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장 먼저 피는 우리꽃… 연두색, 보라색 꽃술이 예뻐요
변산바람꽃
▲ 이른 봄 변산반도에 만개한 변산바람꽃.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잎은 사실 꽃받침이랍니다. /김민철 기자
설 연휴가 지나면 곧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올 겁니다. 양지바른 어딘가엔 이미 피었을지도 모릅니다. 해마다 2월 중순이면 전남 여수 향일암 근처에서 어여쁜 변산바람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향일암은 내륙에서 가장 먼저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핍니다. 새해 꽃다운 꽃으로는 맨 처음 피는 야생화라 첫아이 출산 때처럼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편입니다.
변산바람꽃은 꽃대 높이가 10㎝가량인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가냘프게 흔들립니다. 비교적 단순한 다른 바람꽃들과 달리 연두색 암술, 연한 보라색 수술에다 초록색 깔때기처럼 생긴 기관 등 볼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꽃 구조도 특이합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잎 다섯 장은 사실 꽃받침잎이고, 꽃술 주변을 둘러싼 깔때기 모양 기관은 꽃잎이 퇴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깔때기 모양 기관은 꿀샘 역할을 합니다.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야 세상에 새롭게 알려진 신종(新種)입니다. 그 전엔 이 꽃을 보고도 비슷하게 생긴 너도바람꽃의 변종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꽃이 신종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아차!" 하며 아쉬워한 학자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옛날엔 전문가들이 식물 조사를 4월 정도에야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피기 시작해 3월이면 다 져버리는 변산바람꽃은 잘 몰랐다고 합니다.
꽃 이름은 전북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한 바람꽃 종류라는 뜻으로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설악산, 한라산, 마이산, 내장산 등 거의 전국 산에서 이 꽃이 피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달 말이나 3월 초부터는 수리산(경기도 군포) 등 수도권 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종으로 알려졌으나 일본에도 같은 꽃이 있다고 합니다.
변산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는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친 다음, 주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전에 광합성을 해서 땅속 덩이줄기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합니다. 여름이면 땅 위에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부지런한 식물인 것입니다. 구(球)형으로 지름 약 1.5㎝ 정도인 덩이줄기만 땅속에 남기고 다음 겨울을 기다립니다.
변산바람꽃은 생긴 것도 예쁘고 개성 만점인 데다 낭만적 이름까지 가져 어느새 초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초봄에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야생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변산바람꽃 말고도 10여 종의 바람꽃이 있는데, 변산바람꽃이 제일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올해도 피어날 우리 야생화에 관심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