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od, 2nd international Architecture Biennale
사람들에게 네덜란드라는 나라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단어가 “물”과 관련된 단어들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네덜란드(Netherlands)라는 나라이름 자체가 nether(low: 낮은) lands(lands : 땅들(복수인 것은 네덜란드가 하나의 육지가 아닌 여러 땅들이 모여 만든 곳이여서라고 한다.)) 즉, 네덜란드라는 나라이름 자체가 '물보다 낮은 땅'이란 뜻이니 물을 떼어놓고는 네덜란드에 대해 논할 수가 없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 간척 사업으로 만들어진 땅, 운하, 둑, 둑 위에 돌아가는 물을 퍼 올리는 풍차, 그리고 둑에 뚫린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음으로써 나라를 구했다는 한 소년의 영웅적인 전설들까지. 사실 이 전설은 사실이 아니라 어느 영국 동화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네덜란드 헤이그(Den Haag)에 위치한 네덜란드의 명소들을 25분의 1스케일로 축소해놓은 네덜란드 축소마을 '마두로담'(Madurodam)을 방문해보면 메인 입구에 손가락 하나로 둑을 막고있는 소년의 형상이 그 곳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쨌거나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있어서 “물” 이라는 개념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 왔고 네덜란드라는 나라의 특징을 결정하고 암스테르담의 커넬 등 네덜란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었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에 대 폭풍우에 의해 남부 제일란트 지방의 둑이 무너지면서 2000여명이 죽는 대 홍수를 경험한 아픈 과거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 발전에 의해 지난 수십 년간에는 심각한 홍수를 경험한 적이 없었고 또한 간척 사업이 야기하는 환경파괴 이슈가 제기되면서 1970년대 이후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네덜란드의 전통을 상징하는 홍수, 간척 사업 등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가 주류 세대로 자라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두번째 로테르담 비엔날레는 2005년 5월 26일부터 6월 26일까지 한달동안 열리게 되었다. 이 로테르담 건축 비엔날레는 네덜란드가 가진 이러한 물과 관련된 전통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물과 관련된 기술상의 발전과 그로 인해 가능해진 도시 조경, 건물 디자인 등의 발전에 대해 전시함으로써 건축가, 디자이너, 도시 계획 입안 담당자들과 수력학 엔지니어들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간에 의사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전시는 크게 다섯 가지 테마로 “간척지(Polder)”,“워터 시티(Water City), "Mare Nostrum" , "Three Bays", "Flow" 로 분류되어 로테르담의 이곳 저곳에서 진행되었다.
이미 소개해드린바 있는 NAI(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에서는 “Polder”,Three Bays", "Flow"라는 세 가지 테마로 진행되었다. “Polder”(간척지) 테마로는 네덜란드의 간척 사업 전통과 변천 과정에 대해 전시되었으며, "Tree bays”(세 개의 항구)에서는 로테르담, 동경, 베네찌아를 포함한 세 곳의 항구를 선정해서 이곳의 도시 계획에 대해 전시하였다. "Flow"에서는 네덜란드의 전통을 상징하는 홍수, 간척 사업 등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가 주류 세대로 자라나게 된 현 상황에서 현 세대에게 그 귀중함과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였다.
이 전시는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되기 전에 개최되었던 것인데, 이번 미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네덜란드에서의 이같은 노력과 전시에 대해 다시금 그 물을 다루는 능력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인 역시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가끔 암스테르담도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지만 별로 피부에 와닿는 경각심은 전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 이태리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참석하였다가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려던 날 새벽에 내린 단 한번의 비로 베니스 전체가 물에 잠겨서 모든 교통 수단이 중단되고,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을 가로지르며 여행가방을 머리에 이고 몇시간동안 거리에서 물살을 가르며 공항으로 향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는 그러한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닌지 곧 바로 시내 곳곳에서 신발 위에 신을 수 있어 방수가 되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비닐신발을 판매하고, 모든 상점들이 일제히 펌프를 꺼내 상점에 차이는 물을 익숙하게 퍼내기 시작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으로 필자 또한 홍수와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성과 그 대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었다.
낭만의 도시 베니스 또한 이렇게 해를 거듭할 수록 뚜렷하게 물에 잠겨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베니스 역시 그 해결책을 여러 방법으로 모색해가고 있다. ' Flow'테마에서는 이러한 해결책 제시를 위하여 이러한 물의 도시의 홍수 방지와 그 대책마련를 위한 학생들과 건축 사무실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볼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참 흥미롭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전시장 전체 모습 현재 네덜란드의 전체 면적의 6분의 1은 이렇게 수세기 동안 순차적으로 진행된 간척사업에 의해 새로이 만들어진 땅이라고 한다. 수세기동안 변해온 네덜란드 간척지 곳곳의 시대변화와 그 프로세스를 설명해 주고 있다.
네덜란드의 특징을 잘 알수 있는 모델링이다. 네덜란드 (under lands)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수면보다 낮은 땅. 현재 네덜란드에서 가장 낮은 땅은 네덜란드를 방문해본 분들이라면 대부분 방문해보셨을 스키폴(Schiphol)공항 대지이다. 이 곳은 해수면보다 무려 5미터나 낮은 곳이며, 불과 20세기 초까지 바다였던 곳으로 스키폴(Schiphol: 해석하자면 '배 구멍'이란 뜻)항구로 쓰이던 곳이였으나 암초가 많아 선박들이 침몰되거나 실종되는 등의 사고가 많던 곳으로, 그 후 점점 선박들의 이용도가 줄어들고 쓸모없는 곳으로 변했다가 나중에는 물길이 바뀌면서 아예 호수처럼 되버렸던 곳이었다. 이렇게 항구로서의 기능을 잃어가는 곳에 공항을 만들어 현재 스키폴 공항은 유럽 4대 공항 중의 하나로 활발한 기능성을 하는 장소로 변모하였다.
네덜란드는 수세기동안 간척사업(Polder)에 의해 끊임없이 지도를 다시 그려야했다. 그리고 지금도 네덜란드 지도는 계속해서 다시 그려지고 있다. 그러한 수세기동안 변천해온 네덜란드사를 전시하고 있다.
How to make a polder
간척지가 조성되는 과정에 대해 이미지 자료로 잘 설명하고 있는 자료이다.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1)아직 어떤 농작을 하기에는 거친 간척지를 조성한다. 2)이 곳에 물길을 조성하여 물의 흐름 조절이 용이하도록 하며 이 단계쯤에서는 소나 양, 말 등 가축 방목이 가능해진다. 3,4) 어느 특정 지역의 흙을 퍼내어 둑을 쌓는다. 5) 풍차의 수력으로 둑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물을 둑 외곽으로 퍼낸다. 6) 소금기를 계속하여 퍼낸 지역은 처음에는 가축 방목에만 가능하지만, 농작은 불가능한 비옥기를 가지고 있지만, 점차 튤립 등의 식물재배도 가능한 농작지로 변모한다.
사실 이러한 복잡하고 기나긴 과정을 거쳐도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주변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비옥한 토지로의 변모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네덜란드땅에서는 튤립 등의 꽃 재배와 가축의 방목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식용작물들은 주변국가들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http://www.nai.nl/polders/e/hoe_e.html 사이트로 들어가시면 간척지 조성 과정의 이해를 돕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과정 모델링만을 보는 것 보다는 이러한 동영상물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The Wieringermeer의 간척사업 후 모습 매년 4,5월이 되면 이 끝이 보이지 않은 넓고 넓은 평야에 지평선 끝까지 튤립 등의 꽃들이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광경을 만들어낸다.
The Wieringermeer 지도에서 보면 오른쪽과 왼쪽 땅을 연결시키는 방조제가 가장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점점 내부쪽으로 두어번의 방조제가 더 설치되어 있다. 가장 내부의 둑으로부터 바깥쪽으로 물을 퍼내고 있다. 몇 번의 단계를 거치어 바다쪽으로 내보내지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바로 뒷 쪽의 바다 역시 이렇게 여러 번의 공정을 거쳐 소금기를 거둬낸 민물이다.
Las Pamas섬에서 바라본 에라스무스 다리, 로테르담
이제 NAI에서 나와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에라스무스 다리 근처에 위치한 섬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보러 이동하자. 에라스무스 다리는 보통 토목가에 의해 디자인되던 교각과 달리 건축가에 의해 디자인되어 시각적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평가받고 있는 로테르담의 랜드마크이다.
이미 지난 기사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Las Pamas섬에 위치한 지금은 이용하고 있지 않은 버려진 낡은 건물에서 워터 시티(Water City), mare nostrum City 두 테마 전시회가 열렸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파란 계단은 전시회장 입구 계단으로써 필자가 방문한 그날도 날씨가 흐리고, 물과 바람의 나라 네덜란드답게 섬을 둘러싼 세찬 바랏 바람속에서 마구 흔들리고 있는 저 계단을 정말 올라가도 안전할지 의심이 가도록 가파르고 흔들거렸다.
전시장 내부 모습, 흡사 14호에서 소개드렸던 버려진 공장 지하를 리노베이션한 댄스클럽'Now and Wow'와 비슷한 실내 분위기이다. 실제로 댄스클럽'Now and Wow'가 전시회장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전시회장의 음산한 파란 창문 밖으로 댄스클럽'Now and Wow'의 공장 모습이 보인다. (사진 화면이 별로 좋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Las Pamas에서는 Water City와 Mare Nostrum 두 가지 테마의 전시로 전시장이 구성되어 있다.
“워터 시티(Water City)”라는 주제하에선 물과 조화를 이루는데 성공한 세계 곳곳의 도시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을 통틀어 시기적으로는 18세기와 19세기에서부터 현재와 미래 도시계획까지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전통과 미래 도시가 당면한 도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네덜란드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시 모습 모델링 중간에 보이는 섬이 바로 이 전시회장이 위치한 Las Pamas이며, 그 오른편으로 에라스무스 다리가 보인다.
네덜란드 신도시 알미르(Almere) 도시 계획도 모습.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신도시로써 우리나라 LG기업 역시 알미르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으며, UN studio,NOX, OMA 등이 도시 계획에 참여하였다.
“Mare Nostrum(우리의 바다라는 뜻의 라틴어)”이라는 전시는 물과 관련된 세계 곳곳의 해변 관광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초대된 큐레이터와 디자이너들이 해변에 만들어진 도시들이 당면한 과제들, 즉 해변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이 도시의 전통과 경관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조화롭게 디자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각각의 해법을 내놓고 있었다.
이 전시회는 네덜란드만의 전시회가 아니라 국제 전시회로써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디자이너들이 미래 도시와 건물들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는 장이었다. 네덜란드 내의 건축을 다른 나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하기도 하였고, 또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이 다른 나라에 관한 디자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전체 컨셉은 네덜란드에 바탕을 두고 있었지만 그밖에도 다른 나라의 다양한 수변, 해변 도시 설계와 건축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수 십개의 전시된 프로젝트들 중에서 몇가지 프로젝트들을 소개드릴까 한다.
이미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두바이의 새로운 호화 휴양지 계획도이다. 야자수 형태의 독특한 플랜을 가지고 두바이에 위치한 새로운 호화 휴양지는 수 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면에서도 이미 어느 휴양 프로젝트보다 단연 눈에 띈다. 이 프로젝트는 수 십만여 명의 관광객들과 거주자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하여 해안가를 따라 있는 거대한 섬에서 진행 중인 세기의 야심작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실제 프로젝트이다.
Fluvium nostrum (우리의 분출구라는 뜻의 라틴어)in Russia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았던 러시아 프로젝트. 필자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모스크바에서 800킬로미터 남동쪽에 위치한 Samara의 Volga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구 소련 시대에 건설된 사마라(Samara) 도시는 소련 시대의 여느 공산치하에 구획된 도시처럼 정부 계획하에 황량하게 지어져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이런 황량한 도시의 반대편 강변에는 많은 컬러풀하고 자연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형태의 '다차'(Dacha:러시아인들의 여름 별장을 이렇다 부른다고 한다.)들이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 Samara의 건축가 세르게이 말라코프와 에프게니아 레피나는 보통의 건축가들이 하는 방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으로 '다차'들을 설계하였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이들은 'post project'라고 불렀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쓰다남은 재료를 구해온다. 그리고는 그 재로들을 재가공한 후에 드로잉과 모델링 후에 재료를 맞추는 방법이 아닌, 거꾸로 드로잉과 모델링을 재료에 맞추어서 공간을 탄생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독특하고 생태적인 방법을 통해서 건조한 도시 Samara에 예술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을 탄생시킴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 전시회는 네덜란드만의 전시회가 아니라 국제 전시회로써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디자이너들이 미래 도시와 건물들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는 장이었다. 네덜란드내의 건축을 다른 나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하기도 하였고, 또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이 다른 나라에 관한 디자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전체 컨셉은 네덜란드에 바탕을 두고 있었지만 그밖에도 다른 나라의 다양한 수변, 해변 도시 설계와 건축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 짧은 지면에 모든 프로젝트를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더 많은 프로젝트와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아래 소개할 책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the Flood, 2nd international Architecture Biennale 카탈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