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1.5m 아담한 악어… 무딘 이빨로 달팽이 즐겨먹어
양쯔강악어
▲ /브리태니커
우리나라와 중국·베트남 등 음력설을 쇠는 나라들은 명절 연휴 준비가 한창이에요. 용띠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기대감도 크죠. 그런데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상상의 동물인 용을 그림이나 글 등의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모델로 삼았던 동물이 있어요. 바로 양쯔강악어<사진>랍니다.
양쯔강악어는 눈 주변부터 뱃가죽까지 기다란 몸뚱어리 전체가 뼈처럼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고, 짧은 네 발이 달려 있어요. 주둥이 끝은 약간 위를 향하고요. 이런 악어의 모습이 용을 빼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악어 중에서는 드물게 중국에 살아요. 보통 악어 하면 아프리카·아메리카·호주 등의 강과 늪지대에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드문 일이죠. 양쯔강은 전체 길이가 6300㎞에 달하는 아주 긴 강이에요. 그중 양쯔강악어의 서식지는 하류 지역에 속하는 중국의 저장성과 안후이성에 집중돼 있어요. 물살이 느린 강과 개울, 호수·연못·늪지를 비롯해 사람이 만들어놓은 저수지와 논두렁에서도 살아가죠.
양쯔강악어는 사는 지역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다른 악어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답니다. 우선 몸집이 아주 작아요. 다 자란 몸길이는 1.5m 정도인데요. 호주 바다악어(7m), 아프리카 나일악어(6m), 미국의 미시시피악어(5m)와 비교하면 정말 앙증맞은 수준이죠.
몸집이 작다 보니 먹잇감으로도 작은 동물을 노려요. 가장 즐기는 먹잇감은 달팽이고요. 그 외에도 게나 가재 같은 갑각류와 곤충,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답니다. 드물게 어린 새나 쥐를 사냥하는 정도고요. 양쯔강악어의 이빨은 여느 악어와는 달리 끝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모양인데요. 이런 이빨의 구조는 달팽이나 게의 껍데기를 부수는 데 적합하죠.
다른 악어들이 날카로운 이빨과 턱 힘으로 멧돼지나 영양 등 커다란 동물을 사냥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죠. 양쯔강악어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중국의 한 방송사는 '세상에서 가장 점잖은 악어'라고도 했어요. 번식철에는 어미가 알이 부화할 때까지 극진히 돌보고, 부화가 임박했을 때 새끼들 목소리를 듣고 알껍데기를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여느 악어들과 비슷하답니다.
흔히 중국에서 애지중지하는 야생동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판다인데, 양쯔강악어도 판다 못지않게 아주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답니다. 2003년 야생 양쯔강악어의 숫자가 100마리 아래로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숫자를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야생에서 생포한 악어들을 사육 시설에서 인공적으로 번식시킨 다음 부화한 새끼들이 자라나면 강과 연못에 풀어주는 거죠. 이런 방식이 효과를 거두면서 야생에서의 개체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사람 손에 길러지는 개체 수도 수만마리를 넘어섰대요.
정지섭 기자