야 한다. 밤에는 영하 10℃, 낮에는 영상 1~2℃ 아래로 3~4개월 유지되어야 한다. 황태가 녹았다 얼수록 물기를 머금었다 뱉었다를 함께 반복한다.
이런 과정을 이듬해 4월까지 계속 하면 폭신한 노란 속살의 황태로 거듭나게 된다. 용대 3리 최용진 이장은 “황태를 매다는 덕도 황태와 함께 얼었다 녹았다 하니 일 년이면 다시 갈아줘야 해. 든든한 나무를 찾는 것도 일이지만 그뿐인가? 콧속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 작업을 해야 하니 일도 고되고 힘들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날씨가 돕지 않으면 황태 농사는 망하는 거예요. 비가 오면 안 되거든. 올해도 제발 추워야 할텐데…”라고 말했다. 사람이 정성을 쏟고 하늘이 도와야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황태인 것이다. -
‘황태’ 하면 ‘용대리’ 할 정도로 이미 유명해졌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최 이장은 “이곳에서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80%를, 그 나머지를 대관령에서 생산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전체 13% 밖에 되지 않아. 중국에서 말린 것들이 대부분 유통되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황태는 어디서 말렸느냐가 정말 중요해.
그 지역의 날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 이제 지방태도 거의 나지 않는 요즘 원산지 표시만으로 하니 어느 지역에서 말렸건 다 러시아 산이야. 그러니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말린 것인지 용대리에서 말린 것인지 어떻게 알겠어? 최근에는 ‘용대리’ 이름을 단 가짜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아주 골치라고! 원산지보다 건조지를 쓰거나 둘 다 써야 하는 것이 황태야. 대체 누구를 위한 식품법인지 알 수 없다니까”라고 말했다. -
중국산들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말리는 것이 아니라 냉동 건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씹는 질감과 풍미가 떨어진다. 같은 용대리 내에서도 용대 2리와 3리의 날씨는 판이하게 다르다. 용대 3리가 영하 30℃를 오르내리고 폭설이 내려도, 용대 2리에는 아무 일도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2리에는 황태 덕장이 들어서지 못한다. 대신 3리에서 생산되는 황태와 설악산의 산나물들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맛 집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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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담식당의 푸짐한 상차림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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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이기도 한 백담사로 가는 길, 이곳이 맛 집과 한옥민박이 즐비한 용대 2리다. 용대3리 이장님의 추천으로 백담사 입구 가까이에 위치한 ‘홍담식당’에서 황태찜과 황태구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니 갖가지 술 병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홍담식당 사장님이 직접 설악산에서 채취한 약초와 열매로 담근 약술이다. 소나무 영지, 오디, 개복숭아, 하오수 등 그 종류만도 40여 종에 이른다. 특히 동충하초주는 국내 유일의 자연산일 거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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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술 구경에 여념이 없는 사이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밥도둑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황태구이, 설악산 목이버섯이 가득한 황태찜, 취나물·냉이나물 등 갖가지 산나물, 순두부 등 상차림 모두가 용대리와 설악산에서 나는 재료로만 만든 것이다. 맛에 대한 비법을 알려주었지만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음식에 쏟는 정성이 대단하다. 황태구이에만 3가지 약술에 매실 등 기타 양념만 32가지가 들어간다고 했다. 짜거나 강하지 않은 양념이 황태에 잘 배어 황태 본연의 맛을 잘 살려주고 있다. 역시 그 동안 먹었던 황태구이는 강하기만 한 ‘양념맛’이었던 것이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황태구이와 황태찜을 탐식하고 있는 취재진에게 홍담식당 사장님은 서울에 돌아가 황태구이에 도전해보라며 한 가지 비결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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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를 물에 약간 불려서 물기를 꼭 짠 뒤 양념장을 넣어야 간이 잘 배고 맛있지. 기름이 들어가면 느끼하고 맛이 없지만 소갈비 기름이 조금 들어가면 구수하고 황태에서 윤기가 나.”
- 여행의 마침표, 백담사에서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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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계곡을 따라 산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백담사. 예전엔 1시간 넘게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용대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버스가 30분마다 한 대씩 있다. 계곡 옆으로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곡예 하듯 올라 ‘수심교’ 앞에 내린다. 수심교 너머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는 백담사 풍경이 발길을 재촉한다. 수심교에서 바라본 백담계곡 풍경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셀 수 없이 많은 돌탑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돌탑 사이사이 얼어버린 계곡, 깨진 얼음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한겨울임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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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는 ‘님의 침묵’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만해 한용운이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만해기념관에 들러 한용운의 시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시간은 소녀시절 감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따뜻해 보이는 ‘님의침묵 찻집’을 뒤로 하고 수각약수에서 찬 약수물을 마시니 뭔가 가슴 속에 쌓였던 다양한 속세에서의 묵은 감정들이 내려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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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1박2일의 강원도 여행은 이렇게 맑은 설악산 약수로 마무리 되었다. 많은 이들에게는 힘들었던 한파였지만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다. 맛과 즐거움 그리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강원도 여행. 1월, 2월에 명태축제, 황태축제도 예정되어 있으니 겨울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보자.
Travel Tip
용대리 홍담식당_용대리 주민이 운영하는 만큼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 해장국 등 황태로 만든 메뉴가 주를 이룬다. 요리 재료는 약초를 캐시는 주인아저씨가 직접 채취하거나 재배한 것을 위주로 사용한다. 함께 나오는 반찬 역시 강원도를 대표하는 갖가지 향긋한 나물이 많다. 위치 백담사 입구 문의 033-462-5806, 033-462-0660
용대리황태촌_용대리를 찾아가는 길가에 덕장이 있지만 황태덕장을 보고 싶다면 용대3리를 방문한다. 황태촌 입구에는 황태덕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황태를 구입할 수 있는 직판장이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리는 용대삼거리 매바위는 겨울이면 인공 빙벽장으로 변신한다. 위치 강원도 인제군 진부령과 미시령 갈림길 용대삼거리 홈페이지 www.yongdaeri.com 문의 033-462-4808 -
취재협조 거진항명태축제준비위원회, 인제군 용대3리 황태마을주민회, 영랑호리조트
사진 조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