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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 체험기
이제 가을도 다 저물고 겨울의 한복판에 섰다
오늘도 날씨가 무척 춥다고 한다
이런 날은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을 덮고 앉아
좋은 소설이라도 한 권 읽으면 제격일 것 같다
그런데 꼭 종이로 된 책만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꼭 돈을 주고 책을 사서 종이를 넘겨가며 읽어야
독서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은 전자책도 많고,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익사할 지경이다
참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있다
오전에 이런저런 웹서핑을 하다가
문득 어렸을 적에 책을 읽던 생각이 떠올랐다
너무 세세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이라도
그 시절의 경험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더 이상 내 기억이 증발하기 전에...
초등학교 시절
내 기억에 남아있는 독서는 만화와 동화책이다
아버지와 함께 가서 샀던 만화책 "고래선장"
참 재미있었고 읽고 또 읽었다
이후로 만화도 모으고 만화방엘 자주 다녔다
거기 가서 당시 유행했던 만화책을 읽었다
박기준의 "기러기 우는 마을", 박기정의 "훈이 씨리즈"
신동우의 "날쌘돌이", 김종진의 "철인 28호"
김경언의 "칠성이와 깨막이", "모래알 전우들"
박기당, 김종래의 한국적 전통이 그려진 작품들
산호의 "라이파이"
강소천 선생이 지은 "진달래와 철쭉"이란 동화책도 있었다
핑크색 표지의 예쁜 책으로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다
인근에 살았던 동네친구네 책장 가득했던 아동문학전집
재미있다는 책은 다 빌려다 읽었다
보물섬, 로빈손 크루소, 백설공주, 톰소여의 모험, 소공자,
괴도루팡, 황금박쥐, 다 기억을 못하겠다
중학교 시절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통인동으로 이사를 갔다
적선동 내자호텔 바로 옆에 있던 자그마한 책대여소
다리를 절던 주인아저씨가 생각난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셨다
거기서 많은 소설책을 빌려다 보았다
사춘기 시절이라서 그랬겠지만
남녀애정소설도 많이 보고, 탐정소설도 많이 읽었다
빨간색 소설이라고 하는 것 들도 많았다
거기서 김찬삼씨가 쓴 세계일주 여행기
책들을 모두 사다가 열심히 읽었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또 동대문 인근과 청계천 7가에서 리어카에 놓고 팔던 소설들
아무도 없다가 책을 사러가면 슬며시 다가오던 주인들
희미한 카바이트 등을 켜놓고, 책이름을 대면
어디론가 가서 책을 가져다 주었다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책도 팔았다
그 시절에 읽었던 소설책 들 제목이 생각난다
허문영의 번개탐정 시리즈, 방인근의 애정소설, 박계형의 애정소설
원앙섬, 꿀단지, 프린트물로 배포되던 저급한 소설들
조잡한 삽화까지 들어 있었다
한편으로는 동네 친구들이 갖고있던 소설도 돌려 읽었다
요시카와 에이치의 삼국지, 이광수의 장편소설 시리즈
박종화의 장편소설 들,
그리고 동네 친구 엄마가 구독하셨던 여성잡지들
묵은 주부생활, 여원 등을 빌려다 읽었다
연재소설도 들어 있었고, 별책부록도 있었다
여성지 별책부록은 우리들의 성교육 지침서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대입준비겸 해서
국어선생님들이 추천해 주신대로 한국현대 단편문학선집을 샀다
수문사에서 나온 다섯권짜리 책이었는데 꽤 두꺼웠다
책 말미에는 백철씨가 쓴 평론문이 부록으로 붙어 있었다
김동인, 현진건, 염상섭, 김동리, 황순원, 김유정, 등
일제시대에 만개했던 우리 현대 단편문학의 전성시대
주옥같은 작품 들을 읽고 또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국어 실력을 함양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의 마구잡이식 독서와는 많이 달랐다
좀더 절제되고 정제된 독서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고2때 읽었나?
참 잘 쓴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이어령, 안병욱, 김형석 교수 들이 쓴 수필집
에세이집 들도 이 시기에 많이 읽었다
내게는 안병욱 교수의 글 들이 참 좋았다
생일선물로 책을 받기도 하고 그랬다
대학교 시절
대학시절에는 또 다른 독서를 했다
모파상전집을 아주 열심히 읽었다.
박용구의 계룡산 5권을 읽으며 종교의 폐해를 절감했다
아마 이 소설로 인하여 고교시절 나갔던 불교학생회에서의
경험을 지우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차통학을 하며 남는 짜투리 시간에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현대문학과 같은 문학잡지를 주로 읽었다
당시 토지라는 박경리의 대하소설이 연재 중이었다
김정한 작가가 쓴 뱀춤이라는 장편 연재소설도 기억에 남았다
유랑서커스단의 애환을 그린 소설인데
만주로 떠돌던 서커스단이 해방 후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지는
애환을 담은 소설이다
또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도 이 때 읽었다
헤르만 헷세의 연작 들도 이 시기 기숙사 생활을 하며
기숙사 방 침대에 앉아 열심히 읽던 기억이 난다
슈바이처 박사의 인도철학에 관한 책 들도 이 때 읽었다
러시아의 주옥같은 단편소설 들에도 심취했었다
안톤 체홉, 고리키 등의 작가 이름이 생각난다
톨스토이나 토스토옙스키 같은 거장 들의
긴 대하소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사회에 나와서...
군대 3년은 거의 독서를 하지 못했다
복학해서도 취직시험 준비를 하느라고 마찬가지였다
대신에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코리아타임즈를 구독했고
토플준비를 위해 이재옥, 박종세의 교재를 열심히 읽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수시로 시청앞 태평서점과 교보문고엘 갔다
주로 역사에 관련되는 책 들을 많이 샀던 거 같다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것 들도 있다
자동차가 생긴 이후로 여기저기 놀러 다니느라고
최동욱이 지은 자동차 지도가 딸린 운전지침서 등을 많이 샀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며 즐거웠다
여름이면 바캉스 특집 별책부록이 몇 개씩 달린
여성잡지를 빼지않고 몇 권씩 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네비가 있어 별로 안 쓰지만 성지문화사의 지도책도
정기적으로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샀다. 지금도 보관 중이다
에두아르드 푹스의 풍속의 역사 시리즈, 이병주의 세계문화사 시리즈
그 밖에 역사와 관련된 책 들도 많이 읽었다
토플과 마찬가지로 영어회화교재도 열심히 읽었다
조화유의 미국생활영어 시리즈, 민병철의 생활영어 시리즈,
하워드최의 미국영어 그대로 시리즈, 로버트박의 할리우드 스타일 영어,
참 열심히 읽고 또 읽었다. 욧점을 적어 노트를 만들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이 시절에 읽었다
동네에 있던 책 대여점에 가서 책을 한 권씩 빌려다가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문열의 삼국지도 이 때 사서 읽었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 시리즈도 모두 사서 읽었다
더불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업무와 관련된 전공서적과 업계소식을 전하는 여러 잡지
각종 학술지 등의 다양한 책을 아주 많이 읽어야 했다
계속해서 업무가 바뀌었던 관계로 더욱 그랬다
요즘의 독서
요즘은 거의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책을 사는 일도 거의 없다
생활이 디지털화 되어 지도책도 살 필요가 없고
예전에 읽던 단편소설 들도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다
왠만한 신간 서적들은 대형서점 들의 홈피에 들어가서 보면
대략의 내용을 훑어볼 수도 있고 독후감도 많이 올라와 있다
요즘은 거의 공짜로 요약본과 남의 독후감 들을 읽으며 논다
영화화된 소설 들은 또 그 영화를 찾아서 다운도 받고
그렇게 영화로 독서를 봉창한다
정기적으로 받아보던 각종 전공관련 잡지들도
이제는 모두 디지털 판으로 온다
그 중에서 관심있는 기사만 골라서 읽는다
집안에 종이로 된 간행물은 거의 오지 않는다
맺는 말
시대가 바뀌면서 독서의 양태도 바뀐 것 같다
어린 시절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만화방이나 대여점에 가서
책을 빌려서 보던 시절이 있었다
등받이도 없는 쪽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책을 읽었다
보다가 시간이 모자라면 책갈피를 접어놓고 볼 일을 본 후
나중에 다시 가서 읽기도 하고 그랬다
동네 친구들과 서로 책을 돌려봤던 시절도 있었다
사춘기시절 연애소설을 읽으며 가슴 설레던 시절도 겪었다
나이 들면서는 좀더 실용적인 독서를 했던 거 같다
여행, 어학, 등과 관련된 책 들을 많이 읽었던 거 같다
요즘은 과거를 돌아 보면서 좀더 여유있게 이것 저것
훑어보고, 더 깊숙히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런다
인터넷에 무궁무진하게 올라와 있는 정보의 홍수
거기서 진주를 골라내어 읽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나는 오늘도 뭔가를 읽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각자 관심사항이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시와 같은 문학적 서정성이 깔린 글 들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물론 낭만선배님께서 올려 주시는 고운 글에는
늘 감동을 받고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다른 시 작품이나 그런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상징적인 언어로 쓰여진 함축적 의미를 포함한 글에도
별로 감흥이 없고 해석하기도 난해하다. 내 성향이다
대신에 보다 실용적이고 쓸모있는 글, 내게 도움이 되는 글
그런 글 들에 관심이 가고 고맙게 글을 읽게 된다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 간단한 여행기가 곁들어진 사진들
수십만장의 사진을 모아서 보관 중이다
혹시 날라갈까 애지중지 외장하드에도 백업을 받아 놓았다
나는 그런 것 들도 독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상세하게 기술된 여행기
그리고 선명하고 크게 찍혀져 올라온 멋진 사진 들
그걸 감상하고 배우고 익히는 기쁨이 아주 크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은 사진은 모으지 않는다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마음껏 현대적 독서를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이 혜택과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또 노트북 앞에서
인터넷 서핑을 한다
첫댓글 나 국민학교때 만화는 뭐니 뭐니 해도 라이파이를 잊을수 없습니당
그당시의 라이파이에 나오는 제비양은 만화이지만 왜 그렇게나 이뻤을까요?
만화에서 동화로 그 이후에 소설로 발전을 했구
또 시간이 지나가니 수필로 독서의 질이 높아집디당
독서는 마음의 양식임에 틀림 없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아 맞습니다. 그걸 빼먹었네요
산호의 라이파이. 제비호를 타고
줄을 타고 쌩하고 내려오며...
기지로 돌아오던 라이파이
기억을 되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파이 추가하겠습니다 ^^*
종이소설이 질감을 느끼며 보는 재미가 있다고 봅니다만
사이버 소설은 한번도 읽은적이 없습니다
마초님이 시력이 많이떨어져 한쪽눈으로 책을 읽는다고하여 감동 받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안과에 가서 물어 보았죠
'책을 많이 보는편인데 괜찮냐고"
의사 선생님이 책은 얼마던지 보라고 그러더군요'단 눈이 자주 마를수 있으니 안약을 자주 넣어라 하더군요
저도 시는 좋아는 하는데 함축된 이해가 어렵고
머리가 둔해서인지 시는 별로 잘 읽혀지지 않더군요
그러시군요
인터넷으로 읽는 소설도 재미있습니다
복사해다가 꾸미기도 가능하구요
모니터를 계속 응시하다 보면
눈이 가물가물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를 끄고 휴식합니다
오개님도 시가 어려우시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 카페에서도 시게시판에는
거의 간 적이 없습니다
시 작품도 왠만하면 패스
낭만선배님의 글은 빼지않고 읽지만요 ^^*
시와 산문의 중간쯤 되는 주옥같은 글이지요
공감가는 댓글 감사합니다
날씨가 춥네요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점심 먹으러 갑니다
어릴적부터 참 다양한 독서를 하셨군요.
저는 초등학교를 어려웠던 시골에서 보냈기에
독서랄 게 거의 없었는데요.
참 잘 성장하셨네요.
그런가요?
아마 서울 살았던 제 또래들은
대충 비슷비슷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청솔님 초등학교 시절 책은
세대가 달라서인지 제가 하나도 모르는것들뿐입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여 많이 읽었지만 시집은 좋아하지 않았고
해마다 신문 신춘 문예 수상작을 읽는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 시절에도 세대차이가 있었네요
저랑 같으시군요
제가 읽은 시집은 딱 두 권입니다
중학생시절 샀던 하이네시집
그리고 88년 해금된 정지용시선
특히 정지용시선은 열심히 읽었지요
신춘문예는 신인 등용문이었지요
여러 신문사를 통해서
좋은 신인작가들이 배출됐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간간이 기억속에 있는 책 제목들 보니 반갑네요
공부는 싫어도 책읽는거 좋아해서 밤에 내방 불빛보고 아버지가 잠안잔다고 야단 치실까봐
이불 속에서 몰래 읽곤 했답니다
독서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교육공무원 연금 받고 있을텐데...ㅎ
암튼 여러번 읽은 책도 많고 지금은 거의 안 읽고 있으나 다시 생각해 보렵니다
네 그러셨군요
저도 책을 열심히 읽은 축에 듭니다
늘 뭔가를 읽고 있었습니다
저도 요즘은 거의 책을 안 읽고 있습니다
어쩌다 책을 잡으면 졸리드라구요
대신에 컴퓨터를 켜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컴퓨터를 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안단테님
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선배 님께서 나열 하시는 책 이름을 보며 제가 읽었던 시절들을
생각하며 웃음 띠어봅니다.
학창 시절 때 틈이 나면 휴식을 취할 때 읽었던 책
그것이 훗날 제 삶의 이정표가 되었죠.
글을 읽으며 그 시절을 떠올리며
함박 웃음을 띠면서 그 시절의 내가 되어 다시 삶의 이정표를
점검해 봅니다 고마운 글 감사드립니다^^
각자 읽은 책들이 다 다르겠지요
나름대로 생각이 다르니까요
여하튼 우리 때는 요즘보다는
책을 많이 읽은 거 같습니다
요즘애들은 입시에 찌들어
책 볼 시간도 없을겁니다
입시책 외에는...
감사합니다
청솔님~
많은 책들을 읽으셨네요.
저도 항상 학창시절 가방안에 책들을
반 아이들과 서로 빌려가면서 보았습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소리 방송으로 듣고 있습니다.
12월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그저 남들 하는만큼 하고 살았습니다
샛별사랑 선배님은 참 노력을
많이 하시면서 살아 오신 거 같습니다
자취를 하시면서 친구랑 지낸 이야기
참 감동이었습니다
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소 청솔님의 글솜씨가 대단하다고 여겨왔는데 그 이면에는 독서광이신 청솔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군요. 요즈음 가지자체에서 운영중인 도서관에는 전자책은 물론 오디오책(책을 읽어 줌) 도 제공하고있어 특히 시력 좋치않은 노년층이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저는 글쟁이도 아니구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느낀대로 쓸 뿐입니다
글은 사실에 입각한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책은 늘 읽은 거 같습니다
주로 실용적인 글을 많이 읽었습니다
전공과 먹고사는 것에 관련되는
기술서적을 많이 읽은 거 같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과찬의 말씀 감사드리며 부끄럽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