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다. 발이 묶이지않는 직업이 장점 덕에 어느 나라든 일할 수 있었다. 2018년,일본 도쿄에서 지금의 남편인 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났고, 다음 해에 그를 따라 무작정 태국 방콕으로 이민을 오게됐다. 그때가지 태국에 방문한 경험은 10년 전 방콕과 치앙마이로 일주일 남짓한 여행을 간 것이 전부였다 태국어는 '싸왓디카.' '컵쿤가.' 같은 인사말만 겨우 하는 정도였고 읽을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는 신생아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학원을 등록하고 매일 5시간 이상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고 나름 믿어 왔는데, 자음 44개와 모음22개에 달하는 태국어 앞에서 그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태국 생활이 1년 정도 지났을 무럽.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닥쳤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태국어 공부뿐이었다.
그나마 낮에는 몇몇 가게가 제한적으로 영업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동네의 오래된 문방구를 발견했다. 문방구는 언뜻 봐도 세월이 켜켜이 쌓인 모습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려 35년 동안 운영 중인 곳이었다. 종종 문방구에 들러 주인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태국의 문구 브랜드와 제품이 꽤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문득 태국 곳곳의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실천에 옮겼다.중부 지방의 방콕을 시작으로 남부 지방의 핫야이 꺼사무이와 북부 지방의 치앙마이, 빠이 등 여러 지역을 방문했다. 그렇게 약 2년 동안 태국의 전국 곳곳에 있는 오래된 문방구를 50개 이상 찾았다.
태국의 문구류는 어떤 것이 있고 오래된 문방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 가법게 시작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여러 문방구를 찾아다니면서 그 공간과 운영하는 사람, 태국의 문화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중에는 할아버지부터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문방구가 있었고 태국과 중국의 문화가 섞인 기묘한 양식의 문방구도 있었다.
느긋한 나라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긴급 도장부터 태국의 불량 식품에 이르기까지 문방구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온통 흑백 세상이던 태국살이가 오래된 문방구를 여행하면서부터 조금씩 알록달록해졌다. 문방구를 찾아 다니며 얻은 소중한 조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SNS에 태국의 오래된 문방구 이야기를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고, 반응에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게시물을 공유했다.
그동안 태국 문방구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기에. 문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더욱 좋아해 줬다. 덕분에 2022년에는 책을 출간하는 소중한 경험까지 얻었다.
어느덧 이곳에서 산지 6년 차가 됐다. 앞으로 또 어느나라에서 살아같지 모르겠지만, 태국에서 사는 동안은 건강하고 줄겁게 지내려고 한다. 어떤 생활을 하고 있거나 고민 중인 독자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어디서든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