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和翁>의
시농(詩農) (단상斷想)
추채파종(秋菜播種)
나백각각삼십묘(蘿白各各三十苗)
휴일대우파종료(休日待雨播種了)
월동반찬시적농(越冬飯饌時適農)
실기식망한두옹(失期植忙汗斗翁)
화옹<和翁>
무와 배추를
각각 서른 포기씩
휴일 비기다리다가
파종을 그냥 마쳤네,
월동 반찬거리로
때를 맞춘 농사일이라
때놓칠까봐
바쁘게 심다보니
늙은이 땀이 한말 일세, 그려!
요즘은 일기예보도 통 맞지를 않는다. 금요일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옥상 텃밭에 무와 배추를 심으려고 고추와 여름 채소는 다 뽑아내고 그동안 모아놓았던 한약 퇴비 밑거름으로 고루 뿌려주고 삽으로 텃밭을 파서 고랑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온다는 비는 일요일 새벽까지 오지를 아니했다. 농사는 철 따라 시기를 놓치면 헛일이 된다. 때를 맞춰야 풍년을 기약할 수가 있다. 농부가 하늘을 쳐다보는 일은 감로 비를 기다리는 몸짓이다. 화옹도 배추 무 모종 30개씩 이틀 전에 사다 놓고 채소밭에 비를 기다리고 있는데 예보는 비가 연일 온다고 하였는데 비는 무소식이니, 애가 탄다. 원래는 8월 초순에 가을 김장 김치 채소는 심어야 하는데 종묘상에 모종 파는 곳에 가보니, 배추나 무 모종이 너무 어려서 미루어 8월 말에 심게 된 것이다. 천지조화옹이 때맞춰 비를 내려줘야 풍년농사가 되는데 온다는 비는 오지 않으니 무슨 꿍꿍이 속내일까? 요즘 여름 휴가철이라고 천지조화옹도 해외여행 갔나? 지난번에 받아 놓은 빗물로 배추 모종 무 모종 구덩이 파고 물을 흠뻑 주고 모종마다 가지지 물에 담갔다가 구덩이 깊게 파고 뿌리 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꼭꼭 눌러 묻어 심어줬다. 파종 후에 비가 오지 않으면 어린 모종 싹은 햇볕에 타서 말라 죽는다. 그래서 심고 난 후에도 포기마다 바가지로 물을 흠뻑 주었다. 천지조화옹이 휴가 다녀와서 화옹이 학수고대 하는 비를 오늘 저녁이라도 내려주면 천만다행이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어야 가을 채소는 풍년을 기대할 수가 있다. 인생사 모든 일이 정성(精誠) 성자(誠字) 하나로 귀결(歸結)이 된다. 그래서 예부터 전해오는 말이 농자천하지본(農者天下之本)이라고 했다. 농사일은 대충대충 하면 별무소득이다. 우리네 인생사도 농삿 일과 매한가지다. 대충대충 해서는 인생 백년의 삶이 지호자야(之乎者也)다. 목에 수건하나 걸치고 웃통은 맨몸뚱이로 줄줄 흐르는 땀방울 닦다 보니 요즘 여여법당 텃밭 모퉁이에는 달맞이꽃과 봉선화 꽃과 부추꽃과 방아나무 꽃이 활짝 피어서 화옹에게 미소를 보낸다. 방아나무 꽃에는 호박별들이 윙윙대며 날아다닌다. 땀이 비 오듯이 이마에 흘러내려서 땀을 닦고 허리도 쉴 겸 하늘을 쳐다보니, 비가 올 듯 먹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천지 조화옹이시여! 오늘 밤에는 제발 화옹이 심어놓은 가을 배추 무밭에 흡족하게 감로 비를 내려주어서 풍년농사가 되게 하소서! 얼 벗님들! 가을 무 배추 파종 단상이었습니다. 내일 모래면 9월이네요. 모두 모두 건강들 하십시오. 화옹 합장.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